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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
엔리코 이안니엘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내가 처음으로 읽은 이탈리아 작가의 소설은 '조반니 과레스끼'의『신부님, 우리 신부님』이었다.
그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가 초등학생때였던 것 같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사촌 언니 오빠들이 있어서인지 당시 우리집에는 이런저런 어른들용 소설들이 많이 굴러다녔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몇권인가로 된 그 소설을 단숨에 읽었다. 신부님 돈 까를로와 읍장 빼뽀네의 티격태격 이야기. 아직 어린 내게 이탈리아의 문화는 그렇게 다가왔다.
당시 내게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탈리아라는 나라는 카톨릭 국가이고, 개그맨처럼 재미있지만 자기 주장이 확고한 멋진 신부님이 사는 나라로 기억되었다. 우리집이 카톨릭의 믿었기 때문에 언제나 성당에 가면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는 인자한 신부님과 소설 속 돈 까를로가 중첩되었는지도 모른다.
이 책 『원더풀 이시도로, 원더풀 라이프』를 읽으며 그때 그 소설이 생각난 건 뭔가 비슷한 분위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소설과는 확실히 다르다.
작가의 이력도 특이하다.
그는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배우이다. 희곡을 쓰기도 하고 TV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배우이기도하다. 이 소설의 그의 첫 소설인데 이탈리아의 권위있는 문학상이 '캄피엘로상'과 '반카렐라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우와~~~ 대단하다.

주인공 이시도로.
태어날 때부터 울음소리가 휘파람 소리처럼 '프리이~'하고 났던 아이다.
파스타를 만들 때 온갖 성인의 이름을 마구 마구 쏟아 내는 엄마.
그런 엄마에게 한 눈에 반한 아빠.
책의 서두 부분에 이탈리아어가 지닌 의미의 묘미를 살린 이름들이 난무하는데...
아.. 솔직히 각주로 이걸 일일이 읽으니 그 재밌는 느낌이 감소되었다. 아숩다.
이탈리아어를 배워야 했을까? --;
하지만 아쉽게도 100% 그 재미가 전달되지는 않아도 이탈리아인들의 재치와 유머를 어느 정도는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아빠는 늘 욕실에서 편지를 쓴다.
때로는 엄마에게, 때로는 이시도로에게, 때로는 대통령에게까지 말이다.
이 책에는 그런 욕실에서 쓴 아빠의 편지 일곱 통이 적혀있다.
그 편지 가운데 나는 아빠 퀴리오가 대통령에게 쓴 편지가 참 인상적이었다.
아빠는 당연히 이 편지가 대통령에게 전해지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지를 썼다.
---- 본문 중에서 ----
pp.136-138
이탈리아 공화국의 알렉산드로 페르티니 대통령께.
나중에 아름다운 우리 나라가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잖아요. 지금은 1980년 봄이에요. 아직도 주변에는 불의와 용인할 수 없는 것들이 무수히 많아요. 특히 이곳 남부, 내가 아는 남부의 사각지대에 말이죠.
당신께 열 살 된 제 아들 이시도로 라지올라를 맡기고 싶습니다. 아벨리노 지방의 마티넬라에 살고 있죠. 이 편지는 당신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인데 부탁을 한다는 게 조금은 이상하겠지만 실은 제가 사랑하는 두 사람을 연결시키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야 한다면 저는 당연히 당신을 위해 많은 눈물을 흘리겠죠. 하지만 꼭 그렇게만 되리란 법은 없잖아요. 인생은 짧으면서도 모르는 거니까요.
제게 그랬던 것처럼 제 아들의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세요.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계속 남아주세요. 정치하는 사람도 대통령도 아닌 사람다운 사람으로 살아가주세요. 저는 권력을 혐오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알랑방귀를 뀌고 아첨하며 문을 열어주는 하인처럼 권력을 사람보다 우선시하지 않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대통령님, 제 아들에게 사람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계속해서 가르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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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시도로지만 이시도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빠 퀴리노의 편지 형식을 빌어 세상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건.....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났다.
지진.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책을 읽을 때 우리나라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역대 초유의 사태로 수능까지 연기되었고, 포항주민들은 지금도 여진에 시달리고 있다.
아마도 그래서 더 공감이 갔는지도 모른다.
이시도로는 지진으로 결국 혼자가 되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지만 새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런 이시도로를 알아봐 준 엔초아저씨.
소설은 1,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이시도로와 엄마, 아빠 등 가족들의 소소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참 사랑스러운 가족들이다.
2부의 이야기는 지진이 발생하고 이시도로가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시도로는 힘겹지만 성장해 나간다.
그리고 아빠가 그러했듯 이시도로도 편지를 쓴다.
한 소년 개인의 성장이야기라기 보다는 이시도로의 가족을 둘러싼, 주변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픔과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는 희망.
날씨가 점점 추워진다.
포항에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은 마음도 추운데 몸도 추우실게다.
부디 하루 빨리 그 분들도 이시도로처럼 다시 희망을 가지고 일어나기를 바란다.
* 이 글은 현대문학의 서평단 문학독후로 활동하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솔직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