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세계 : 세상 별별 춤을 찾아 떠나는 여행 - 2020 세종도서 인문 선정도서
허유미 지음 / 브릭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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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정서, 감수성 같은 것들이 몸에 반영되어 오래 쌓이고 여러 사람 몸을 거치다 보면, 자연스레 춤사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그 춤사위는 그 지역의 땅이고, 물이고, 바람이고, 사람이다. 그렇게 귀중하게 빚어진다. (P93)

어느 나라나 각자 고유의 춤과 저마다의 몸짓을 가지고 있다.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저자는 스위스, 알바니아, 조지아, 중국, 인도, 발리, 아일랜드, 카자흐스탄, 일본, 고성, 서울, 세계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춤과 사람, 문화, 그리고 삶을 들여다본다.

여행을 하다보면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에서 바디랭귀지는 소통에 큰 도움이 된다. 춤은 몸으로 하는 말이다. 춤은 말과 또 다른 방식으로 그 나라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되어준다. 인도의 바라타나티얌, 아일랜드의 탭 댄스인 스텝 댄스, 조지아의 양치기의 춤 칸즐루리, 상인의 춤 킨토우리, 알바이나의 민속 춤 발랴, 일본의 전위무용 부토 등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각국의 춤을 보면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의 단면을 만남과 동시에 세계가 얼마나 다양성 있는 곳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감정, 정서뿐 아니라 신앙심, 공동체,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표현하는데도 춤은 곧잘 사용된다. 인도의 전통춤 바라타나티얌은 춤을 통해 우주와 신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고, 마을공동체 단위로 의무적으로 출현하여야 하는 발리의 께착 춤 공연이나 다양한 의례는 발리의 마을공동체 질서가 얼마나 강한지 잘 보여준다.

이민족의 지배, 강제 이주, 전쟁으로 문화가 혼재 된 알바니아의 민속춤을 보다보니 문득 영화 ‘콜드 워’의 소비에트 연방국가들의 민속춤과 노래를 수집하여 만든 민속예술단의 흥겨운 공연장면과 동시에 공연의 지속을 위해 사회주의 국가의 지배자에 대한 찬양하는 공연을 해야 했던 장면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마오쩌둥이 중국을 지배하던 1960년대 영화로, 중앙국립중앙발레단 발레 작품으로 제작되어 대중적 작품으로 자리 잡은 ‘홍색낭자군’에 대한 춤을 보면서 춤과 예술이 그 시대의 사회, 정치적 측면과 결코 별개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춤이란 정서, 사상, 감정을 몸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드러내는 것이라는 보통의 인식과 다른 의미의 춤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궁중춤 종묘제례악은 유교사상, 팔괘, 음양오행 등의 동양고전의 개념과 선조에게 예를 올리는 의미를 몸의 움직임을 통해 기호로서 표현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야간종묘제례를 꼭 한번 관람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세계란 얼마나 넓고 다양한지, 춤의 세계가 얼마나 깊이 있고, 또한 즐거운지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책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QR코드를 통해 책 속에 등장하는 춤들을 동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물론 이 여행의 가장 큰 주제는 춤이었지만, 그 이외에도 여러 장소 풍경, 삶이 담긴 사진들은 지금 당장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게 만든다. 여행과 춤. 정말 멋진 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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