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도 취미가 될 수 있나요 - 맥주를 보다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음미하다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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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않은가. 맥주는 취미가 될 수 있다.

과거 나에게 맥주는 단순히 식당에 가서 주류를 주문해야 하면 다 ‘그 맛이 그 맛이지’라는 생각으로 선택하는 술에 불과했다. 일단 접할 수 있는 맥주의 종류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았고, 라거 스타일 외에 맥주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맥주시장은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 수제 브루어리뿐만 아니라 동네서점, 작은 빵집, 작은 공방, 지금의 세상은 규모는 작아지고, 종류는 더 다양해지는 추세다.


 

내가 알지 못했던 맥주의 세계가 넓고도 다양했다. 맥주라는 큰 카테고리 속에는 라거 뿐만이 아니라, 페일 에일, 인디아 페일 에일, 스타우트, 트라피스트 에일, 브라운, 엠버, 포터, 복, 세종 같은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고, 해외와 국내의 수많은 브루어리에서 물, 맥아, 홉, 효모와 더불어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자신들만의 독특한 맥주를 만들어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소규모 브루어리의 맥주를 만나기 위해서는 해당 브루어리를 방문하거나 연계된 크래프트 펍에 직접 찾아가야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럼 어떤가. 이제는 자신의 취향과 그날의 기분, 음식과 어울리는 페어링을 고려해 맥주를 선택해 마실 수 있다. 수많은 종류의 맥주 중 자신만의 맥주 취향을 찾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맥주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대체 어떤 맥주가 나의 취향에 맞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음식에도 각자의 기호가 있듯이 맥주 역시 사람마다 미각도, 취향도, 좋아하는 맛도 다 제각각이다. 타인의 추천도 어느 정도 도움은 되지만 정말 나의 취향에 맞는 맥주는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맥주에 흥미를 가지고 자신에게 맞는 맥주를 찾는 사람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준다. 맥주의 기원, 종류를 시작으로 맥주에 대한 다양한 지식, 나에게 맞는 맥주를 찾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 음식과 맥주의 페어링까지 차근차근 읽어나가다보면 나의 취향과 맞는 맥주의 모습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Part 2 나만의 취향 탄생>과 <Part 3 맥주도 음식입니다>는 맥주 선택에 대한 유용한 팁들이 많다.

맥주의 쓴맛은 알코올 도수(ABV)와 홉의 쓴맛 정도(IBU)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나, 와인의 라벨처럼 맥주 라벨을 통해 그 맥주의 다양한 정보를 확인하는 법, 맥주에 맞추어 맥주잔을 고르는 방법 등 평소 맥주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해소해준다.

한식, 세계음식과의 맥주 페어링 역시 흥미롭다. 김치나 나물에 어울리는 맥주라니 상상해 본적 없는 각양각색의 페어링을 보면 맥주의 세계가 얼마나 다양한지 잘 알 수 있다. 명절 음식 페어링이나 치즈별 페어링도 눈에 띈다. 맥주 페어링 노트나 음미 노트도 작성해보고 싶고,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싶은 페어링들이 가득하다.


 

취하기 위해서가 아닌 맛있게 즐기기 위한 맥주 이야기. 내용면에서는 너무 가볍지 않으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고, 깜찍한 일러스트에 절로 웃음 짓게 만드는 나에게 맞는 맥주 찾기 입문서. 오늘 저녁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맥주 한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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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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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 로키, 오딘, 아스가르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비해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북유럽 신화 속 이야기는 영화, 만화 등의 다양한 대중 매체를 통해 어느 순간 우리에게 친숙하게 다가와 있었다. 그러고보니 영화 ‘토르’와 ‘어벤져스 시리즈’ 속 매번 형인 천둥의 신 토르를 괴롭히거나 난처하게 만드는 로키는 사실 토르의 형제가 아닌 아버지인 오딘의 의형제라고 한다. 역시 원전을 읽어봐야 하는 법이다.


불타는 무스펠과 얼음으로 가득찬 니플하임 사이 거대한 틈인 기눙가가프에서 얼음과 불꽃이 만나 최초의 존재 서리거인 이미르와 암소 아움둠라가 탄생하고 이미르에게서 거인들이, 아움둠라로부터 오딘, 빌리, 베가 태어났다. 셋은 거인 이미르를 죽이고 그 시체로 아스가르드, 미드가르드, 요툰하임 등 9개의 세계와 난쟁이, 그리고 인간을 창조한다. 아홉 개의 세계는 우드르(운명), 스쿨드(존재), 베르단디(필연), 세 여신이 지키는 세계수 이그드라실로 연결되어 있다. 바이킹으로 불렸던 북유럽인들의 신화의 시작이다.


인도, 유럽문화에서 기원된 북유럽신화는 고대 북유럽인들의 정신, 가치관, 생활상들을 담고 있으며 운명에 순응하면서도 격렬하고 역동적이며 영웅을 숭배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신들은 무척 인간적이다. 속고 속이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다툼을 벌이고,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 신화 속 신들의 모습은 고대 북유럽인들과 많이 닮아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투와 죽음의 신이자 모든 이의 아버지라 불리는 오딘, 신들의 수호자이며 압도적인 힘으로 망치 묠니르를 휘두르는 하늘과 천둥의 신 토르, 풍요의 여신 프레이야, 신들의 파수꾼 헤임달 등 매력적인 신들이 가득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신은 뭐니뭐니해도 양면적인 매력을 가진 로키이다.


로키는 거인의 아들이자 최고신 오딘의 의형제, 변덕스럽고 교활하며 분쟁을 일으키는 신이다. 신들과 거인들 간에 사건들은 로키의 개입으로 더 복잡하게 변하고, 신들을 위험에 빠뜨리지만 또한 문제를 해결하게 도와주고 신들에게 이롭게 문제를 해결될 수 있게 도와주는 경우도 많다. 결국 신들에게 사랑받는 정의와 빛의 신 발더를 죽게 하고, 신들에게 악담을 함으로써 라그나로크가 올 때까지 동굴에 묶여 고통을 당한다. 초반에는 익살스럽고 장난기 많고 심술부리는 이미지가 강한 로키는 시간이 지날수록 장난이라고 보기 어려운 행동으로 치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역동적이고 매력 넘치는 캐릭터임에도 틀림없다. 로키가 등장하는 이야기마다 과연 이번에는 또 사건을 일으킬지 궁금해하며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북유럽신화에는 세계의 창조와 파괴가 모두 존재한다. 세상이 창조되고, 그 후 모든 것의 멸망한 후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면서 신화 속 이야기는 끝이 난다. 신과 거인, 인간과 난쟁이, 펜리르와 요르문간드를 비롯한 모든 생명체가 멸망하는 최후의 전쟁 라그나로크로 인해 거인들과 오딘, 토르, 로크, 헤임달 등 신들 역시 죽고 만다. 보통 신이란 영원불멸한 존재이다. 그러나 북유럽의 신화에서는 세계를 창조한 신에게도 죽음이 존재한다고 보았다. 고대 북유럽인들에게 있어 신이란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다.


신화에 들어가기에 앞서 북유럽 세계, 신들, 신화에 대한 구조 등을 담은 서론을 통해 북유럽 세계에 대한 정보와 신화의 이해도를 높인 후 만난 신화 속 이야기들은 마냥 허무맹랑하고 이야기로만은 보이지 않는다. 신화는 과거를 살아간 이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저자의 신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책 속에 삽입된 고전적이고 다양한 삽화는 좀 더 생생하게 신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북유럽 신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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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국가들 - 누가 세계의 지도와 국경을 결정하는가
조슈아 키팅 지음, 오수원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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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지만 실재하는 나라들의 경이롭고 안타까운 이야기

태어날 때부터 국가라는 하나의 집단에 속해 있는 것은 마치 주변에 공기가 존재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기에 그 사실에 의문을 가진 적이 없었다. 세계지도에 빈 공간이 하나 없이 거의 모든 장소가, 심지어 바다와 하늘까지도 어느 국가에 속해 있다는 사실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책 등장하는 국가들의 이야기를 만나기 전까지는.

 

러시아와 조지아 사이에 존재하는 소수민족 거주지 압하지야(Abkhazia),

미국과 캐나다 국경 지대에 걸쳐 있는 원주민 보호구역 성격의 정치적 공동체 아크웨사스네(Akwesasne),

소말리아 북부 자치지역 소말릴란드(Somaliland),

이라크령 쿠르드 자치구 쿠르디스탄(Iraqi Kurdistan),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Kiribati),

인도양 차고스 제도 섬나라였지만 섬에 군사기지를 세우면서 내륙으로 추방 당한 차고스(Chagos),

분리된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역사적 지역 펀자브(Punjab),

세르비아 자치주에서 독립을 선언한 코소보(Kosovo),

스칸디나비아 북부 토착민 집단 사미(Saami),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사이의 무주지에 터를 잡고 웹사이트로 국민 신청을 받는 리버랜드(Liberland)

 

표지에 인쇄되어 있는 국명 중 코소보를 제외하고는 모두 생소한 국가들이었다. 

지도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실재로 영토와 국민, 정치체가 존재하는 국가, 지도에는 존재하지만 기후변화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국가, 역사적으로는 현재 지도에 표시되는 국가보다 먼저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국가. 다른 국가들의 인정을 받지 못해 지구상에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디에도 없다고 여겨지는 국가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많이 존재하고 있었다.

 

이 이야기의 시작을 여는 코니파(ConIFA) 또한 생소한 단어다. 국가 자격 기준을 넘지 못해 국가로 인정받지 못한 나라, NGO들이 인정한 반자치국가, 소수자 집단 등 FIFA(국제축구연맹)에 가입하지 못하는 나라, 혹은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이 가입된 독립축구연맹이라고 한다. 저자가 취재를 위해 참석한 2016년 압하지야에서 개최된 코니파 월드 풋볼 컵은 압하지야, 소말릴란드, 사미를 비롯하여 총 12팀이 참가하였고, 2018년 코니파 월드 풋볼 컵에는 재일조선인들이 모인 UKJ(United Koreans In Japen, 일본의 통일 코리안들)팀도 참가했다고 한다.

 

소말릴란드와 비슷한 위상을 지닌 나라들과 스웨덴 같은 국가를 구별해주는 요소는 스웨덴은 동료 국가들(다른 국가들)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인정은 법적 행위가 아니라 ‘정치적’행위다. (P145)

 

모호크 정치적 공동체인 아크웨사스네는 미국과 캐나다라는 국가가 생기기 이전부터 그 지역에 존재했지만 현재는 두 나라가 정한 국경 사이에 위치해 나라 한 가운데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이 길게 늘어서 있고, 한쪽에서 다른 한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국경의 처소를 거쳐야 한다. 아크웨사스네 사람들은 자신이 미국 국민이나 캐나다 국민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두 나라에 속해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이나 정치적 공동체로 인식할 뿐 인디언 국가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

 

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보다 안정된 정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국가로서의 요소도 제대로 갗추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무관심 속에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영토도, 국민도, 법도 존재하며 국민들이 자신을 소말릴란드 국민으로 인식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국가들이 하나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소말릴란드는 형태가 있는 유령과도 같은 상태로 존재한다.

 

하나의 국가는 왜 다른 나라의 인정을 받아야만 국가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국경’이다. 모든 국가는 국경을 가지고 있다. 주변에 다른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국경 역시 존재할 수 없고, 평화적이던 강압적이던 국가 간의 합의로 국경이 결정된다. 하지만 문제는 타국에 대한 인정도, 국경에 대한 결정도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몇몇의 강대국의 의견에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다. 팔레스타인은 UN가입국 중 100개국이 넘는 국가의 인정을 받고 있지만 미국의 반대로 아직도 회원국이 아닌 옵서버국으로 등록되어 있다. 한국과 북한의 관계 역시 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과 중국, 다양한 국제 정세에 영향을 받고 있다.

 

저자는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는 것은 정치적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지도에는 없지만 실재하는 나라에 직접 방문하여 그 나라를 사랑하고 그 곳을 자신의 국가로 인식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국가란 국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며, 그들을 보호하고 정체성을 유지해주는 장소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불과 100여 년 전 일본에 주권을 빼앗겼다 되찾은 과거가 있는 국가이다. 또한 휴전 상태인 북한과의 관계 변화가 일어난다면, 냉전시대 이후 변동이 정체된 세계 지도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기도 하다. 북한, 주변국인 중국, 일본, 미국과의 관계가 끝없이 변화하는 지금, 국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에게 있어 국가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번쯤 깊게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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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의 막이 내릴 때 (저자 사인 인쇄본)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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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가출한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니혼바시서에 머무르는 가가 형사. 이야기의 시작은 오래 전 남편과 아들을 버리고 떠나 온 여인, 가가의 어머니 유리코로부터 시작된다.

가족을 보고 싶어 할 자격조차 없다고 자책하며 낮선 도시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그녀는 마지막까지 홀로 죽는다. 일하던 가게에서 만난 와타베라는 손님과 특별한 관계가 되지만, 어딘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는 유리코가 죽은 후 그녀가 일하던 가게의 사장인 야스요를 통해 아들인 가가에게 사망 소식을 전하고 홀연히 사라진다.

몇 년 후 교토의 어느 맨션에서 한 여성이 살해되어 시체로 발견이 되고, 그 맨션의 주인은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사라졌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또 하나의 사건이 발생한다. 그 장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하천 둔치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노숙자의 시체.

지방에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상경한 여인과 도쿄에 살고 있던 노숙자. 전혀 연관성이 없는 두 사람의 죽음 사이에 기묘한 의문을 느낀 마쓰미야 형사는 사촌인 가가 형사와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두 사건이 가가의 어머니의 흔적과 이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살해당한 오시타니 미치코의 동창이자 가가와도 과거 인연이 있었던 극단 연출가 아사이 히로미, 사라진 맨션의 주인 고시카와 무쓰오, 과거 유리코와 인연이 있었던 와타베와 신원을 알 수 없는 또 한명의 피해자. 그들은 대체 무슨 관계이고, 두 사람은 대체 누구에게 살해당 것일까?

이 사건은 누가 범인인가보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과사람 사이의 관계, 과거의 자신에 대한 후회, 가족에 대한 사랑, 사람들의 감정이 엉키고 헝크러져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람은 자신의 과거에서 결코 도망칠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의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부모와 자식,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다. 가족이 모두 같은 모습인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가족을 위해 목숨을 버릴 정도로 소중히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이들은 가족보다 자신을 우선시하기도 한다. 가족관의 유대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서로의 감정의 불일치가 큰 불행을 낳기도 한다. 다시금 나에게 있어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사건을 통해 오랫동안 궁금해왔던 어머니의 과거와 심정을 알게 되면서 가가의 삶의 관문 하나를 넘어 이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것 같다. 오랜 시간 여러 작품을 통해 예리한 관찰력과 추리력으로 침착하고 냉정하게 사건을 쫒지만 반대로 정도 많고 인간미 넘치며 가끔은 의외의 모습도 보여주어 이제는 친한 이처럼 느껴지는 가가형사 시리즈가 벌써 마지막이라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시 경찰청 수사1과로 돌아가는 가가 형사와 또 다시 어딘가에서 만나기를 기대해본다.

“한 방향에서만 바라보면 본질을 알 수 없는 법이야.

사람이나 땅이나.”(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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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세계 : 세상 별별 춤을 찾아 떠나는 여행 - 2020 세종도서 인문 선정도서
허유미 지음 / 브릭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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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정서, 감수성 같은 것들이 몸에 반영되어 오래 쌓이고 여러 사람 몸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레 춤사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그 춤사위는 그 지역의 땅이고, 물이고, 바람이고, 사람이다. 그렇게 귀중하게 빚어진다. (P93)

어느 나라나 각자 고유의 춤과 저마다의 몸짓을 가지고 있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저자는 스위스, 알바니아, 조지아, 중국, 인도, 발리, 아일랜드, 카자흐스탄, 일본, 고성, 서울,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춤과 사람, 문화, 그리고 삶을 들여다본다.

여행을 하다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바디랭귀지는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 춤은 몸으로 하는 말이다. 춤은 말과 또 다른 방식으로 그 나라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어준다. 인도의 바라타나티얌, 아일랜드의 탭 댄스인 스텝 댄스, 조지아의 양치기의 춤 칸즐루리, 상인의 춤 킨토우리, 알바이나의 민속 춤 발랴, 일본의 전위무용 부토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각국의 춤을 보면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의 단면을 만남과 동시에 세계가 얼마나 다양성 있는 곳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감정, 정서뿐 아니라 신앙심, 공동체,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표현하는데도 춤은 곧잘 사용된다. 인도의 전통춤 바라타나티얌은 춤을 통해 우주와 신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고, 마을공동체 단위로 의무적으로 출현하여야 하는 발리의 께착 춤 공연이나 다양한 의례는 발리의 마을공동체 질서가 얼마나 강한지 잘 보여준다.

이민족의 지배, 강제 이주, 전쟁으로 문화가 혼재 된 알바니아의 민속춤을 보다보니 문득 영화 ‘콜드 워’의 소비에트 연방국가들의 민속춤과 노래를 수집하여 만든 민속예술단의 흥겨운 공연장면과 동시에 공연의 지속을 위해 사회주의 국가의 지배자에 대한 찬양하는 공연을 해야 했던 장면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마오쩌둥이 중국을 지배하던 1960년대 영화로, 중앙국립중앙발레단 발레 작품으로 제작되어 대중적 작품으로 자리 잡은 ‘홍색낭자군’에 대한 춤을 보면서 춤과 예술이 그 시대의 사회, 정치적 측면과 결코 별개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춤이란 정서, 사상, 감정을 몸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라는 보통의 인식과 다른 의미의 춤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궁중춤 종묘제례악은 유교사상, 팔괘, 음양오행 등의 동양고전의 개념과 선조에게 예를 올리는 의미를 몸의 움직임을 통해 기호로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야간종묘제례를 꼭 한번 관람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세계란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춤의 세계가 얼마나 깊이 있고, 또한 즐거운지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책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QR코드를 통해 책 속에 등장하는 춤들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물론 이 여행의 가장 큰 주제는 춤이었지만, 그 이외에도 여러 장소 풍경, 삶이 담긴 사진들은 지금 당장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든다. 여행과 춤. 정말 멋진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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