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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어요
토드 파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학교에서 근무하다보면 사랑을 듬뿍 받은 햇살같은 학생도, 방어 기제가 잔뜩 솟아 매사 불안한 학생도 매년 만난다.
토드 파의 <<나는 나를 믿어요>>라는 책을 읽고 나서
‘자존감도 세뇌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책 안에 건강한 문장이 엄청 많이 나온다.
계속 읽다보면 가치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소리내어 읽다보면 스스로에게 세뇌시킬 수 있지 않을까.
뇌가 진짜라고 믿는 확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올해 나는 적어도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달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가족과 동료, 소중한 지인, 병원의사 선생님, 아이의 선생님 등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던 기억. 이 페이지를 보니까 생각났다. 이거 회복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거네.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너무 슬픈 요즘이었지만 이 페이지를 보니 나 그래도 조금이라도 노력은 했네 싶어서 위로를 받았다.
근데 눈물 많은 내가 의외로 울고 싶을 때 실컷 울지는 못했던 것 같다. 며칠 전 교실에서 읽은 책에 나왔던 너무너무공주도
놀고 싶을 땐 놀고, 자고 싶을 땐 자고
웃고 싶을 땐 웃고, 울고 싶을 땐 울었어.
좋은 건 좋다 하고, 싫은 건 싫다 했어.
라고 했었다. 솔직하게 웃고 우는 것조차 못하게 되는 것이 어른이 되는 것일까.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 아이도 건강하게 키우고 싶다.
우리 아이가 가장 귀여워한 장면이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해서 결국 나는 장면..
이 장면 보니까 간다아아 에 나온 새가 생각난다.
ㅡㅡ;;; 장면마다 떠오르는 삶의 장면이나 그림책이 있네.
이 장면 찍는데 아들이 괜찮아. 잘하고 있어 하면서 왼쪽 거미를 응원한다. 우리 교사들이 기억해야 할 문장
“나만의 방식으로 배워요.” 라는 말이 적혀있다. 우리가 배운 방식만 강요하지 않았으면 한다. 누가 봐도 올바른 방법으로 모범생으로 살아온 교사들이 이해하기 힘든 학생이 바로 이 거미같은 학생들일 것이다. 그 사람만의 방식을 이해할 줄 알았으면 한다. 창가의 토토에 나온 교장선생님께서 땅을 파며 무언가 찾던 토토를 존중하고 기다려줬던 것처럼..
페이지마다 다 찍을 순 없고,,,
우리반 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페이지는
나는 내가 나라서 좋아요 라는 문장이 나온 바닥이었다. 내가 우리반 학생들과, 우리 아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이다. 공작새가 한마리 그려져 있는데 배경은 핫핑크고 깃털이 정말 아름답다. 쨍한 색깔이다. 꼭 두꺼운 네임펜으로 그림을 그리고 그 안을 페인트로 부어놓은 것 같은 색이다. 단순해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와! 예쁘다!!“ 를 외치던 우리반 학생들.
사실 토드파의 긍정메시지가 담긴 책들은 아들이 영어원서로 유치원 다니기 시작할 쯤 많이 읽었었다. 언제부턴가 읽지 않아서 우리 1학년들이 보기에 유치할까봐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마음에 큰 응원이 되고 위로가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그림도 애들이 예쁘단다.
또 아이들 뿐 아니라 나도 위로를 받았다.
항상 좋은 알록달록한 마지막 페이지의 메시지도 필사하고 싶다.
”강하다는 건 상처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에요. 강하다는 건 바로 나를 믿는다는 뜻이에요. 친절해지세요. 용감해지세요. 새로운 일에 도전해요. 건강을 지켜요. 그리고 계속해요! 끝이에요. 사랑을 담아, 토드가.”
항상 교실에서 그림책을 편안하게 읽고 끝낸다. 책을 덮고는 책 이름을 쓰는 게 루틴이다. 그런데 이 책만, 특별히
한 문장 한 문장 모두 읽게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이들 목소리로 시켜서라도 듣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또 이 서평을 쓰면서 생각한 나의 결론은 자존감도 세뇌시킬 수 있다는 쪽이다. 가장 말괄량이인 학생들이 뭔가 사고를 칠 때마다 교사의 목소리로, 비난으로 그 학생의 마음을 더 어둡게 만들지 말고, 반성문으로 이 책을 한 번 필사해오라고 하면 어떨까, 자기 목소리로 읽어보라고 할까. 이런 생각도 들었다. 물론 동화같은 일이 바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 게 또 교사들이다. 학생들을 내가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수좋게 변화의 계기는 만들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학생들에게 여기 나온 말들을 끊임없이 들려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더불어 아들에게도.
우리 아들이 많이 소심하다. 그래서 아들에게도 세뇌시키고 싶다. 너는 너를 믿어주라고, 너의 편을 들어주라고, 자랑스러워해주라고,, 스스로의 입에서 “나는 내가 나라서 좋아요.”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엄마가 너에게 들려줄게. 읽어주고 들려줄게..
책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타이핑하면서 필사하고 싶지만… 오바인 것 같고, 또 안 될 것 같기도 해서 참아봅니다.
문학동네에서 소중한 책을 받아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