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머리에서부터 소설의 성격을 확고히 하고 있다. 페미니즘 소설!
페미니즘이라... 한동안 페미니즘 문화가 성행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이던 시절. 공지영작가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신달자작가의 『물 위를 걷는 여자』(이건 페미니즘문학에 들어가는지 잘 모르겠다) 등등등.... 여자~ 여자~ 여자~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많던 시절. 여성문학, 여성미술 등등... 패션에서도 페미니즘이 극대화되며 여성들의 댄디룩까지 등장했었다. (나 역시 학창시절 넥타이를 메고 다니고 넥타이를 수집한 적이 있다. ^^;) 모두들 '남녀평등', '여성상위시대' 등을 외쳤다. 커리어우먼이 멋지게 그려지는 반면, 여성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이 대비되기도 했다. 8명의 여성작가는 1970년대 중반생부터 가장 어린 최은영작가는 1984년생이다. 이들이 20대를 보냈을 시절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이 소설 속 인물들은 20-30년전의 페미니즘 문화가 성행할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물론 이전보다 조금 더 대담해졌고, 자신의 의사 표현을 명확히 하는 지 모르지만... 그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여성들의 사회는 아주 조금씩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20년 전 무슨 무슨 국가고시의 수석이 여성이면 매체들에서 여성이 수석을 차지했다고 들썩였다. 하지만 지금은 여성이 수석을 차지하는 일이 다반사며 여성 CEO들도 많다. 사회 속 커다란 틀에서 보면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 여성의 삶. 우리 할머니, 어머니, 나, 그리고 내 다음 세대들이 살고 있는 평범한 여성들의 삶은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 돌 듯이 돌아가는 것 같다. 아주 미세한 변화를 주면서.....
옴니버스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 편하다. 『1982년생 김지영』으로 요즘 그 누구보다 화제의 소설가로 떠오르고 있는 조남주 작가의 『현남 오빠에게』. 『쇼코의 미소』로 작년부터 여기저기서 호평이 들리는 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나쁜 피』로 가족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 보게 해 준 김이설 작가의 『경년』. 『임시 교사』에서 잔잔하게 한 여인의 삶을 보여주었던 손보미 작가의 『이방인』.『위저드 베이커리』로 국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로도 번역되어 중남미 문학계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는 구병모 작가의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그 밖에도 최정화 작가의 『모든 것을 제자리에』, 김성중 작가의 『화성의 아이』. 이렇게 모두 7명의 여성작가가 이야기하는 여인들의 이야기.각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세대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다. 하지만 모두 여성들이고 그들은 피해자의 분위기를 띠고 있다. 어느 날부터 페미니즘에 좀 지쳤었다. 여성이 90% 이상인 회사를 다녔고, 그런 업계에서 일했다. 지금 일하고 있는 분야 역시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남성들이 대부분인 회사에서 경험한 여성들의 느낌을 잘 모른다. 물론 여성들이 대부분인 회사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여성들끼리의 차별과 시기와 질투가 있다. 무자게 피곤한... ----------------------------p.38『현남오빠에게』마지막 부분. 오빠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나를 돌봐줬던 게 아니라 나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었더라. ------------------------------과연 주인공은 현남오빠만 탓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 눈이 가는 건 우리 주변에 흔히 보이는 우리들 삶의 한 부분을 작가가 너무도 잘 포착해서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최은영 작가의 『당신의 평화』에서 딸인 유진도 엄마인 정순도 갈구하는 여성들의 평화. 그러나 서로 다른 방향의 평화. 어쩌면 나의 엄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김이설 작가는 갱년기라 일컫는 한자를 '경년'으로 해석함으로써 갱년기 중년여성의 모습을 그렸다. 요즘들어 미술에도 문학에도 음악에도 복고풍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2-30년전의 들끓었던 민중미술, 단색화가 다시 주목을 받고, 여전히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공감하며, 이렇게 페미니즘소설을 읽으며 다시금 제자리 걸음인 여성들의 이야기에 젖어든다. 인간의 삶이 어차피 돌고도는 것이기 때문일까? 신선하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공감가는.. 항상 식탁에 오르지만 그래도 늘 손이 가는 멸치볶음같은 소설이다. * 이 글은 다산북스의 서평단 나나흰으로 활동하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