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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
홍동우 지음 / 지우 / 2023년 10월
평점 :
‘교회답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교회답지 않음’이라는 부정명제에서 출발한다. 교회답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는 바로 교회 내의 ‘다툼’이다. 그런데 이 다툼은 교회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과 부정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교회에 대한 사랑과 열정에서부터 비롯된 불협화음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불협화음에 대해 ‘가르침(내용), 리더십(권위), 우리(구성원)’의 세 가지 차원에서 설명한다.
먼저, 교회 내에서의 가르침은 신앙의 ‘재구성’을 겪는 구성원(특히 인생의 여러 전환기-취업, 결혼 등-에 접어든 성도)으로 인해 마찰을 겪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신앙의 재구성을 치열하게 겪은 욥과 그런 욥과 논쟁했던 세 친구(+엘리후)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시각에서 해석했던 하나님(욥의 고백을 빌리자면 ‘귀로만 들었던’ 하나님)을 넘어서서 참 하나님(다시 욥의 고백을 빌리자면 ‘눈으로 뵙게 된’ 하나님)을 경험하는 과정을 치밀하게 살핀다.
두 번째는 리더십의 문제다. 교회 내의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결국 ‘권력’ 즉 주도권을 쥐고자 하는 다툼이다.(105쪽) 저자는 갈라디아서와 로마서의 내용을 토대로 초대 선교현장에서 발생한 주도권 문제를 신학적으로 접근한 바울의 예를 살폈다.사도 바울은 문제 상황 가운데 옳고 그름을 판별하고 이에 따라 어느 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을 대신하여 ‘그리스도 안에서’ 교회가 공존할 수 있어야 함을 역설하였다. 이것이 바로 ‘이신칭의’의 역사적, 맥락적 의미이다.
이 부분에서 가장 인상적인 성경적인 해결방안은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전환’시킨 것이다.그 구체적인 예시로 사도들이 맛디아를 제비뽑기로 사도로 임명한 것(의사결정을 하지 않기로 ‘의사결정’을 한 예)과 일곱 집사를 세운 것(권한을 내어주는 데 ‘권한’을 사용한 예)을 든다. 이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다른 목소리를 배척하는 것을 넘어선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교회란 곳은 갈등을 해결해야만 하는 곳이 아니라, 적절히 갈등을 관리해야 하는 곳이다. 십자가의 리더십은 리더가 갖춰야 할 기술이 아니라 삶에서 실천해야 하는 삶의 태도이며 영성이다.’
마지막 세 번째는 ‘우리들’ 즉, 교회 구성원의 문제다. 성도는 어떠해야 성도다운 것일까? 저자는 ‘돌밭’과 ‘반석’이라는 두 동일한 어근에서 출발하는 ‘베드로’를 조명하며 성도의 성도다움에 대해 말한다. 성도는 베드로와 같이 돌밭과 반석이 혼합된 몸이다. 교회는 한낱 걸림돌에 불과한 돌밭들을 불러모아 그들의 죄를 용서하고 그들을 회복시키는 곳이다. 예수님이 그렇게 하셨다.
책을 읽으며 처음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가끔은 저자의 다소 도발적인 표현들에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가장 공감이 되는 말은, 교회 내에서 다툼이 생기는 원인이 그들의 ‘진심’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각자의 교회를 향한 열심과 사랑이 ‘그들 자신’의 열심과 사랑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는, 혹은 성도는 이러해야 하지 않나?’라는 기준에 집중했던 나에게 주님은 이 책을 통해 나의 성도됨의 ‘자격’은 어디에 있는지를 돌아보게 하신다.
교회는 죄인들이 모인 곳이다. 앞으로도 교회는 문제투성이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통해 하나님을 바라보는 것이다. 다른 어떤 세상의 조직보다 교회는 사랑이 가득한, 사랑하기 위해 조직된 공동체가 될 때, 우리는 우리 속에서 발견하는 ‘교회답지 않음’으로 인해 다투기보다 더욱 서로를 위해 눈물 흘리고 서로를 보듬어 안아줄 수 있게 될 것이다.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그리스도 안에 거하기를 간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