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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 할머니와 우당탕탕 가족 ㅣ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36
김여나 지음, 이명환 그림 / 한솔수북 / 2025년 8월
평점 :
해녀할머니와 우당탕탕
표지를 보면 해녀 할머니가 바로 보이구요, 그 뒤를 따르는 큰 고양이(네야), 털을 쭈뼛 세우고 있는 두 번째 고양이(노랑이), 제일 뒤에있는 작은 강아지(포)가 있습니다.
표지에서 보다시피 둘째와 셋째는 맨날 싸워요. 티격태격. 혼내면 자기만 혼낸다고 삐치고, 할퀴고, 남탓을 합니다. 그런 둘째에게 첫째고양이가 자기 인생사를 들려주는 이야기입니다.
그 인생사는요.. 직접 장을 펼치면서 보면 더 좋은데.
아… 하면서 가슴이 애리기도(아리기도 지만 더 쎄게;;) 하고, 그렇게 보면 더 좋지만 하여튼 그 인생사는요.
예전에 이 할머니가 바다에 빠진 첫째 네야를 구해준 거예요. 근데 집에 구해서 데려온 길고양이가 네 번째라서 이름이 네야였습니다. 그 당시에 같이 살던 개(바우)도 있었구요. 첨에 그 둘이 티격태격했지만 할머니 사랑으로 잘 지내게 되었더랬지요.
“애들아,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다정한 손길이 필요하단다. 고양이와 강아지와 사람은 하늘과 바다와 육지처럼 다르지만, 마음을 열면 서로 어우러져 잘 지낼 수 있지.“
(중략)
”하늘에서 내려온 운무와 바다에서 밀려온 해무가 육지에서 만나면 한몸이 되어 구름처럼 둥둥 떠다닌단다. 우리 셋도 운무와 해무처럼 서로 보듬으며 살자꾸나.“ 할머니가 바우와 나를 꼭 안아 주었어. 잃어버린 엄마 품처럼 포근했지.
“네야, 두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하늘 아래 핏줄 하나 없는 나하고 살아 줘서 고맙다. 고마워.” 할머니는 문어 케이크에 멸치 촛불을 켜고 노래를 불렀어.
아 베껴쓰면서 또 눈물나네… ㅠㅠㅠ
저기 문어케이크 보이시죠. 살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할머니를 보면 생일 노래부르기, 목덜미 쓰다듬기, 그냥 함께 살아가는 것, 데리고 다니는 것.. 이런 것들입니다. 인스타에 유행하는 대단한 케이크도 필요없고, 키즈카페 대관하는 요란한 파티도 필요없다 싶습니다. 자기가 가진 것으로 위해주고, 진심으로 고맙다고 하는 삶. 너무 아름다워요. (할머니가 고양이를 구한 거 잖아요. 고양아~ 내가 너 구했다~~ 가 아니라 고양이한테 고맙다 고마워하고 거듭 말하는 할머니 모습에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그 뒤 7년만에 동생 노랑이 그 둘째가 온 거예요.
이런 있었던 일을 첫째가 둘째한테 쭉 들려줍니다.
둘째의 마음이 열렸을까요?
네. 열렸어요.
꽃님에미님께서 라키 강의 3강에서
“이야기는 힘이 세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첫째 네오의 이야기를 들은 둘째가 셋째를 핥아주고 옆에서 같이 누워주지요.
마음이 열리는 순간입니다.
마음을 여는 것, 성장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느끼는 것이고, 또 저희 집에서도 자주 느껴요. 어제가 저희집 고양이가 집에 온지 딱 한 달 되는 날이었는데요.(길냥줍) 그렇게 고양이를 키우자고 조르던 아들이랑 고양이가 맨날 싸웁니다. 아이는 고양이 들어오지 말라고 성을 쌓고 밀치고요. 고양이는 아이 손 발을 못 물어서 난리예요. 그런 아들한테 형이니까 잘해야지 백번 얘기해줍니다만 쉽지 않아요. 말로 해서 상대방을 성장시킬 수 있다는 말을 저는 믿지 않습니다.
이 할머니처럼 약한 동물을 데려오고, 쓰레기를 줍고, 서로를 위하는 행동으로, 삶으로 사랑을 가르칠 수 있는 거라고 믿습니다.
나 잘났다 하는 사람들 이 세상에 많지요. 인스타만 봐도 대치동 어디 학원 원장, 저와 같은 교사들도 교육에 대해서는 다들 한마디씩 할 게 있을 거고요.
근데 이렇게 약한 자를 돕고 서로 의지하고 위해주는 모습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고 땅을 보며 사는 할머니와 같은 사람들이 진짜 사랑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사랑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은 다른 존재들이 생겨나도 그 사랑을 나누고 베풀 줄 아는 아이로 자랍니다. 네야처럼요. 이게 최고의 교육이고 훈육입니다. 저도 다짐합니다. 베풀고 살아야지. 감사하며 살아야지.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읽어준다면 어떨까요.
아이들 마음 속에 무엇이 꽃 필지 자꾸 상상했어요.
네야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열고 성장했던 둘째 고양이 노랑이처럼,
저희 집 아들도 마음이 조금씩 성장하지 않을까. 이야기란 그런 것이니까요. 혼내면서 타이르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마음이 움직일 것 같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의 표정은 또 어떨까요. 빨리 읽어주고 싶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가슴 따뜻한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작가 소개를 보니까
부산 기장 바닷가에 살고 있고, 그동안 해녀와 관련된 책을 만들어오셨습니다.
그래서 그런건지 그림책에서 바닷가 동네의 냄새가 납니다. 부산 방파제에 진짜 서있는 것 같습니다. 짠 냄새, 멸치조각, 길거리 민박집, 큰 기장미역, 전복.. 면지도 그물인데 그 안에 전복해삼멍게소라등이 있습니다.
바쁘고 육체적으로 힘든 삶 속에서 사랑으로 다른 존재를 돌보고 감사할 줄 아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아름답습니다. 교회 종지기로 살면서 글을 썼던 권정생선생님도 생각이 나고요.
첫 장면과 끝 장면은 수미상관입니다.
네야가 바다를 내려다본다는 말이 처음에도 마지막에도 있습니다. 할머니를 보고 있는 거죠.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할머니를 닮아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고, 땅을 보면서 할머니, 그 전에 함께 살았던 바우, 그리고 지금 동생들과의 시간들을 모두 눈에 그리듯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둘째 셋째를 그린 장면도 대비됩니다.)
저는 읽다가 눈물이 고이고, 뭉클한 마음으로 읽었거든요. 아름답다~ 하면서요.
근데 제목이 <<해녀할머니와 우당탕탕 가족>>이에요.
제가 느낌 감성보다 조금 더 장난꾸러기같은 제목입니다.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을까 생각해봤는데요~
여기부터는 상상의 영역..
저 맨날 마음대로 상상하잖아요. ㅋㅋㅋ 거의 다 틀림.
제 상상에는…
실제 고양이들이 경계심이 많고, 새로운 가족이 왔을 때 이 장소를 합치는 것(합사라고 하더라구요)이 굉장히 힘든 동물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새 가족이 와서 우당탕탕했지만 성공적인 합사를 해내는 과정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봤습니다.
나아가 첫째, 둘째 맨날 싸워서 난리치는 집 많잖아요. 그런 형제자매남매있는 집에서 엄마가 도란도란 읽어주기 참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이야기는 힘이 세고, 사람의 마음을 바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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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수북에서 추천받은 해시태그는 이것인데요. 저는 거기에 다른 해시태그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삶으로가르치기 #합사기원 #우애기원 #사랑으로키우기 #형제훈육 #고양이합사 ㅋㅋㅋㅋㅋㅋㅋ
좋은 책 서평책으로 보내주신 한솔수북 고맙습니다. 포럼에도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