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화가 어제의 화가 - 시대를 대표하는 거장들과 나누는 예술과 삶에 대한 뒷담화
이경남 지음 / 북스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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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화가인 이경남 작가가 13명의 어제의 작가를 만나 그 시대로 들어가 그들의 일상을 인터뷰하면서 그들의 열정적인 삶과 예술의 세계를 함께 한다. 소개된 화가들은 대가들임에도 불구하고 하나같이 삶 자체는 평탄하지 않았다. 책에 소개된 작가들 중 더러는 익히 알고 있는 작가도 있었고, 처음 들어본 생소한 작가도 있었는데 여성작가가 3명밖에 없음이 조금은 아쉬웠다. 작가들의 대부분은 하나같이 수많은 여인들과 자신의 사랑에 당당했으며 문란한 성생활로 인한 매독, 정신병, 말년에는 궁색한 환경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신기했다.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는 점엔 존경심이 생겼다.


집안의 명예를 위해 아버지 정부와 살고 동생을 자신의 아들로 호적에 올리고, 동생은 형의 정부와 사는 뒤죽박죽 연애사 속에서도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사랑과 예술 그리고 가족에게 최선을 다하고 20여 년의 예술가로서 짧은 생을 마감한 마네의 생이 정말 놀라웠고, 아무리 집안의 명예를 위한다지만 일반상식으로는 그의 행보를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무리였다. 인생을 그림을 위해 살고 인생을 그리며 마네의 접시꽃 여인이 되어버린 여성화가 베르트 모리조와 돈을 포기하고 사랑을 택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네, 가장 아끼는 딸의 사망으로 큰 충격을 받고 심한 우울증과 가난, 고독, 병, 술에 찌든 절망적인 삶 속에서 가난을 벗어나고자 파리를 떠나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망에 스스로 택한 타이티의 귀양살이와 인생 전반에서의 문란한 성생활과 심장병으로 인해 묘비도 없이 고독한 생을 마감한 인상파의 거장 폴 고갱!

러시아 미술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악마의 슬픈 사랑인 악마 시리즈를 화폭에 그려 넣은 미술계의 이단아, 미하일 브루벨! 브루벨은 악마를 통해 개인주의의 공허함, 사회와 불일치하는 도덕적 타락, 인간의 고뇌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92세 생을 마감할 때까지 7명의 여인들과 끊임없이 인연을 맺고 작품을 그리고 지독한 바람둥이에 편협하고 가부장적이었던 피카소! 주로 아내와 아이들을 작품의 모델로 하여 생동감 넘치는 작품들을 그렸는데 생을 마감하기 마지막 20년간은 피카소에게 수족처럼 헌신했던 7번째 여인 자클린의 초상화가 가장 많다. 피카소가 당시 92세까지 70여 년 동안 그림을 그리며 장수했다는 것도, 상당한 여성편력으로 7명의 여인을 두었었다는 것도 책을 읽으며 정말 놀랐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의 복잡한 사생활에 실망하였다가도 책의 첨부된 QR코드로 피카소의 일곱 빛깔 뮤즈를 확인해보니 그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은 정도로 작품이 황홀했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고 삶의 굴레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평생 독신이었지만 14명의 사생아를 둔 클림트! 그는 여성의 신체를 주제로 하여 임산부의 누드를 대담하고 노골적이게, 우아하고 에로틱한 표정의 관능미 넘치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그렸지만 많은 사생아를 둔 것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나로서는 이해불가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여행 시 방문했던 벨베데레 박물관에서 마주했던 '클림트의 키스' 작품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작품이라 찬사할만하다. 광고 포스터와 같은 신선한 디자인으로 다색 광고물보다는 간결한 광고 이미지를 부각시킨 피에르 보나르! 남부 프랑스의 귀족 집안에서 출생하여 소년 시절 다리를 다쳐 불구자가 되고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앙리 드 툴루즈 로즈텍! 그는 일반인들이 꺼려 하는 소외된 대상인 창녀들과 가족인 것처럼 가까이에서 그들의 힘든 생활을 공감하며 그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했는데 그 역시 여타 다른 작가들과 비슷하게 매독으로 생을 마감한다. 책에 첨부된 그의 작품 중 <수잔 발라동 초상화> 와 <침대>가 인상적이었다. 남성 화가들이 여성의 누드를 탐미적인 관점에서 보는 것과 달리 여성의 눈으로 여성 몸속에 녹아 있는 여성의 삶을 그리고 싶어 했던 여성화가 수잔 발라동!


체스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인간의 본성을 예술로 표현코자 한 앙리 로베르 마르셀 뒤샹! 자신의 작품도 도둑맞고 미처 다 피워보지 못한 재능의 소유자, 그리고 로댕의 연인인 천재 조각가 까미유 클로델! 이런 훌륭한 작가가 정신병원에 감금되고 폐인처럼 살다가 가족도 못 만나고 세상과 작별했다니... 동시대의 일반인들이 천재를 품기에는 역부족이 하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고 우리는 늘 우리가 보는 것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궁금해한다는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 개인적으로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 중 <피레네의 성>과 <골콩드>를 좋아해서 책에서 마그리트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다.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어떻게 해서 위대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작품들의 비하인드스토리를 알게 하고, 이 책을 통해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들의 삶과 사랑, 화가로서의 열정을 보여주고자 한 것 같다. 다만, 대부분의 작가들의 삶이 일반적인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의 도덕관과 인생과는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에 유명 화가들을 대할 때는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삶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인간으로의 삶 너머 예술가로서의 위대한 작품 자체에 찬사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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