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장자 - 자연스러운 삶을 갈구하면 장자가 들린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시리즈
장자 지음, 박훈 옮김 / 탐나는책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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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삶을 살다가 나이가 들어 은퇴할 무렵이면 누구나 자의 삶을 한 번쯤은 되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꼭 은퇴할 무렵이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면서 종종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상황과 연령에 맞게 삶을 조정해 갈 수 있다면 참으로 바람직한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장자는 여러 문장을 통해 '욕심을 버려라' 그럼 간절히 바라는 것에 자연스레 다가갈 것이며 내가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마음이 크지 않아 상처가 되지 않는 깨달음을 주고, 돈이나 지위, 명예의 욕심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살아서 인격적으로 완성된 세상을 사는 도리를 터득함으로써 명예나 과욕 모두가 외적인 것이므로 오히려 담백한 마음을 갖고 세상을 바라보라고 했다.


소요유(逍遙遊) 편에서 '소요유'란 마음 가는 대로 아무것에도 얽매임이 없이 모든 것을 초월하여 아무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이리저리 자유로운 세계에서 자유를 누린다고 말했다. 제물론(齊物論) 편에서 '제물'은 평등한 견지에서 만물을 관찰한다는 뜻으로 세상의 일반적인 가치관을 초월하여 높은 견지에서 볼 때, 모든 사물은 한결같이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온 천하의 모든 사물과 이치를 평등하게 본다는 만물제동(萬物齊同) 사상을 피력한다. 즉 만물이 하나라는 것을 명확히 밝히고, 세상의 온갖 사물이나 말들은 모두 하나라고 본다. 양생주(養生主)편에서 '양생주'란 '삶을 길러 주는 주인' 이란 뜻으로 우리 몸이란 생명에 부수되어 있는 것이며, 마음이나 지각은 또 신경 작용에 의한 것이다. 따라서 몸이나 마음은 모두 생명의 주인이 될 수 없으므로 자기 몸이나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일없이 언제나 자연을 따르고 사물을 거스르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한 인생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인간세(人間世) 편에서 '인간세'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란 뜻으로 거기엔 사회적 생활을 전제로 한다. 인간은 산림에 은둔하거나 구릉에 누워 고독하게 살 수 없으며, 무수한 변화의 연속임을 알아야 하며, 그 변화에 순응하면서 자기 몸에 누를 초치하지 않는 처세 방법을 말하고 있다. 그것은 어지러운 난세에 처하여 모든 사물을 대할 때 명성은 구하지 말고 자기의 덕행은 숨겨야만 자기 몸을 보전할 수 있다고 한다.

덕충부(德充符)편에서 많은 불구자를 등장시켜 덕의 충실 여부에 따라 외형이 결정되며 육체의 건전 여부보다 덕의 내실을 강조했다. 곧 마음속에 덕이 충만하면 그 부험이 밖으로 자연히 증명되어 나타난다고 하였다. 대종사(大宗師) 편에서 '대종사'란 크게 높여야 할 스승이라는 뜻으로 '도'를 가리킨다. 도는 곧 자연이다. 비록 하늘과 땅이 넓고 삼라만상이 그 안에 있다 할지라도 받들어 본받을 것은 무심이요, 무위란 뜻이다. 응제왕(應帝王)편에서 무심한 가운데 자연의 변화에 맡기는 자라야 제왕이 될 수 있다는 제왕의 도를 설파했다. 무위자연의 도를 체득하여 말하지 않는 가르침과 보이지 않는 덕화로 정치를 베풀면 천하는 저절로 다스려지고 백성은 제왕의 덕을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는 이상적 제왕을 설정하여 이론을 전개한다.


세상을 살다 보면 많은 어려움과 난관에 부딪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일이 더욱 어려운 지경에 도달할 때가 부지기수인데 이럴 때마다 차분한 마음으로 현실 속의 상황을 주시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해 나간다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저자의 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전을 다소 딱딱하고 어렵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고전을 완독하고 완벽히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고전의 한 구절에서라도 삶의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다른 고전 시리즈들도 종종 탐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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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5
서유구 외 지음 / 자연경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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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에는 토종 꽃 20가지를 사용한 <정조지> 속 39가지 꽃 음식, 전통 꽃 음식 13가지와 <정조지> 속의 조리법을 재해석한 퓨전 꽃 음식 32가지 등 총 84개의 꽃 음식이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꽃이 피는 순서에 따라 봄에 피는 매화, 진달래에서 가을에 피는 국화까지 꽃을 식재료로 다양한 음식을 전통방식을 살려서 선보이고 있다.

‘꽃’ 하나로, 그리고 ‘꽃’을 소재로 음식을 만든다는 것! 술도 빚고 화전도 만들고 비빔밥, 피자, 떡, 강정, 김치, 고추장, 차, 다식 등 꽃으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없어서 놀라웠다. <정조지>에 사용된 조리법을 응용하여 단지 장식이 아닌 꽃과 음식이 잘 어우러지는데 중점을 둔 꽃 음식 만들기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꽃을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꽃 음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선인들의 멋과 여유 그리고 지혜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의 전통의 맛과 멋은 무엇인지, 우리 민족의 정서와 정체성을 대표하는 꽃 음식은 무엇인지, 토종 꽃의 식재료로서의 가치를 이 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 같았다. 꽃은 소재에 따라 영광과 고귀함의 상징이며 희로애락을 나누며 우리 민족의 삶에 큰 영향을 주어왔다. 꽃 식용은 아마도 인간이 등장한 시기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식용꽃 중에서 질감, 향기, 모양 등 꽃 음식에 적합한 꽃을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듯하다. 우리나라에선 식용꽃으로 인지도가 높은 꽃은 진달래, 국화, 장미, 민들레, 벚꽃, 매화 정도인데 특히 진달래의 인지도가 높다. 나도 어린 시절 진달래꽃은 몇 번 먹어본 기억이 있다. 꽃에는 탄수화물, 비타민, 미네랄,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고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채소나 과일의 10배 이상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꽃마다 영양소가 다르기 때문에 골고루 성취하는 것이 좋을 좋을 듯. 하다. 미적 아름다움에 한번 취하고 꽃을 섭취함으로 영양소까지 얻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이 책에서 생선으로만 젓갈을 담그는 줄 알았는데 생선처럼 치자 꽃을 소금에 절이고 삭혀 만든 꽃 젓갈인 ‘담 복자’가 있다는 게 정말 생소하게 느껴졌고 신기했다. 또한, 고기의 불순물을 빨아들이고 연육을 돕는 양념으로 사용된 참깨 꽃과 가지 꽃, 미나리 꽃부리 김치인 벽간갱, 송화가루 확보가 어렵다는 송화다식, 연잎밥에 연꽃을 더한 소금 연꽃 약식 등도 정말 신기했고, 익모초 즙처럼 쓰지만 불면증에 효능이 있고 몸에 활기가 돈다는 상추 꽃대로 만든 불뚝 김치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비롯 각종 미디어에 유행처럼 번져있는 먹방,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상당한 인기가 있는데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우리나라 음양오행설에 근거한 오방색(황, 청, 적, 백, 흑) 5가지 색을 사용하여 한식에 중요한 소재로 꽃 음식을 홍보하는데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꽃 음식을 다변화하기 위해 꽃을 사탕, 아이스크림, 음료, 샐러드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접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를 통해 한식에 담긴 우리 민족의 맛과 멋, 선인들의 지혜를 세계에 널리 알려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더욱 강해졌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만났던 꽃 자체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에 시각적으로 정말 행복했고 멋진 식재료로 우리에게 와준(?) 20가지의 꽃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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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만수 박사 토지 투자, 모르면 하지 마!
구만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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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에는 모르는 것이 죄가 아니었으나, 요즘은 모르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이다. 사람들이 경제적 활동으로 투자를 하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투자를 했지만 대부분은 수익금은 고사하고, 투자한 금액의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물려 있거나 손실을 크게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는,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투자 시장에서 피해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투자자의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토지 투자로 피해를 입거나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토지 전문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가 토지 투자에 대해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잘 제시하기 위함임을 밝히고 있다.


예전에는 모르는 것이 죄가 아니었으나, 요즘은 모르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이다. 사람들이 경제적 활동으로 투자를 하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투자를 했지만 대부분은 수익금은 고사하고, 투자한 금액의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물려 있거나 손실을 크게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는,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투자 시장에서 피해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가 투자자의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집필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토지 투자로 피해를 입거나 손실을 피할 수 있도록 토지 전문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우리가 토지 투자에 대해서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잘 제시하기 위함임을 밝히고 있다.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토지는 거의 영구불변으로, 아무리 사용을 해도 닳거나 사라지지 않으며 그 자리에 존재하고, 토지의 ‘부증성’으로 토지의 물리적 양이 늘어나지 못함으로써 토지의 상대적 가치는 높아진다. 또한 개발자의 투입 비용과 능력에 따라 현재의 사용 가치보다 한층 더 높은 가치 수준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토지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하늘이 두 쪽 나도 반드시 알아야 할 토지이용계획확인서에서 5,6,7번 항으로, 투자 가능성의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지역, 지구’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지역, 지구라 함은 지역, 지구, 구역, 권역, 단지, 도시, 군계획시설 등 명칭에 관계없이 개발행위를 제한하거나 토지이용과 관련된 인가, 허가 등을 받도록 하는 등 토지의 이용 및 보전에 관한 제한을 하는 일단의 토지를 말한다. ‘다른 법령’에 따른 지역, 지구는 필요한 경우에 지정을 한다. 하지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용도지역은 중복되지 않게 반드시 한 가지의 용도지역은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모든 국토 약 3,353만 필지에 중복되지 않게 모두 지정되어 있는 용도지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용도지역이고, 나머지 지역, 지구는 ‘다른 법령’에 따른 지역, 지구라고 한다.


저자는 토지 투자는 모르고 해서는 안 되며 토지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추천하는 물건은 아예 쳐다보지 마라!, 화장발, 조명발에 속지 말며 민간개발은 대부분 부도수표다!, ‘지분 거래’는 하지 말며 팔 수는 있다지만 살 놈이 없다!, 개발제한구역 토지 투자는 전문가도 어렵다!, 도시자연공원구역은 제2의 개발제한구역이다!, 비오톱 토지는 지렁이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길이 막히면 돈도 막히므로 맹지는 걸러라! 등등 유의해야 할 사례와 팁을 많이 제공해줘서 토지 투자의 왕초보자들부터 어느 정도 토지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들까지를 망라해서 토지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이외에도 더 다양한 토지 관련 정보를 얻고 싶은 분들은 저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을 참고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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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에 읽는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김원경 지음 / 씨네21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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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글 형식의 책으로 접하는 신화와 만화로 접하는 신화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궁금함과 호기심이 가득한 채 <야밤에 읽는 만화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보기 시작하였다. 이 신화에는 탐욕, 전쟁과 무분별한 살인이 즐비한다. 신들의 근친상간과 인간과 동물 간의 이종교배로 인한 혼란, 무자비한 응징, 숨 쉴 틈 없는 집착과 배신이 흔하디흔하다. 자식들을 잡아먹는 티탄, 통제되지 않는 난봉꾼 제우스,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밥 먹듯이 이어가는 헤라클레스로부터 전해지는 이야기들에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배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러한 내용에 비추어 보아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성인의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십분 동의한다. 단편적으로 책과 글 그리고 영화 등으로 접해 왔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신비로운 환상들이 책 서두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내리고 혼란스러웠다. 이게 정말 내가 알던 신들의 이야기였단 말이야? 믿어지지 않고 뭔가 인간의 삶과는 다른 고상함을 상상했는데 현재의 몰락한 인간 군상의 부도덕한 삶보다 더 나쁘면 나빴지 하나도 좋을 것 없는 그야말로 신화에 대하여 막연히 꿈꾸었던 상상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고 혼란스럽기만 했다. 신화라는 건 신들끼리의 크고 작은 이야기일 뿐이다. 이런 이야기에 신앙이 부여되면 종교가 되는 것일 테고, 또한 이야기가 실제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역사가 되는 것일 테고, 반면 그러한 모든 것이 빠져 있다면 그저 옛날이야기일 뿐이거나 꿈일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신화에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금기나, 시공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하는 염원이 있을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태초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카오스라는 공간이거나 근원이 있었고, 에로스라는 원동력과 가이아라는 넓은 대지의 여신이 있었으며, 어둠의 에레보스와 밤의 뉙스도 있었다고 하며 시발점은 이들로부터 였다고 한다. 가이아는 천공의 신 우라노스를 만들고 그와 2세를 만들었는데 우라노스는 열두 명의 자식을 거인족 티탄이라 불렀는데 그들 중 막내 크로노스는 영리하며 똑똑하기는 했으나, 생김이 포악하고 성격도 사악했다고 한다. 망나니 크라토스 왕은 레아에게 수작질을 하여 결국 제우스를 낳는다. 가이아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알아버린, 자유로운 영혼을 추구하는 제우스는 아픈 마음을 달래주려고 엄마인 레아를 만나러 갔다가 강의 요정 중의 하나로 지혜롭고 현명한 여신 메티스를 만나 우여곡절과 많은 노력 끝에 결혼하여 첫 번째 부인으로 기댈 곳을 찾는다. 하지만 가이아로부터 메티스가 애를 낳으면 그녀가 신들의 왕이 된다는 흘린 말을 듣고 메티스를 한입에 삼켜버린다. 신들의 전쟁은 제우스가 메티스와 방법을 연구하고 가이아로부터 묘책을 얻어 크로노스에게 구토 약을 먹여 크로노스가 그동안 배 속에 담아두었던 자식들을 모두 뱉어내어, 형제들을 구출하였고 내친김에 우라노스에 의해 갇힌 퀴클롭스도 해방시켜 주었다. 그동안 영문도 모른 채 우라노스와 크로노스에 의해 갇혀 있던 신들은 격노한 채 고통의 울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마도 제우스 형제들은 크로노스에게 그냥 미안했다는 한 마디라도 듣고 싶어 했지만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사태는 이상하게 꼬여가서 티탄 족과 제우스 형제들의 싸움이 시작됐다. 티탄 족과의 전쟁이라 하여 티타노마키아라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티탄 측의 중심 세력은 권력을 지키려는 크로노스와 이아페토스의 아들인 아틀라스와 메노이티오스였고 반란 세력은 포세이돈, 히데스, 헤스티아를 주심으로 한 젊은 신들이었다. 제우스와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는 중립은 지키는 신들이었는데 특히, 이 3형제에게 티탄들은 동병상련을 내세우고, 젊은 신들은 정의라는 명분을 내세워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유혹을 하였다. 하지만 3형제는 양쪽에서 왕따 당했다는 감정으로 쉬이 용단을 내릴 수 없는 이유가 있어 어느 편도 들지 않은 상태였는데, 제우스의 놀라운 접대를 받고 제우스가 티탄 족에게 힘과 무적 팔의 위력을 보여줄 때라고 말한다고 생각하고 합류하여 승기는 점점 젊은 신들 쪽으로 기울었다. 이쯤 되자 지켜보고만 있던 제우스가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우라노스가 퀴클럽스 3형제들로부터 압수하여 보관하던 천둥, 번개, 벼락의 무기를 가이아가 빼돌려 넘겨준 숨겨둔 무기를 꺼내들었다. 결국 전쟁을 일으킨 티탄 족과 그의 편에 섰던 신들은 타르타로스로 추방되었고 제우스를 비롯한 젊은 신들이 티타노마키아의 승리자가 되었다. 티탄 패전자들은 지형적으로 말하면 지하세계이고, 존재적으로 말하면 가이아의 자궁이라는 타르타로스에 갇혔는데 형벌로 아틀라스는 넓은 하늘을 거대한 팔로 흔들리지 않게 떠받치는 것이고 다른 티탄들은 모두들 단단한 사슬에 묶인 채 시간조차 알 수 없는 타르타로스의 깊은 어둠에 기거한 채 패전의 멍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제우스 최대의 적 튀폰이 나타나 움직일 때마다 신들은 깜짝 놀랐고, 지하의 하데스도 놀랐고 타르타로스에 갇힌 신들도 몸서리를 쳤다. 제우스는 서둘러 번개와 낫을 챙겨 공격을 하였지만 상대가 너무나 거한이었기에 쓰러뜨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제우스는 모든 기를 모아 번개와 벼락을 내리쳐서 결국 쓰러뜨렸고 티탄 족이 갇혀 있는 타르타로스로 내던졌고 평화를 찾았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편에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프로메테우스는 티탄 족이 아페토스 아들로 어려서부터 행동도 민첩하거니와 수단과 재주도 좋고, 잔꾀가 밝은 녀석이었다. 제우스가 인간에게 불의 힘을 주지 않고 접근하기 힘든 곳에 고이고이 모셔둔 불을 훔쳐 인간들에게 주었다. 열지 말라면 꼭 열어보는 심리 편에 제우스는 흙으로 여자를 빚었다. 이름은 모든 것을 선물 받은 자란 뜻의 ‘판도라’이다. 제우스가 잠시 맡겨 놓은 항아리를 판도라가 가지고 있었는데 판도라를 만난 에피메테우스는 선물을 받아 항아리를 열었는데 ‘공포’, ‘좌절’, ‘절망’, ‘어두움’이 새어 나왔고 이것들로 인해 인간들은 불신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이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것이 하나 더 있었는데 이것이 바로 ‘희망’이었다. 제우스는 항아리를 열어버린 형벌로 프로메테우스에게 세상의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있는 바위에 쇠말뚝을 박고 고통스러운 쇠사슬에 묶인 채 파 먹혀도, 파 먹혀도 새롭게 자라나는 불멸의 간을 독수리에게 매일 쪼아 먹혀 끊임없이 반복되는 고통을 겪는 형벌을 내렸다.


딸 찾아 지옥 삼만 리 편에 데메테르는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서 나온 자식들 중 하나로 농경과 수확, 대지의 여신이다. 둘 사이에 페르세포네라는 팔이 하얀 예쁜 딸을 낳아, 곱게 곱게 애지중지 키웠는데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에게 납치되었다. 삶의 낙을 잃은 데메테르는 초로의 모습으로 딸을 찾아 나섰고, 해야 할 일들을 뒤로 미루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땅은 타들어가며 곡식은 메말라갔다. 많은 사람들과 동물들은 말라죽어갔지만, 데메테르는 딸을 찾아 헤맬 뿐이었다. 데메테르의 출타로 엉망이 되어버린 인간계의 아우성에 제우스는 더 이상 방관만 할 수 없어 하데스에게 전령을 보냈고 하데스는 지하세계의 음식을 먹으면 일정 기간 동안은 다시 지하세계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페르세포네에게 석류를 먹게 하였다. 이리하여 페르세포네는 다시 어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지만 1년의 4분의 1을 지하세계에서 보내야만 되었고 그 기간 동안 마음 아파서 우는 데메테르 때문에 모든 대지가 죽어가는 겨울이 오고, 다시 페르세포네가 돌아오면 대지는 생기를 띠게 된다고 한다. 제우스가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여자 ‘헤라’편에 헤라는 제우스의 정실부인 중 1인으로, 알려진 바에 의하면 헤라가 아르고스의 숲을 거닐 때, 호기심 가득한 제우스가 폭풍우를 일으켜 그녀를 흠뻑 적신 후, 사랑고백을 하여 결혼했다고 한다. 헤라는 출산과 자연의 여신으로 추앙을 받았는데 결혼 후에 제우스의 난봉질 때문에 성격이 이상해져 질투와 복수의 여신이 되었다고 한다.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 ‘레토’. 티탄 족의 코이어스와 포이베의 딸 레토가 제우스의 아이를 낳을 지음에 헤라가 낳은 자식들 보다 낫다는 악몽을 꾼 헤라는 자존심이 상해서 출산을 방해하였는데 포세이돈의 도움으로 델로스 섬에서 음악의 신 아폴론과 궁술의 신 아르테미스 남매를 탄생했다. 남자 잘못 만나 소가 되다 ‘이오’ 편에 헤라 신전에 사제로 근무하던 이오는 제우스의 꼬임에 넘어갔지만, 헤라의 질투에 임기응변으로 제우스는 이오를 소로 변신시켰지만 끌고 간 헤라는 눈이 100개가 달려 있어 잘 때도 한 번에 두 개 이상 눈을 감지 않는다는 아르고스를 시켜 감시하도록 하였다.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 이오를 아르고스 감시에서 탈출하도록 하였으며, 훗날 헤라는 아르고스를 어여삐 여겨 공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구출된 이오는 한동안 먼 길을 방랑했는데 이때 건너간 바다가 이오니아 해라고 한다.


황소를 사랑한 여인의 운명, ‘에우로페’편에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의 3남 1녀 중 고명딸인 에우로페는 산책 중에 입에서 향기를 내뿜는 금빛 털의 황소를 둔갑한 제우스의 강렬한 유혹에 걸려들어 크레타 섬으로 납치되었고 제우스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후대에 길이길이 자신을 알려주라는 요구대로 유럽이라는 지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살상 병기, ‘헤라클레스’편에 사회적 제재와 도덕적 규약을 탈선하여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들이 있는데, 미셸 푸코는 ‘비정상인들’에서 모든 작은 탈선의 확대형을 ‘괴물’이라고 칭했다. 두 개체의 혼합이라는 양성성을 가진 의학적 개념의 괴물과 법, 제도의 위반에 의한 사법적 개념의 괴물이 있다. 이 잣대로 보자면 헤라클레스는 영웅류가 아닌 괴물류로 보는 것이 옳다. 헤라클레스는 너무 많은 살인을 저질렀다. 전쟁이라는 핑계로, 삶이 숙제라는 여정으로, 신의 저주라는 질환으로 정신병이 발병해 제 자식과 형 이피클레스의 아이들을 함께 불속에 던져 죽이고, 제정신이 든 헤라클레스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아폴로의 신전에 가서 ‘자신은 어디로 가야 하냐?’는 물음에 에우뤼스테우스왕에게 가서 12년 동안 봉사하고 열 가지 고역을 완수하면 불멸의 존재가 될 것이라는 답을 듣고 숙제를 모두 이행했지만 미친 병이 도져서, 전쟁으로 살인을 하였다. 결국에는 데이아네이라의 질투로 휘드라의 독에 의하여 생명을 잃는다. 헤라클레스의 장례식에서 장작더미가 타는 동안 한 조각구름이 그를 들어 올려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로 데려갔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신이 되었다고 한다. 읽는 도중 신들이 너무 많이 나와 헤맬 때마다 책 뒤편에 첨부된 만화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그리스 로마 신화 계보도’ 덕택에 그나마 내용 이해가 한결 쉬웠다. 까도 까도 아침 막장드라마보다 더한 기상천외한 신들의 진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참으로 흥미진진한 경험이었으며, 다시없을 새로운 독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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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화가 어제의 화가 -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나누는 예술과 삶에 대한 뒷담화
이경남 지음 / 북스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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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화가인 이경남 작가가 13명의 어제의 작가를 만나 그 시대로 들어가 그들의 일상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열정적인 삶과 예술의 세계를 함께 한다. 소개된 화가들은 대가들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삶 자체는 평탄하지 않았다. 책에 소개된 작가들 중 더러는 익히 알고 있는 작가도 있었고, 처음 들어본 생소한 작가도 있었는데 여성작가가 3명밖에 없음이 조금은 아쉬웠다. 작가들의 대부분은 하나같이 수많은 여인들과 자신의 사랑에 당당했으며 문란한 성생활로 인한 매독, 정신병, 말년에는 궁색한 환경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신기했다.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는 점엔 존경심이 생겼다.


집안의 명예를 위해 아버지 정부와 살고 동생을 자신의 아들로 호적에 올리고, 동생은 형의 정부와 사는 뒤죽박죽 연애사 속에서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사랑과 예술 그리고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고 20여 년의 예술가로서 짧은 생을 마감한 마네의 생이 정말 놀라웠고, 아무리 집안의 명예를 위한다지만 일반상식으로는 그의 행보를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무리였다. 인생을 그림을 위해 살고 인생을 그리며 마네의 접시꽃 여인이 되어버린 여성화가 베르트 모리조와 돈을 포기하고 사랑을 택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네, 가장 아끼는 딸의 사망으로 큰 충격을 받고 심한 우울증과 가난, 고독, 병, 술에 찌든 절망적인 삶 속에서 가난을 벗어나고자 파리를 떠나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에 스스로 택한 타이티의 귀양살이와 인생 전반에서의 문란한 성생활과 심장병으로 인해 묘비도 없이 고독한 생을 마감한 인상파의 거장 폴 고갱!

러시아 미술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악마의 슬픈 사랑인 악마 시리즈를 화폭에 그려 넣은 미술계의 이단아, 미하일 브루벨! 브루벨은 악마를 통해 개인주의의 공허함, 사회와 불일치하는 도덕적 타락, 인간의 고뇌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92세 생을 마감할 때까지 7명의 여인들과 끊임없이 인연을 맺고 작품을 그리고 지독한 바람둥이에 편협하고 가부장적이었던 피카소! 주로 아내와 아이들을 작품의 모델로 하여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을 그렸는데 생을 마감하기 마지막 20년간은 피카소에게 수족처럼 헌신했던 7번째 여인 자클린의 초상화가 가장 많다. 피카소가 당시 92세까지 70여 년 동안 그림을 그리며 장수했다는 것도, 상당한 여성편력으로 7명의 여인을 두었었다는 것도 책을 읽으며 정말 놀랐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의 복잡한 사생활에 실망하였다가도 책의 첨부된 QR코드로 피카소의 일곱 빛깔 뮤즈를 확인해보니 그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정도로 작품이 황홀했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고 삶의 굴레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평생 독신이었지만 14명의 사생아를 둔 클림트! 그는 여성의 신체를 주제로 하여 임산부의 누드를 대담하고 노골적이게, 우아하고 에로틱한 표정의 관능미 넘치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그렸지만 많은 사생아를 둔 것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로서는 이해불가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여행 시 방문했던 벨베데레 박물관에서 마주했던 '클림트의 키스' 작품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작품이라 찬사할만하다. 광고 포스터와 같은 신선한 디자인으로 다색 광고물보다는 간결한 광고 이미지를 부각시킨 피에르 보나르! 남부 프랑스의 귀족 집안에서 출생하여 소년 시절 다리를 다쳐 불구자가 되고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앙리 드 툴루즈 로즈텍! 그는 일반인들이 꺼려 하는 소외된 대상인 창녀들과 가족인 것처럼 가까이에서 그들의 힘든 생활을 공감하며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했는데 그 역시 여타 다른 작가들과 비슷하게 매독으로 생을 마감한다. 책에 첨부된 그의 작품 중 <수잔 발라동 초상화> 와 <침대>가 인상적이었다. 남성 화가들이 여성의 누드를 탐미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과 달리 여성의 눈으로 여성 몸속에 녹아 있는 여성의 삶을 그리고 싶어 했던 여성화가 수잔 발라동!


체스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인간의 본성을 예술로 표현코자 한 앙리 로베르 마르셀 뒤샹! 자신의 작품도 도둑맞고 미처 다 피워보지 못한 재능의 소유자, 그리고 로댕의 연인인 천재 조각가 까미유 클로델! 이런 훌륭한 작가가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폐인처럼 살다가 가족도 못 만나고 세상과 작별했다니... 동시대의 일반인들이 천재를 품기에는 역부족이 하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고 우리는 늘 우리가 보는 것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한다는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 개인적으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중 <피레네의 성>과 <골콩드>를 좋아해서 책에서 마그리트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다.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해서 위대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작품들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알게 하고, 이 책을 통해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들의 삶과 사랑, 화가로서의 열정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다만, 대부분의 작가들의 삶이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의 도덕관과 인생과는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유명 화가들을 대할 때는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삶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인간으로의 삶 너머 예술가로서의 위대한 작품 자체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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