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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 네이버 인기 블로그 '풀각시 뜨락' 박효신의 녹색 일기장
박효신 지음 / 여성신문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은 전원생활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농사를 짓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산과 나무 들이 있는 자연 속에서 살면서
편안하게 책을 읽고 사는 것 이었다. 한마디로 철없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생활비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낭만적인 삶을 꿈꾸었던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어머니께서는
조그만한 벌래에도 소리치며 도망가는 네가 어떻게 시골에 살겠니라며 현실을 일깨우시지만
여전히 나는 시골에 살고 싶다. 농사는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이고...정말 벌래는 너무나
무섭다.. 잠자리도 무서워 할정도이니 말 다했다고 보면 될것이다. 대신에
시골 교사로 살아가고 싶다. 요즘은 점수를 얻기 위해 일부러 시골에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난 그냥 시골에서 아이들과 순박한 사람들고 함께 살아가고 싶다.
꼭 농사를 지어야만 시골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북코아 이벤트 당첨으로 얻게 된
" 바람이 흙이 가르쳐 주네"라는 이 책은 나에게 내가 가지고 있던 시골 생활에의 갈망을 더욱더 강
렬하게 들어 주었다. 이 책의 저자 박효신씨는 40이 넘은 나이에 노후생활을 시골에서 시작할 것
을 결심하고 십년을 준비하여 시골로 내려가 제 2의 인생을 멋지게 시작하신 분이다.
나보다 더 열정적이고 순수한 그녀의 마음이 너무나 부럽고 소중하게 느껴짔다.
그분의 반정도의 나이를 가지고 있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열정적으로 콘서트 장
에 갈 정도의 열정도 가지고 있지 못하며, 아둥바둥 남보다 더 잘 살고 싶다는 속물적인 욕심에
똘똘 쌓여 있다. 그분처럼 아마도 죄를 덜 짓기 위해서는 나는 필히 시골에 내려가서 살아야 할
듯 싶다. 열심히 농사를 짓고, 그러면서 자연에 감사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갈 수있는 마
음을 가진 그녀는 진실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많이 가진 것과 행복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은 이책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는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것들을 배우고, 직접 옥수수며 감자며 배나무 감나무 등을 심어 직접 수확을
하시고 그 농사일 하나하나를 정말 기뻐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은 정말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광경이었다. 그녀가 책 중간 중간에 자기가 직접 수확한 농산물들로 상을 차리는 장면들은
절로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 책을 통해 그냥 지나쳤던 제비꽃이 그렇게 아
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가 내놓았던 기발한 아이디어에는 절로 "이야"라는 감탄을 내뱉
기도 하였다. 점점 더워지는 이 계절에 그녀와 같이 봄에 예쁜 꽃들을 따다가 얼음으로 얼려놨으
면 얼마나 멋지고 예쁜 음료수를 만들 수 있었을까? 시원하면서 즐거운 그런 음료를 만들어 여름
을 시원하고 상쾌하게 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특히나 그런 얼음을 만들 생각을 한 것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이가 행복
해하고 즐거워 하는 것을 보기 위해 만들었다는 풀각시의 말은 나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들
었다. 그녀는 말한다. 자신으로 인해 남이 행복해하는 것을 보는 것은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말이다. 그 외 말하자면 끝도 없을 그녀의 독특하고 즐거운 생활이야기들은 하나하나
가 모두 천금 같은 가치가 있는 삶의 지혜이며 정수였다.
특히 나를 눈물짓게 만든 것은 풀각시님의 어머니에대한 이야기 였다.
엄머한테 제발 이러지마세요.
"엄마, 안들려? 왜 말귀를못 알아듣고 딴청 해?"
자식 말 얼른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짓한다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
"알았어, 알았어."
대답하시지만, 귀 어두워 남 앞에 서기 두려워지신 지 벌써 오래랍니다.
"엄마, 제발 질질 흘리지 좀 마. 이거 안보여?"
간장, 설탕, 고춧가루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만들었다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
"그래,그래"
웃음 머금고 말씀하시지만, 이미 눈이 침침해져 세상이 뿌옇게 보인 지도 오래랍니다.
"에구 짜! 도대체 소금을 얼마나 넣은 거야? 못머겠다"
음식 맛이 예전 같지 앞다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
"어쩌냐, 어째."
멋쩍어하시지만, 혀끝 감각 무디어져 맛을 잃은 지도 벌써 오래랍니다.
"글쎄 먹기 싫다는데 왜 그래. 제발 귀찮게 좀 하지마!"
눈치없이 자꾸 음식 들이민다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
주어도 주어도 덜 준것만 같이 속 끊이는 사람이 엄마랍니다.
"아버지는 원래 그러니까 엄마가 좀 참아."
엄마가 져야 큰소리 안 나고 편안하다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
"걱정 마, 걱정 마"
하시지만, 태어나면서 참는 것만 입력된 인조인간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제발 이러지 마세요.
"엄마 괜찮지"
"괜찮아, 괜찮아."
힘없이 주저 앉으면서도 괜찮다 하시는 엄마랍니다.
나이 들어 걸음 둔해진 엄마는 당신 나이 든 것까지도 자식에게 미안해
많은 걸 숨긴답니다. 온 힘 다해 쥐고 있던 끈, 너무 힘겨워 한순간 놓쳐
버리면 그만 스르르 무너지고 마는 것을.
지금 중환자실, 저 문 안에서 혼자 힘겹게 싸우고 있을 엄마,
딸은 또 한 번 바보같이 이런답니다.
"엄마 괜찮지? 우리 엄마는 강하니까 이겨낼 거야."
- 풀각시의 '엄마에게 이러지 마세요' (191P)
이 글을 보는 순간 가슴에 못이 박힌듯이 쓰리고 아렸다.
평소 내가 하는 말들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이 글이 어찌나 나를 질책하던지..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돌아서면 가장 만만한 어머니에게 짜증내고 화내고.. 아마도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
해주는 이가 엄마라는 것을 알기에 이런 만용을 부리는 것일 것이다. 어느 순간에 사라져 버릴
수 있음을 잊어버리고서 매일을 그렇게 나중에 한으로 남을 일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정신이 번쩍들게 만든 말이었다. 다시는 그런 말 안할거라고 할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로 인해 앞으로는 한번 더 생각하며 그런 말을 쓰지 않도록 의식하며 살아갈 수 있
게 될 것이다. 그 것만으로도 나중에 가슴 치며 울게 될 일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책에는 여유와 낭만과 열정 그리고 순수가 가득 담겨져 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 돈에 속박되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이책은 돈을 주고도 못살
삶의 여유와 낭만과 열정, 순수를 제공해주는 보물상자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