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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우먼
크리스틴 해나 지음, 공경희 옮김 / 알파미디어 / 2026년 7월
평점 :
[컬처블룸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작가 '크리스틴 해나'는 미국의 밀리언셀러 작가이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변호사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소설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책으로는 ⟪ 나이팅게일 ⟫ ⟪ 사방에 부는 바람 ⟫ ⟪ 나의 아름다운 고독 ⟫ 이 있다. ⟪ 나이팅게일 ⟫ 은 영화 제작 중이며 2027년 2월에 개봉 확정이라고 하니, 이 책도 리스트에 넣어야겠다. 그런데 이 작가 책은 죄다 벽돌책(?) 사이즈로 책 두께가 있다. 이 책 ⟪ 더 우먼 ⟫도 그랬는데, 그래도 몰입도가 있고 집중해서 읽게 만드는 힘이 있어서 금세 읽어 나갔다.

소설을 읽으려면, 역사적 배경지식이 필요했다. 이 책의 작가도 최대한 철저한 고증을 통해 글을 썼다고 한다. 소설에 언급된 병원들과 지명은 모두 실제 한다.
1954년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베트남이 일시적으로 남북으로 나뉘게 된다.
( 북베트남 : 호찌민이 이끄는 공산주의 / 남베트남 : 반공산주의, 미군 지원 )
그 후 베트남 전쟁은 통상 1955~1975년, 남베트남이 패망하면서 종결되었다. 미군은 1955년 남베트남에 지원 시작, 1965년 3월 통킹만 사건을 계기로 본격 참전하기 시작했다.
( *참고로 한국군은 1964년 비전투부대를 파병을 시작으로, 1965년 10월 전투부대 본격 파병하였으며, 1973년까지 약 8년간 베트남에 참전했다고 한다 )
아시아의 공산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참전한 미국의 군인들은 약 270만 명, 그중 전사자는 약 5만 8천 명(기타 사망자 포함)이며, 부상자는 약 15만 명, 실종자 약 2,500명이라고 한다. 한국군의 전사자는 약 5천 명이며, 부상자는 약 2만 명이다. 그리고 이름 모르게 사라져 버린 베트남 민간인들의 수는 헤아릴 수가 없다고 한다.

소설은 냉전시대. 1966년 5월 캘리포니아 코로나도섬의 어느 저택 평화로운 파티 풍경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 파티에는 여주인공 '프랭키'와 영혼의 단짝처럼 사이가 좋은 친오빠 '핀리'가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핀리의 친구 '라이 윌시'에게서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왜 여자들은 웨딩드레스 차림 사진만 있죠?" 라이가 물었다.
"이건 영웅들의 벽이거든요. 조국에 봉사하느라 치른 희생을 기리는 공간이에요."
"여자들도 영웅이 될 수 있는데요."
p.14
조국에 대한 봉사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 아직은 여성에게 현모양처가 되어 예쁜 가정을 꾸리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절이었다.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저 한마디가 여주인공의 마음에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프랭키는 정식 간호사로 일하던 중이었는데, 그녀의 결심은 굳어져가고 육군간호부대에 입대 신청을 하게 된다. 영혼의 단짝처럼 사이가 좋았던 친오빠 핀리는 벌써 베트남으로 파병되고 난 후였다.
부모님은 아들을 대견해한 것만큼이나 딸을 기특해하리라.
어려서부터 군 복무는 집안의 의무라고 배우며 자란 것을. p.24
베트남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부모님도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 생각하며 결국 1967년 베트남으로 떠나게 된다. 기초 군사 훈련만 받고 도착한 베트남은 생각보다 힘든 여정의 시작이다. 숨이 턱턱 막히는 습하고 더운 날씨, 총소리와 포탄이 난무하고, 언제 격추될지 모르는 헬기를 타고 이동한다. 그녀는 36병원으로 후송되고 그곳에서의 간호장교로서의 삶이 시작된다.
젊음이 사랑받는 나라에서 우리는 20대가 지나기도 전에 젊음을 잃었다. 우린 거기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걸 배웠고, 그건 영원이라는 개념을 지워버렸다. 우린 인간의 약함, 자신의 어두운 면을 대면했다. 전쟁은 우리의 신념을 파괴했고, 우리의 신뢰를 저버렸으며, 우리를 주루 사회 밖으로 밀어냈다. 우린 여전히, 온전히 그곳에 속해 있지 않다. 언제까지나 그럴까 염려스럽다. p.381

PART 2는 베트남 전쟁에서 돌아온 프랭키가 세상과 그리고 전쟁 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자기 자신과 싸워나가는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베트남전에 여성은 투입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녀는 그곳 최전방에서 죽음을 목도하고 치열하게 살아냈다. 다친 병사들을 치료해서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누구보다 열심히 복무에 임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여성 간호장교를 인정하지 않는다. 게다가 베트남전쟁에 대한 여론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전투에 참전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전쟁 후 그녀에게 남은 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불안정한 생활의 연속이었다.
참전용사들이 모이자, 서로 공유한 과거가 되살아났다. 모든 고통, 상실, 방황, 치욕.
더 이상 이런 생각은 금물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p.461

영미문학 특유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야기는 책에 집중해서 읽게 만들고 파트 1에서는 긴장감을 놓지 않난다. 파트 2에서는 한 사람의 역동적인 삶과 대비되게 지난한 시간들이 이어진다. 그 시간들을 이겨내기 위한 주인공의 노력이 애처롭기도 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책의 배경인 베트남 전쟁처럼, 이야기는 쉴 새 없이 휘몰아친다. 전쟁의 참혹함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겪어보지 못한 전쟁이라는 상황을 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되었다. 평화의 시대에 사는 내가, 혼란했던 냉전시대를 이 책 한 권으로 이해했다고 한다면, 매우 주제넘는 건방진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그 당시 참전 군인 용사들의 힘든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그들의 노고를 헤아려 줄 수는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들었던 생각은 어김없이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라는 결론이다. 그 어떤 합당한 이유가 있더라도 전쟁은 모두에게 아픔, 상처, 상실, 두려움, 고통만을 안겨준다.
또, 임레 케르테스 ⟪ 운명 ⟫이 생각나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나치 수용소에서 힘든 시간을 이겨낸 주인공에게 주변 사람들은 수용소에서의 일을 잊으라고 한다. 주인공은 그 말이 너무 화가 나고 분노가 일어난다. 어떻게 그 시간들을 잊을 수 있을까.
⟪ 더 우먼 ⟫의 종군간호사들도 마찬가지 심정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이 죽음과 함께했던 전장의 삶을 그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아 그들은 분노의 감정이 일어난다.
상황은 다르지만, 내 삶을 부정당한다면 나조차 울분에 찰 것 같다. 그 삶이 가장 치열했던 삶이었고, 내 생의 모든 것을 바꿔놓은 잊을 수 없는 일이라면 말이다.
' 이제 힘든 일은 그만 잊어버려.' 나는 이런 말을 절대 하지 않아야겠다. 때로는 어떤 위로의 말이 더 큰 상처를 불러올 수 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