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신화
김준 지음 / 파지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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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누구나 한번쯤은 봤을 SBS 방영 <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 가디언 > 애니메이션은 2002. 12월에 첫 방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텔레비전에서 우연히 봤을 때 나는 20대 초반이었음에도, 무척이나 재미나게 봤다. 보면서도 늘 들었던 생각은 '이런 애니메이션이 좀 더 빨리 나왔더라면, 내가 그리스로마신화를 이해하기가 한결 쉬웠겠다'라는 아쉬움이었다. 그 당시는 서양 신화를 책으로만 접했기에 내용도 방대하고, 읽고 돌아서면 내용을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영상으로 만난 신들은 이미지화되면서 등장인물들을 더 친숙하게 만나고 복잡했던 신화를 더 쉽게 이해하게 해주었다.


내가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이렇게 길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오늘 소개할 책이 < 그리스 로마 신화 올림포스 가디언 > 애니메이션을 감독 겸 프로듀서한 김준 저자이기 때문이다. 저자 김준 님은 방송에는 다 담지 못한 진한 이야기, 때론 잔인하거나 무거운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애니메이션에서 다루지 못해 아쉬웠던 인물, 단어의 기원과 저자의 통찰이 담긴 책이다. 그리고 각 주제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_ 사건 중심이 아닌 인물 중심의 서사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다. 47개의 짧지만 강렬한 내용의 에피소드를 읽고 나면 각 관련 신들과 인물들의 약전(略傳: 간략한 전기 )를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것 같다. 우리에게 익숙한 제우스의 정식 아내 '헤라'편에서는 제우스와 헤라의 이야기뿐 아니라, 헤라의 자식들 이야기, 헤라가 아낀 공작새, 관련된 일화와 그 속에 담긴 의미, 단어의 유래가 알차게 들어있다.


헤라의 신성한 새는 '공작'인데 공작 깃털의 무수한 눈 무늬는 원래 '아르고스 파놉테스'라는 이름의 거인의 것이었다고 한다. 100개의 눈이 있고 잘 때도 50개의 눈은 뜨고 있으며, 헤라의 감시병이었다. 제우스의 연인 '이오'를 감시했는데, 헤라의 기척을 느낀 제우스가 이오를 암소로 만들었고, 헤라는 그 암소를 달라고 한다. 헤라는 그 암소를 자신의 감시병에게 맡겼는데,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보내고 피리 소리와 긴 이야기를 들은 아르고스의 마지막눈이 감기는 순간 그를 죽인다. 헤라는 아르고스의 죽음을 슬퍼하며, 공작의 깃털에 100개의 눈을 박아 넣었다. 18세기 영국철학자가 설계한 원형 감옥의 이름 '파놉티콘'는 여기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로마인들은 헤라를 '유노(Juno)라 불렀는데, 영어 준(June)이 결혼과 가정의 여신 헤라에서 유래했으며, 6월은 결혼의 달이 되었다. '6월의 신부'라는 말은 여기서 온 것이다.


그 외 헤라와 제우스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해서 여기서는 생략하지만, 책에는 핵심적인 내용이 모두 담겨있다.


_ 신화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시시포스'는 원래 코린토스의 왕이었다. 당대 시인들은 그를 '가장 교활한 인간'이라 했고, 호메로스는 그를 '교활한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교활한 자'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후대 작가들도 그를 사기꾼, 거짓말쟁이, 약속을 어기는 자로 그렸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당대 유대한 인물들이 '시시포스'에게 너무 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시시포스'는 평생 반복해서 큰돌을 언덕 위로 밀어올리는 떨어진 바위를 다시 올리는 행위를 죽을 때까지 반복해야 했다.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는 불행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신에게 반기를 드는 행위는 영리한 인간이 아니라 교활한 인간, 약속을 어긴 자로 평가된다는 것을. 인간이 신을 거역하는 일은 용납되지 못하는 것이 신화이다. 그것도 제우스를 속이고, 죽음의 신과 저승의 여왕까지 속였다.


이 책에서 또 좋았던 점은, '시시포스'하면 알베르 카뮈 <시지프 신화 >를 묻지 않을 수 없는데, 그 부분에 대해 책에서는 논한다. 신화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지어서 유명한 고전과 만나는 시간은 개인적으로 뜻깊었다. 부조리를 논하면서 시시포스의 반복된 행위에서도 그는 행복했을 것이라는 저자의 의견에서 나의 개인적인 견해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인적으로 부조리는 동의하지만, 시시포스가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돌을 밀어야 하는 곳이 평지는 아니지 않는가. 평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덕 위로 올린 돌이 다시 떨어지고, 다시 올려야 했다. 차라리 인생은 고통이고 그것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불교의 진리가 더 와닿았다.


_ 여러 가지 판본에 대해서도 설명도 들어있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읽다 보면, 책마다 다른 설명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여러 가지 이야기의 다양한 판본에 대해서 기술해놓았다. 예를 들어 헤라의 아들인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의 탄생 유래는 제우스없이 혼자 낳았다는 판본과, 제우스의 자식이라 여기는 판본이 존재한다.


트로이의 전쟁이 일어나게 된 시초인, 신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여신 '에리스'의 출생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는 전쟁의 신 아레스의 누이이며 제우스와 헤라의 딸이다. 하지만 다른 판본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에서는 닉스가 짝없이 혼자 낳은 딸로 등장한다고 한다.


이처럼 판본이 여러가지일 경우, 그 이야기가 다 적혀있어서 더 이해가 잘 되었고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처음 책을 받았을때, 책이 다소 조그마해 보였다. 그 안을 들여다보니 이 작은 책에 정말이지 방대한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밑줄을 그었는데, 사실 모든 부분이 다 중요할 만큼, 군더더기가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중간중간 들어있는 삽화도 인상적이었다.


신들이 막장인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더 깊은 막장의 세계를 둘러본 기분이다. 애니메이션에는 다 담지 못한 이야기들이 빼곡히 숨어 있다. 신들을 더 이해하게 되기도 했다. 여러 부분에서 가혹해 보이는 신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행동을 이해하게 되었기에 책은 설득력도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재미와 지식을 한 번에 얻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내가 몰랐던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와 관련 언어의 유래는 상식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었다. 주제별로 골라 읽을 수 있는 점도 좋았고, 역시나 신화는 너무도 재미있어서 금방 읽게 된다.


책은 이 한 권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 권은 아직 출간되지 않았지만, 더 낯선 인물, 더 먼 별, 더 오래된 이야기로 찾아온다고 하니 다음 책도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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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신화
김준 지음 / 파지트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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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의 몰랐던, 더 깊숙이 숨겨진 이야기가 담겨있다. 매우 흥미로워서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얻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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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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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작가 '크리스틴 해나'는 미국의 밀리언셀러 작가이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변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책으로는 ⟪ 나이팅게일 ⟫ ⟪ 사방에 부는 바람 ⟫ ⟪ 나의 아름다운 고독 ⟫ 이 있다. ⟪ 나이팅게일 ⟫ 은 영화 제작 중이며 2027년 2월에 개봉 확정이라고 하니, 이 책도 리스트에 넣어야겠다. 그런데 이 작가 책은 죄다 벽돌책(?) 사이즈로 책 두께가 있다. 이 책 ⟪ 더 우먼 ⟫도 그랬는데, 그래도 몰입도가 있고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금세 읽어 나갔다.


소설을 읽으려면, 역사적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이 책의 작가도 최대한 철저한 고증을 통해 글을 썼다고 한다. 소설에 언급된 병원들과 지명은 모두 실제 한다.

1954년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베트남이 일시적으로 남북으로 나뉘게 된다.

( 북베트남 : 호찌민이 이끄는 공산주의 / 남베트남 : 반공산주의, 미군 지원 )

그 후 베트남 전쟁은 통상 1955~1975년, 남베트남이 패망하면서 종결되었다. 미군은 1955년 남베트남에 지원 시작, 1965년 3월 통킹만 사건을 계기로 본격 참전하기 시작했다.

( *참고로 한국군은 1964년 비전투부대를 파병을 시작으로, 1965년 10월 전투부대 본격 파병하였으며, 1973년까지 약 8년간 베트남에 참전했다고 한다 )


아시아의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참전한 미국의 군인들은 약 270만 명, 그중 전사자는 약 5만 8천 명(기타 사망자 포함)이며, 부상자는 약 15만 명, 실종자 약 2,500명이라고 한다. 한국군의 전사자는 약 5천 명이며, 부상자는 약 2만 명이다. 그리고 이름 모르게 사라져 버린 베트남 민간인들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고 한다.


소설은 냉전시대. 1966년 5월 캘리포니아 코로나도섬의 어느 저택 평화로운 파티 풍경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 파티에는 여주인공 '프랭키'와 영혼의 단짝처럼 사이가 좋은 친오빠 '핀리'가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핀리의 친구 '라이 윌시'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왜 여자들은 웨딩드레스 차림 사진만 있죠?" 라이가 물었다.

"이건 영웅들의 벽이거든요. 조국에 봉사하느라 치른 희생을 기리는 공간이에요."

"여자들도 영웅이 될 수 있는데요."

p.14


조국에 대한 봉사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 아직은 여성에게 현모양처가 되어 예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절이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저 한마디가 여주인공의 마음에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프랭키는 정식 간호사로 일하던 중이었는데, 그녀의 결심은 굳어져가고 육군간호부대에 입대 신청을 하게 된다. 영혼의 단짝처럼 사이가 좋았던 친오빠 핀리는 벌써 베트남으로 파병되고 난 후였다.


부모님은 아들을 대견해한 것만큼이나 딸을 기특해하리라.

어려서부터 군 복무는 집안의 의무라고 배우며 자란 것을. p.24


베트남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부모님도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 생각하며 결국 1967년 베트남으로 떠나게 된다. 기초 군사 훈련만 받고 도착한 베트남은 생각보다 힘든 여정의 시작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습하고 더운 날씨, 총소리와 포탄이 난무하고, 언제 격추될지 모르는 헬기를 타고 이동한다. 그녀는 36병원으로 후송되고 그곳에서의 간호장교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젊음이 사랑받는 나라에서 우리는 20대가 지나기도 전에 젊음을 잃었다. 우린 거기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걸 배웠고, 그건 영원이라는 개념을 지워버렸다. 우린 인간의 약함, 자신의 어두운 면을 대면했다. 전쟁은 우리의 신념을 파괴했고, 우리의 신뢰를 저버렸으며, 우리를 주루 사회 밖으로 밀어냈다. 우린 여전히, 온전히 그곳에 속해 있지 않다. 언제까지나 그럴까 염려스럽다. p.381


PART 2는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프랭키가 세상과 그리고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자기 자신과 싸워나가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베트남전에 여성은 투입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곳 최전방에서 죽음을 목도하고 치열하게 살아냈다. 다친 병사들을 치료해서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누구보다 열심히 복무에 임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여성 간호장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베트남전쟁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전투에 참전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전쟁 후 그녀에게 남은 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불안정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참전용사들이 모이자, 서로 공유한 과거가 되살아났다. 모든 고통, 상실, 방황, 치욕.

더 이상 이런 생각은 금물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p.461


영미문학 특유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야기는 책에 집중해서 읽게 만들고 파트 1에서는 긴장감을 놓지 않난다. 파트 2에서는 한 사람의 역동적인 삶과 대비되게 지난한 시간들이 이어진다. 그 시간들을 이겨내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이 애처롭기도 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책의 배경인 베트남 전쟁처럼, 이야기는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전쟁의 참혹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겪어보지 못한 전쟁이라는 상황을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되었다. 평화의 시대에 사는 내가, 혼란했던 냉전시대를 이 책 한 권으로 이해했다고 한다면, 매우 주제넘는 건방진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그 당시 참전 군인 용사들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그들의 노고를 헤아려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들었던 생각은 어김없이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라는 결론이다. 그 어떤 합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전쟁은 모두에게 아픔, 상처, 상실, 두려움, 고통만을 안겨준다.

또, 임레 케르테스 ⟪ 운명 ⟫이 생각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치 수용소에서 힘든 시간을 이겨낸 주인공에게 주변 사람들은 수용소에서의 일을 잊으라고 한다. 주인공은 그 말이 너무 화가 나고 분노가 일어난다. 어떻게 그 시간들을 잊을 수 있을까.


⟪ 더 우먼 ⟫의 종군간호사들도 마찬가지 심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죽음과 함께했던 전장의 삶을 그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아 그들은 분노의 감정이 일어난다.


상황은 다르지만, 내 삶을 부정당한다면 나조차 울분에 찰 것 같다. 그 삶이 가장 치열했던 삶이었고, 내 생의 모든 것을 바꿔놓은 잊을 수 없는 일이라면 말이다.


' 이제 힘든 일은 그만 잊어버려.' 나는 이런 말을 절대 하지 않아야겠다. 때로는 어떤 위로의 말이 더 큰 상처를 불러올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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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법정 스님의 무소유 잠언집 - 스페셜 아포리즘, 법정 스님이 옮긴 <진리의 말씀> 법구 108경 수록
김세중 편저 / 스타북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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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어렸을 때 재능출판에서 나온 ⟪성철 스님은 내친구 ⟫라는 어린이용 소설책을 읽었다. 이제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책이 되어버렸지만, 그 책을 읽으면서 예쁜 마음을 품었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 스님하면 언제나 법정스님을 떠올렸다. 힘든 시기에 길상사에 방문했을 때는 마치 법정스님의 온화한 마음에 들어온 느낌마저 들어 힘을 낼 수 있었다.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무소유'를 실천하신 우리나라 대표 스님 두 분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볼 수 있다니! 귀한 기회처럼 여겨졌다. 저자 김세중 님은 성철, 법정 두 스님의 고결한 발자취와 말씀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를 책에 담으셨다. 무소유의 삶 속에 깃든 행복을 함께 누리고자 하시면서 이 책을 편찬하셨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보다 성철스님과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점이었다.

성철스님의 핵심을 꿰뚫는 명법문, 뼈아픈 말씀, 투박한 설법은 강렬한 울림을 주시고, 법정스님의 오랜 수행 끝에 얻은 온화하고 진솔하며, 진심 어린 충고는 마음에 위로를 가져다주었다.


< 성철 스님의 서슬 퍼런 충고들 >

우리 중생들이 제 욕심의 업장을 가득 짊어진 채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의 마음이란 그저 온갖 오물이 가득 찬 시커먼 '똥물바가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실망할 것 전혀 없습니다, 그 추한 바가지라 할지라도 구도자가 포기하지 않고 맑은 물로 씻어내고 또 씻어내어 부지런히 닦아내면, 언젠가는 오물이 전부 빠져나가 다시 깨끗한 새 바가지가 되는 법입니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지극한 우주의 청정수를 가득 담아 기쁘게 나누어 마실 수 있는 귀한 그릇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p.104


갓 결혼한 두 부부여, 똑똑히 들으시오. 행복한 가정을 일구어 나가려면 집안에 엄격한 영혼의 우선순위 질서가 바로 서야 마땅합니다. 첫째는 내 부모나 자식보다 내 눈앞의 소중한 아내와 남편의 존재를 내 목숨처럼 가장 첫번째로 우선시하여 아끼고 사랑할 것, 두 번째는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늙으신 부모님을 그다음으로 우선시하여 지극정성으로 모실 것, 세 번째는 내가 책임지고 키워야 할 소중한 자식들을 그다음 순위로 우선시하여 올바르게 교육할 것.

이 세 가지 신성한 영혼의 우선순위를 두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칼날처럼 지켜나가야만 비로소 집안에 모든 마장이 사라지고 온 가정이 편안해지는 법입니다. p215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내 이익을 위해 털끝만큼이라도 남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해치면 거대한 우주의 인과 저울은 그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기억해 두었다가 언젠가는 반드시 내가 그 무서운 해와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받게끔 만듭니다. p.156



성철스님의 호통과도 같은 말씀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회초리를 들지 않아도 강단있는 충고와 조언은 무엇보다 현시대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종을 울리는 성철스님의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법정스님의 깊이 있는 말씀들 >

구도자들이여, 내 갈 길 앞에 사소한 장애물과 시련이 아예 없기를 바라는 나약한 기도를 하늘을 향해 올리지 말라. 내 인생을 가로막는 모진 장애물이야말로 알고 보면 내 영혼을 영원한 대자유로 인도해 줄 가장 확실한 '해탈의 길로 이어진 위대한 골목길'이기 때문이다. p.176


"우리가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는 일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경계해야 할 일은, 바로 나 자신의 게으름과 이기심에 타협하는 일." p.44


그릇을 깨끗이 텅 비우고 있어야만, 비로소 거기 우주의 맑은 울림이 깃드는 법이다. 내면의 맑은 영혼의 울림이 살아있어야만, 비로소 인간의 삶은 매일 신선하고 활기찬 생명력으로 꿈틀거릴 수 있는 것이다. p.166


두번째로 좋았던 점은 전래동화, 실제 일어난 사건 등 다양한 예시를 든 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두 스님의 말씀을 더 깊이 새겨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전래동화 ' 의좋은 형제'가 있습니다. 늦가을 밤, 형은 새로 살림을 차림 아우의 양식이 모자랄까 봐 자신의 볏짚을 몰래 나르고, 아우는 식솔이 많은 형님을 걱정해 자신의 볏짚을 형님의 논에 남몰래 옮겨 놓습니다. 다음날 아침, 볏짚의 양이 그대로인 것을 이상하게 여긴 형제는 깊은 밤 길을 나섰다가 달빛 아래서 마주치게 됩니다. 서로를 위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형제는 눈물 속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우애를 확인합니다. p.18


잊었던 고전 전래동화를 만나 기뻤다. 요즘처럼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바쁜 세상에 전래동화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게 느껴졌다. 위의 전래동화는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였지만, 그 뜻을 잊고 생활한지 오래였고, 순수한 마음이 되살아나는 기분마저 들었다. 아무런 욕심없고, 순박한 이야기속에 백 마디 말보다 속 깊은 정을 느끼게 한다.


세 번째로 좋았던 점은, 책 속에 많은 잠언이 들어있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말씀 외에도 수많은 지혜로운 불교 경구가 담겨있다. 주제에 따라 좋은 문구를 따라 읽고 마음을 평화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탐욕이 가득한 세상에 살면서도 탐욕에 물들지 않으니

내 삶은 이미 평안하다.

모든 사람이 탐심을 품고 살아가더라도

나 혼자라도 탐욕 없이 살아가리라

- 법구경 p.16-


억울함을 당해도 굳이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나니,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써 수행의 문을 삼으라.

이와 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장애 가운데서 해탈의 도를 얻으라' 하셨느니라.

- 보왕삼매론 p.271 -


마지막으로 책의 맨 뒤에 < 스페셜 아포리즘 >으로 법정 스님이 옮긴 ⟪진리의 말씀 ⟫ 108경이 들어있다. 어머니가 절에 다녀오시고 가져와서 집 현관에 걸어두었던 친숙한 글도 들어있었다. 108경의 아포리즘 안에는 삶의 진리와 통찰이 담겨있다. 이 경구만 읽고 있어도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왠지 성철스님의 일침을 가하는 말씀들이 마음에 쏙쏙 들어왔다. 요즘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남에게 충고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또 남에게 어설픈 충고를 듣는 것도 힘든 요즘이다. 이럴때 성철스님의 직설적이면서 마음을 깨우는 말씀이 위로와 함께 내 삶을 각성하게 만든다. 이런 책은 옆에 두고 자주 꺼내들어야 한다. 나태해져가는 나에게 꼭 필요한 말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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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단편선 ㅣ 소담 클래식 8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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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작년에 러시아 문학에 빠져 즐겨 읽곤 했다. 점잖고 지혜로운 톨스토이의 문장과 그에 비해 자유분방하게 느껴졌던 푸시킨, 단편의 대가 안톤 체 호프,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헤친 도스토옙스키까지. 러시아 문학은 여전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충분히 그럴만한 대작들로 넘쳐난다. 나는 아직 읽어야 할 러시아 문학이 많이 남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보고 큰 충격을 받기도 했는데, 그 책이 <지하로부터의 수기 >이다. 처음에는 아무 말 대잔치 같았지만, 주인공의 가장 못난 모습까지 낱낱이 까발리는 글에서 인간의 민낯을 온전히 드러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도스토옙스키를 애정하게 되었다.


이번에 만난 책은 소담출판사에서 나온 ⟪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으로 세 편의 작품이 들어있다.


도스토옙스키 단편은 처음인데, 그가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었다니. !

몰랐던 작가의 다른 모습, 아니 생소한 모습을 만난 기분이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만에 금방 읽어버렸다.


< 백야 >

수많은 별들이 아로새겨진 밝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 아래 온갖 성마른 사람들과 변덕스러운 사람들이 살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p.9


그리고 나는 태어나서 적어도 두 밤은 제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세상이 얼마나 냉담해지는지 지켜보아라! 또다시 몇 해가 지나고 고독이 찾아올 테지.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는 노년기가 올 테고 그 뒤엔 쓸쓸함과 슬픔이 찾아오겠지. p.55


페테르부르크에 공상을 즐겨하고 친구가 없으며 늘 혼자다니는 외로운 한 남자가 살고 있다. 이 도시에서 이방인처럼 떠돌던 남자는 어느 날 운명처럼 한 여성과 대화를 하게 된다. 여성의 이름은 나스텐카. 여자와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는 남자에게는 나스텐카와의 대화만으로도 그의 하루가 충만하게 행복하다. 나스텐카는 남성의 이야기를 성심껏 들어주고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고 공감해 준다. 그런 그녀에게 조금씩 빠져든 남성은, 나스텐카와 이야기하던 중 그녀에게는 좋아하는 다른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백야(白夜) : 밤이 되어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고 밝은 상태가 계속되는 현상


주인공 남자는 '어제가 우리의 세 번째 만남이었고, 세 번째 백야였다. ' 라는 말을 한다. 작품 제목도 < 백야 >인데, 나는 이 작품에서 백야가 의미하는 바가 잠들지 못하는 밤이라고 생각한다. 설레어서 잠을 설치기도 하고, 그 사이에 고독이 엄습해와서 잠 못 이루는 주인공의 내면을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 사랑한다는 말을 장황하게, 그리고 길게 설명한다면 그건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백에 대한 대답으로는 남자보다 여자의 답이 더 짧을 수 있다.


<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 >


너구리털 외투를 입은 한 신사가 긴 외투를 입은 젊은 남성과 우연히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눈치 없이 재잘재잘 거리는 신사와 그의 다급함에 어느새 빠져버린 젊은 남성은 어느새 콤비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질투에 눈이 먼 신사는 자신이 아는 지인의 부인이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며 그녀의 뒤를 밟고 있었다. 청년은 이해할 수 없어 되묻고, 신사는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원래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지 질문 폭격을 한다. ㅎㅎ


제목부터 흥미로운 이 단편은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이런 면이 있었다고?라며 놀라게 되는 단편이다.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의 소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가의 작품 중에 이런 웃긴 작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는 언젠가 운명적인 재난과

압박에 대해 상세히 말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질투라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열정이다.

더욱이 불행하기까지 한 감정인 것이다.

- 책 안에서


도스토옙스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겁고 비극적인 느낌이 대부분이다. ⟪ 죄와 벌 ⟫의 경우는 도무지 한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 단편들은 작가가 체포되어 감옥으로 보내지기 전의 작품들이며, 그래서인지 작품이 밝은 느낌이었고, 서정적이기도 했다. 작가의 삶이 좀 더 윤택하고 밝았더라면 그의 작품 세계는 달라졌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본래 사랑에 대해 즐겨 이야기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책에는 작가의 작은 희망과 따스함이 남아있으니 삶이 그를 시험하기 전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꼭 읽어봤으면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젊은 글과 밝은 면을 만나고 싶은 독자이거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고 싶지만 암울하고 심각한 소설이 싫은 경우 이 책을 추천한다. 또 도스토옙스키 입문작으로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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