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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어요
토드 파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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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근무하다보면 사랑을 듬뿍 받은 햇살같은 학생도, 방어 기제가 잔뜩 솟아 매사 불안한 학생도 매년 만난다.

토드 파의 <<나는 나를 믿어요>>라는 책을 읽고 나서
‘자존감도 세뇌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책 안에 건강한 문장이 엄청 많이 나온다.
계속 읽다보면 가치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소리내어 읽다보면 스스로에게 세뇌시킬 수 있지 않을까.
뇌가 진짜라고 믿는 확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올해 나는 적어도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달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가족과 동료, 소중한 지인, 병원의사 선생님, 아이의 선생님 등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 이 페이지를 보니까 생각났다. 이거 회복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거네.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슬픈 요즘이었지만 이 페이지를 보니 나 그래도 조금이라도 노력은 했네 싶어서 위로를 받았다.
근데 눈물 많은 내가 의외로 울고 싶을 때 실컷 울지는 못했던 것 같다. 며칠 전 교실에서 읽은 책에 나왔던 너무너무공주도
놀고 싶을 땐 놀고, 자고 싶을 땐 자고
웃고 싶을 땐 웃고, 울고 싶을 땐 울었어.
좋은 건 좋다 하고, 싫은 건 싫다 했어.

라고 했었다. 솔직하게 웃고 우는 것조차 못하게 되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일까.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아이도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

우리 아이가 가장 귀여워한 장면이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결국 나는 장면..
이 장면 보니까 간다아아 에 나온 새가 생각난다.
ㅡㅡ;;; 장면마다 떠오르는 삶의 장면이나 그림책이 있네.
이 장면 찍는데 아들이 괜찮아. 잘하고 있어 하면서 왼쪽 거미를 응원한다. 우리 교사들이 기억해야 할 문장
“나만의 방식으로 배워요.” 라는 말이 적혀있다. 우리가 배운 방식만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가 봐도 올바른 방법으로 모범생으로 살아온 교사들이 이해하기 힘든 학생이 바로 이 거미같은 학생들일 것이다. 그 사람만의 방식을 이해할 줄 알았으면 한다. 창가의 토토에 나온 교장선생님께서 땅을 파며 무언가 찾던 토토를 존중하고 기다려줬던 것처럼..


페이지마다 다 찍을 순 없고,,,

우리반 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페이지는
나는 내가 나라서 좋아요 라는 문장이 나온 바닥이었다. 내가 우리반 학생들과, 우리 아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공작새가 한마리 그려져 있는데 배경은 핫핑크고 깃털이 정말 아름답다. 쨍한 색깔이다. 꼭 두꺼운 네임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안을 페인트로 부어놓은 것 같은 색이다. 단순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와! 예쁘다!!“ 를 외치던 우리반 학생들.

사실 토드파의 긍정메시지가 담긴 책들은 아들이 영어원서로 유치원 다니기 시작할 쯤 많이 읽었었다. 언제부턴가 읽지 않아서 우리 1학년들이 보기에 유치할까봐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마음에 큰 응원이 되고 위로가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그림도 애들이 예쁘단다.

또 아이들 뿐 아니라 나도 위로를 받았다.
항상 좋은 알록달록한 마지막 페이지의 메시지도 필사하고 싶다.
”강하다는 건 상처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에요. 강하다는 건 바로 나를 믿는다는 뜻이에요. 친절해지세요. 용감해지세요. 새로운 일에 도전해요. 건강을 지켜요. 그리고 계속해요! 끝이에요. 사랑을 담아, 토드가.”

항상 교실에서 그림책을 편안하게 읽고 끝낸다. 책을 덮고는 책 이름을 쓰는 게 루틴이다. 그런데 이 책만, 특별히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읽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 목소리로 시켜서라도 듣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또 이 서평을 쓰면서 생각한 나의 결론은 자존감도 세뇌시킬 수 있다는 쪽이다. 가장 말괄량이인 학생들이 뭔가 사고를 칠 때마다 교사의 목소리로, 비난으로 그 학생의 마음을 더 어둡게 만들지 말고, 반성문으로 이 책을 한 번 필사해오라고 하면 어떨까, 자기 목소리로 읽어보라고 할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동화같은 일이 바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게 또 교사들이다. 학생들을 내가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수좋게 변화의 계기는 만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학생들에게 여기 나온 말들을 끊임없이 들려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더불어 아들에게도.
우리 아들이 많이 소심하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세뇌시키고 싶다. 너는 너를 믿어주라고, 너의 편을 들어주라고, 자랑스러워해주라고,, 스스로의 입에서 “나는 내가 나라서 좋아요.”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엄마가 너에게 들려줄게. 읽어주고 들려줄게..

책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타이핑하면서 필사하고 싶지만… 오바인 것 같고, 또 안 될 것 같기도 해서 참아봅니다.

문학동네에서 소중한 책을 받아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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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이 궁금해! - 우르르 쾅! 폭발하는 화산의 역사
클라이브 기포드 지음, 안드레사 마이스너 그림, 이한음 옮김 / 키위북스(어린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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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이 궁금해


서평 신청할 때 이 책을 고른 게 딱 아들 취향처럼 보였다.
작년부터 계속 백두산에 관심을 보였다. “엄마, 백두산이 터지면 어떡해요?” 이런 말을 굉장히 많이 들었기 때문에 신청해보았다.
출판사에서 나온 다른 책을 보니까 궁금해 시리즈가 있는 듯 하다. 극지방이 궁금해, 로봇이 궁금해 등등
근데 내가 예전에 당첨돼서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오케스트라가 궁금해도 있었다. 사이먼 래틀 아저씨ㅋㅋㅋㅋ

한번 스윽 보니까 내 수준에서는 조금 어렵고 생소한 단어가 많이 있었다. 글도 좀 있고. 그래서 이걸 과연 아이가 읽을까 싶었다. 근데 조금 흥미있는 주제여서 그런지, 흥미가 수준을 뛰어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이는 소리내어 글을 읽었다.
화산의 종류, 용암의 종류, 폭발규모의 종류 이런 정보도 있었고, 세계에서 악명높았던 화산도 많이 나왔다.

일단 나는 VEI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그런데 아이가 그게 8까지 있고 백두산이 VEI7이란다. 혹시 맞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진짜 7.4로 알려졌었다고 한다. 최근엔 6정도로 본다고… 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어디서 들어봤을까. 정말 궁금한 지점이다.


이 책에서 아들이 좋아할 요소가 꽤 있었다. 우리 아이는 숫자와 단계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이다. 오늘은 아이셔의 마케팅에 당했다. 마트에서 신 거 잘 먹는 단계가 1단계부터 4단계까지 나눠져있다며 거기에 홀라당 넘어가 1단계를 샀단 말이지.


여기서도 vei 단계가 1~8까지 나오고, 몇년만에 터지는지, 매일, 100년, 1000년 이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나오는 거 자체를 좋아했다. 웃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파괴력이 큰 화산 VEI7~8의 예시로 계속 인도네시아가 나오자,,, “엄마, 이제 발리는 못 갈 것 같아요.”라고 하는 아이. ㅋㅋㅋㅋ 실제로 검색해보니 최근까지도 큰 화산이 터지고 있는 듯 했다. 뉴스에서 항공편이 다 취소된 일이 계속 나왔다. “엄마, 화산재, 용암 때문에 죽을 가능성도 높은데, 비행기도 못 날아서 죽을 가능성도 높은 거네요.”라고 한다. “만약 화산이 폭발하는데 우리가 다른 곳에 있으면 어떡해요?”라고 하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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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할머니와 우당탕탕 가족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36
김여나 지음, 이명환 그림 / 한솔수북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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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할머니와 우당탕탕

표지를 보면 해녀 할머니가 바로 보이구요, 그 뒤를 따르는 큰 고양이(네야), 털을 쭈뼛 세우고 있는 두 번째 고양이(노랑이), 제일 뒤에있는 작은 강아지(포)가 있습니다.
표지에서 보다시피 둘째와 셋째는 맨날 싸워요. 티격태격. 혼내면 자기만 혼낸다고 삐치고, 할퀴고, 남탓을 합니다. 그런 둘째에게 첫째고양이가 자기 인생사를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 인생사는요.. 직접 장을 펼치면서 보면 더 좋은데.
아… 하면서 가슴이 애리기도(아리기도 지만 더 쎄게;;) 하고, 그렇게 보면 더 좋지만 하여튼 그 인생사는요.
예전에 이 할머니가 바다에 빠진 첫째 네야를 구해준 거예요. 근데 집에 구해서 데려온 길고양이가 네 번째라서 이름이 네야였습니다. 그 당시에 같이 살던 개(바우)도 있었구요. 첨에 그 둘이 티격태격했지만 할머니 사랑으로 잘 지내게 되었더랬지요.

“애들아,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다정한 손길이 필요하단다. 고양이와 강아지와 사람은 하늘과 바다와 육지처럼 다르지만, 마음을 열면 서로 어우러져 잘 지낼 수 있지.“

(중략)

”하늘에서 내려온 운무와 바다에서 밀려온 해무가 육지에서 만나면 한몸이 되어 구름처럼 둥둥 떠다닌단다. 우리 셋도 운무와 해무처럼 서로 보듬으며 살자꾸나.“ 할머니가 바우와 나를 꼭 안아 주었어. 잃어버린 엄마 품처럼 포근했지.

“네야,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하늘 아래 핏줄 하나 없는 나하고 살아 줘서 고맙다. 고마워.” 할머니는 문어 케이크에 멸치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불렀어.

아 베껴쓰면서 또 눈물나네… ㅠㅠㅠ
저기 문어케이크 보이시죠. 살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할머니를 보면 생일 노래부르기, 목덜미 쓰다듬기, 그냥 함께 살아가는 것, 데리고 다니는 것.. 이런 것들입니다. 인스타에 유행하는 대단한 케이크도 필요없고, 키즈카페 대관하는 요란한 파티도 필요없다 싶습니다. 자기가 가진 것으로 위해주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하는 삶. 너무 아름다워요. (할머니가 고양이를 구한 거 잖아요. 고양아~ 내가 너 구했다~~ 가 아니라 고양이한테 고맙다 고마워하고 거듭 말하는 할머니 모습에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그 뒤 7년만에 동생 노랑이 그 둘째가 온 거예요.
이런 있었던 일을 첫째가 둘째한테 쭉 들려줍니다.
둘째의 마음이 열렸을까요?

네. 열렸어요.
꽃님에미님께서 라키 강의 3강에서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첫째 네오의 이야기를 들은 둘째가 셋째를 핥아주고 옆에서 같이 누워주지요.


마음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마음을 여는 것, 성장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느끼는 것이고, 또 저희 집에서도 자주 느껴요. 어제가 저희집 고양이가 집에 온지 딱 한 달 되는 날이었는데요.(길냥줍) 그렇게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르던 아들이랑 고양이가 맨날 싸웁니다. 아이는 고양이 들어오지 말라고 성을 쌓고 밀치고요. 고양이는 아이 손 발을 못 물어서 난리예요. 그런 아들한테 형이니까 잘해야지 백번 얘기해줍니다만 쉽지 않아요. 말로 해서 상대방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말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이 할머니처럼 약한 동물을 데려오고, 쓰레기를 줍고, 서로를 위하는 행동으로, 삶으로 사랑을 가르칠 수 있는 거라고 믿습니다.

나 잘났다 하는 사람들 이 세상에 많지요. 인스타만 봐도 대치동 어디 학원 원장, 저와 같은 교사들도 교육에 대해서는 다들 한마디씩 할 게 있을 거고요.

근데 이렇게 약한 자를 돕고 서로 의지하고 위해주는 모습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고 땅을 보며 사는 할머니와 같은 사람들이 진짜 사랑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은 다른 존재들이 생겨나도 그 사랑을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아이로 자랍니다. 네야처럼요. 이게 최고의 교육이고 훈육입니다. 저도 다짐합니다. 베풀고 살아야지. 감사하며 살아야지.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준다면 어떨까요.
아이들 마음 속에 무엇이 꽃 필지 자꾸 상상했어요.
네야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열고 성장했던 둘째 고양이 노랑이처럼,
저희 집 아들도 마음이 조금씩 성장하지 않을까. 이야기란 그런 것이니까요. 혼내면서 타이르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마음이 움직일 것 같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표정은 또 어떨까요. 빨리 읽어주고 싶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가슴 따뜻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작가 소개를 보니까
부산 기장 바닷가에 살고 있고, 그동안 해녀와 관련된 책을 만들어오셨습니다.

그래서 그런건지 그림책에서 바닷가 동네의 냄새가 납니다. 부산 방파제에 진짜 서있는 것 같습니다. 짠 냄새, 멸치조각, 길거리 민박집, 큰 기장미역, 전복.. 면지도 그물인데 그 안에 전복해삼멍게소라등이 있습니다.

바쁘고 육체적으로 힘든 삶 속에서 사랑으로 다른 존재를 돌보고 감사할 줄 아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아름답습니다. 교회 종지기로 살면서 글을 썼던 권정생선생님도 생각이 나고요.

첫 장면과 끝 장면은 수미상관입니다.

네야가 바다를 내려다본다는 말이 처음에도 마지막에도 있습니다. 할머니를 보고 있는 거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할머니를 닮아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고, 땅을 보면서 할머니, 그 전에 함께 살았던 바우, 그리고 지금 동생들과의 시간들을 모두 눈에 그리듯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둘째 셋째를 그린 장면도 대비됩니다.)

저는 읽다가 눈물이 고이고, 뭉클한 마음으로 읽었거든요. 아름답다~ 하면서요.
근데 제목이 <<해녀할머니와 우당탕탕 가족>>이에요.
제가 느낌 감성보다 조금 더 장난꾸러기같은 제목입니다.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생각해봤는데요~
여기부터는 상상의 영역..
저 맨날 마음대로 상상하잖아요. ㅋㅋㅋ 거의 다 틀림.
제 상상에는…
실제 고양이들이 경계심이 많고, 새로운 가족이 왔을 때 이 장소를 합치는 것(합사라고 하더라구요)이 굉장히 힘든 동물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새 가족이 와서 우당탕탕했지만 성공적인 합사를 해내는 과정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봤습니다.

나아가 첫째, 둘째 맨날 싸워서 난리치는 집 많잖아요. 그런 형제자매남매있는 집에서 엄마가 도란도란 읽어주기 참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이야기는 힘이 세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니까요.

#해녀할머니와우당탕탕가족 #해녀 #해녀할머니 #동물#바다 #동물가족 #그림책 #한솔수북

한솔수북에서 추천받은 해시태그는 이것인데요. 저는 거기에 다른 해시태그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삶으로가르치기 #합사기원 #우애기원 #사랑으로키우기 #형제훈육 #고양이합사 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책 서평책으로 보내주신 한솔수북 고맙습니다. 포럼에도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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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바나나
오미선 지음 / 노란돼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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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나온 주인공 몽이는 똑같은 시각에 똑같은 일을 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고양이입니다. 가장 행복한 시간이 식후 바나나를 먹을 때라고 하네요. 이 고양이가 다른 마을의 바나나가 더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떠나는데요, 들판마을, 보석마을, 땅굴마을, 통나무마을, 폭포마을 등 다양한 마을에 가서 다양한 바나나를 맛보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읽던 도중에는 이게 설마 파랑새는 우리 집에 있었다는 결말로 마무리되지는 않겠지? 라고 생각했어요.
설마 다 다녀보니 우리 동네가 제일 맛있더라 하는 거 아니야??

근데 마지막 마을에서 “바다 건너 마을 바나나가 가장 맛있대.”라는 소문에 진짜 자기 마을로 돌아오는 거예요. 설마했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알던 파랑새찾기와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 페이지를 보면 이런 말이 나와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바나나는 한 가지가 아닌 가봐요.

라는 문장입니다.

내가 하는 말이 다 맞고
내가 알고 있는 행복이 다 정답이 아니라는
인생의 진리지요.

또 이런 깨달음을 다른 마을 친구들을 초대해서 나누는 장면도 정말 뜻깊습니다.

이 책을 보면
들판마을에는 양들만 있어요. 보석마을에는 여우만 있고요. 땅굴마을에는 두더지만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 몽이라는 고양이는 한마디로 해외여행을 떠난 여행자인 거예요.
다른 마을을 보고 견문을 넓혔고,
자기가 깨달은 것을 다른 친구들을 초대해서 나누고 있는 것이지요.

여행하고 돌아와서 자기 마을로 돌아오면 또 제일 앞에서 자기 마을이 나왔을 때랑은 다른 것들이 보이고 다른 말들이 들립니다.
자기 마을이 가장 맛있는 바나나만 파는 것이 아니라,
가장 맛있는 수박도 팔고 있고요.
가장 맛있는 생선도 (이웃마을 곰 어부가 와서 보급한 덕분에) 팔고 있다는 것이에요.
아마 몽이네 마을이 맛집 많은 동네인가봅니다. ㅎ
행복이 곳곳에 널려있습니다.

이 세상에는 내가 가진 것만이 최고라고 우기는 사람도 있고, 또 다른 마을 것이 더 좋다던데 하고 막연히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책에도 그런 군상이 다 나오지요.

근데 몽이의 결론은 모두다 나름대로의 최고의 맛이 있다는 것입니다. 진정 여행가라면 깨달을 수 있는 인생의 진리지요. 다른 음식을 서로 먹어보고, 서로의 장점을 알아주는 과정은 마치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고, 그 생각의 장점을 인정해주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삶을 더 넓게 보고 크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바나나 입니다.

단순하게 보면 한없이 단순한데
깊이 보면 온갖 철학이 숨어있는 책이네요.

노란상상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처음에 똑같은 일상을 보내는 주인공이 나왔을 때
키오스크의 올가도 생각나고
행복한 100층버스의 데카르트같은 기사님도 생각났어요. 이렇게 쳇바퀴같은 일상을 보내던 몽이였기에 온 세상의 다채로움을 더 놀라는 마음으로 즐기며 여행할 수 있었겠지요. 직장인은 생각할수록 두근거리는 장면입니다.

근데 이 여행을 물리적 여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의 교감이나 자신만의 의견을 세우는 것에 비유해서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포스터가 자꾸 바뀌어요. 처음에는 잡초마을 황금사과 홍보 포스터가, 그 위에는 들판마을 바나나가 더 맛있다는 포스터가, 여행 후에 돌아왔을 때는 호수 마을 수박! 바나나가 아닌 수박 홍보 포스터가 있습니다.
앞에서 들판마을 포스터를 붙이는 사람은 들판마을 주민인 양이 아니라 고양이예요. 무엇을 뜻할까요? 무슨 의도가 있었을까요? 세계 물류 유통의 원리까지 ㅋㅋㅋㅋㅋㅋㅋ 떠올리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생각해봤습니다.

하여튼 좋았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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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네의 여행 라임 그림 동화 44
클로에 알메라스 지음, 김자연 옮김 / 라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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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다프네가 섬에 앉아 웃고 있구요.
섬에서 자란 식물들의 모습이 단순하고도 기호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복잡한 모습입니다.
흰 배경에 그렇게 짙지 않은 바다색, 그 안을 채운 수많은 색깔들. 갑자기 그 화가 그림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이름이 뭐더라.. 흰색 하늘색 배경에 복잡한 그림이 마구 섞여있는 작품. (검색중)

칸딘스키였습니다.

칸딘스키 그림도 자세히 보면 볼펜으로 이런 선 저런 선을 재미있게 그린 것 같은 재미있는 곡선이 많고 색이 알록달록한데다 그림이 작지요. 큼직큼직하지 않고요. 이 책에서도 작지만 선의 재미가 살아있는 작은 그림들이 가득합니다. 물론 바다만 있는 것은 아니고 각 장마다 장소는 바뀌어요. 마을도 있고, 산도 있고요.

이 책은 대놓고 이거 찾아봐라 하는 책이에요.
아들이 그제 먼저 읽었는데 글은 안 보고 그림으로 주인공 여깄네! 여깄네! 하고 스르륵 읽은 책입니다.
아들과 저는 어젯밤에 함께 읽었어요.

페이지마다 뭘 찾아야하는지 나와 있거든요. 다른 색깔의 글씨로요. 이 페이지에서는 하얀 별이 그려진 작은 집을 찾아야해요 ㅋㅋ

평소 저희 아들은 글만 읽고 그림은 자세히 읽지 못하는 편인데요, 이 책은 그림에 더 푹 빠져 놀이하듯 그림을 즐길 수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좋았어요.

내가 더 많이 찾았~~~지! 하고 유쾌하게 덮었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다프네의 모험이고 매우 큰 마을도 지나고 따뜻한 바다도 지나고 차가운 바다도 나오는데요 ㅋㅋ 장마다 반복되는 그림들도 꽤 많이 나와요.

차가운 바다에도 따뜻한 바다에도 성게가 같이 있나?? 뭐지?? 했어요. (근데 자세히 보니까 미묘하게 물고기들은 좀 다른 것 같아요. 노란 빨간색 물고기가 둘다 있네? 라고 생각했는데 따뜻한 바다는 노란 몸통에 빨간 지느러미고, 차가운 바다는 빨간 몸통에 노란 지느러미? ㅋㅋㅋ) 이렇게 장마다 문제에 나오지 않은 그림도 계속 비교하면서 찾게 만드는 게 작가의 의도임이 분명합니다. ㅋ

다시 길을 떠나 도착한 어느 마을. 분명 독자는 여우오ㅓ 새끼 여우 다섯 마리를 찾아야하는데요,
다른 장의 문제였던 전나무도 나오고, 사슴도 나오고, 나무로 만든 조각배도 나옵니다. 자꾸 자꾸 찾게 만들어요! ㅎㅎ

사실 우리가 다 읽는 동안 세 가지 정도는 못 찾았어요. 파란 새우 세 마리 중 한 마리와 문어를 못 찾았어요. 그런데 그 중 문어는 찾았습니다. 뒷표지에서 네 가지 그림은 글자와 함께 반딱반딱이는 재질로 그림을 표시해놨거든요. 만지면 찾을 수 있어요. ㅎㅎ 그걸 보고나서 다시 페이지로 돌아가서 찾았습니다. 결국 새우 한 마리는 못 찾았지만요.


지난 겨울 발리에서 3주 지냈어요. 그때 스노클링을 하려고 어른 아이 다 챙겨갔었는데요. 아이는 그걸 적응하고 조끼입고 그 도구를 착용하고 물 속에 들어가 바닷속을 보았답니다. 그런데 엄마 아빠는 무서워서 아이 이름만 외치며 배에서 바다로 들어가지 못했어요. 가이드 분이 아이를 봐주셨지요 ㅠㅠㅠ 아이가 보았을 바닷속이 이런 세상이었을까요. 내가 찍고 싶었던 바닷속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어요.


제목에 바쁜 사람은 즐길 수 없는 책이라고 썼지만 사실
바쁜 사람이 보면 나도 모르게 여유를 만들고 그 여유를 즐기게 되는 책이라고 쓰는 게 더 정확하겠습니다.

끝으로 작가님 소개 한번 볼게요.

프랑스 사람이고 시나리오 작가면서 삽화가라고 합니다. 볼로냐 도서전에서 상도 받았고, 2018년 볼로냐전 브랜딩 디자인한 것을 이력으로 당당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약간 삽화가, 디자이너 이런 단어가 강조된 것을 보면서 구아슈 기법이 뭘까 이 책에서도 쓰였을까 궁금해졌어요.

음. 구아슈, 과슈,, 물감종류인가봐요. 정확히는 모르겠어요. ㅎ 구글에 치자마자 에이아이가 알려준 자료가 띡 나오네요. 수채와 유화 특징을 다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본 책에서는 수채의 향기는 나지 않아요. ㅋ 뭔지 모르겠네요.

이번 서평 도서 넘넘 감사합니다. 행복해요~~~~

+ 다프네 다프네.. 어디서 들어본 이름이라 검색해보니 아폴론이 좋다고 쫓아다니던 여자네요. 그 여자는 도망만 다니고요. 혹시 모험을 떠나고 돌아다니는 이 여자아이의 이름이 다프네인 것이 살짝이라도 영향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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