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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법정 스님의 무소유 잠언집 - 스페셜 아포리즘, 법정 스님이 옮긴 <진리의 말씀> 법구 108경 수록
김세중 편저 / 스타북스 / 2026년 7월
평점 :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어렸을 때 재능출판에서 나온 ⟪성철 스님은 내친구 ⟫라는 어린이용 소설책을 읽었다. 이제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게 만드는 책이 되어버렸지만, 그 책을 읽으면서 예쁜 마음을 품었던 기억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대표 스님하면 언제나 법정스님을 떠올렸다. 힘든 시기에 길상사에 방문했을 때는 마치 법정스님의 온화한 마음에 들어온 느낌마저 들어 힘을 낼 수 있었다.

이 책을 처음 본 순간 '무소유'를 실천하신 우리나라 대표 스님 두 분을 한 권의 책에서 만날 볼 수 있다니! 귀한 기회처럼 여겨졌다. 저자 김세중 님은 성철, 법정 두 스님의 고결한 발자취와 말씀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지혜를 책에 담으셨다. 무소유의 삶 속에 깃든 행복을 함께 누리고자 하시면서 이 책을 편찬하셨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무엇보다 성철스님과 법정스님의 가르침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점이었다.
성철스님의 핵심을 꿰뚫는 명법문, 뼈아픈 말씀, 투박한 설법은 강렬한 울림을 주시고, 법정스님의 오랜 수행 끝에 얻은 온화하고 진솔하며, 진심 어린 충고는 마음에 위로를 가져다주었다.
< 성철 스님의 서슬 퍼런 충고들 >
우리 중생들이 제 욕심의 업장을 가득 짊어진 채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의 마음이란 그저 온갖 오물이 가득 찬 시커먼 '똥물바가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실망할 것 전혀 없습니다, 그 추한 바가지라 할지라도 구도자가 포기하지 않고 맑은 물로 씻어내고 또 씻어내어 부지런히 닦아내면, 언젠가는 오물이 전부 빠져나가 다시 깨끗한 새 바가지가 되는 법입니다. 그리하여 나중에는 지극한 우주의 청정수를 가득 담아 기쁘게 나누어 마실 수 있는 귀한 그릇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p.104
갓 결혼한 두 부부여, 똑똑히 들으시오. 행복한 가정을 일구어 나가려면 집안에 엄격한 영혼의 우선순위 질서가 바로 서야 마땅합니다. 첫째는 내 부모나 자식보다 내 눈앞의 소중한 아내와 남편의 존재를 내 목숨처럼 가장 첫번째로 우선시하여 아끼고 사랑할 것, 두 번째는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늙으신 부모님을 그다음으로 우선시하여 지극정성으로 모실 것, 세 번째는 내가 책임지고 키워야 할 소중한 자식들을 그다음 순위로 우선시하여 올바르게 교육할 것.
이 세 가지 신성한 영혼의 우선순위를 두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칼날처럼 지켜나가야만 비로소 집안에 모든 마장이 사라지고 온 가정이 편안해지는 법입니다. p215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내 이익을 위해 털끝만큼이라도 남의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해치면 거대한 우주의 인과 저울은 그것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기억해 두었다가 언젠가는 반드시 내가 그 무서운 해와 고통을 고스란히 돌려받게끔 만듭니다. p.156
성철스님의 호통과도 같은 말씀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회초리를 들지 않아도 강단있는 충고와 조언은 무엇보다 현시대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종을 울리는 성철스님의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 법정스님의 깊이 있는 말씀들 >
구도자들이여, 내 갈 길 앞에 사소한 장애물과 시련이 아예 없기를 바라는 나약한 기도를 하늘을 향해 올리지 말라. 내 인생을 가로막는 모진 장애물이야말로 알고 보면 내 영혼을 영원한 대자유로 인도해 줄 가장 확실한 '해탈의 길로 이어진 위대한 골목길'이기 때문이다. p.176
"우리가 세상의 불의와 타협하는 일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경계해야 할 일은, 바로 나 자신의 게으름과 이기심에 타협하는 일." p.44
그릇을 깨끗이 텅 비우고 있어야만, 비로소 거기 우주의 맑은 울림이 깃드는 법이다. 내면의 맑은 영혼의 울림이 살아있어야만, 비로소 인간의 삶은 매일 신선하고 활기찬 생명력으로 꿈틀거릴 수 있는 것이다. p.166

두번째로 좋았던 점은 전래동화, 실제 일어난 사건 등 다양한 예시를 든 점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두 스님의 말씀을 더 깊이 새겨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전래동화 ' 의좋은 형제'가 있습니다. 늦가을 밤, 형은 새로 살림을 차림 아우의 양식이 모자랄까 봐 자신의 볏짚을 몰래 나르고, 아우는 식솔이 많은 형님을 걱정해 자신의 볏짚을 형님의 논에 남몰래 옮겨 놓습니다. 다음날 아침, 볏짚의 양이 그대로인 것을 이상하게 여긴 형제는 깊은 밤 길을 나섰다가 달빛 아래서 마주치게 됩니다. 서로를 위해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형제는 눈물 속에서 서로를 얼싸안고 우애를 확인합니다. p.18
잊었던 고전 전래동화를 만나 기뻤다. 요즘처럼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바쁜 세상에 전래동화가 주는 의미는 남다르게 느껴졌다. 위의 전래동화는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였지만, 그 뜻을 잊고 생활한지 오래였고, 순수한 마음이 되살아나는 기분마저 들었다. 아무런 욕심없고, 순박한 이야기속에 백 마디 말보다 속 깊은 정을 느끼게 한다.

세 번째로 좋았던 점은, 책 속에 많은 잠언이 들어있다. 성철 스님과 법정 스님의 말씀 외에도 수많은 지혜로운 불교 경구가 담겨있다. 주제에 따라 좋은 문구를 따라 읽고 마음을 평화롭게 하기에 충분했다.
탐욕이 가득한 세상에 살면서도 탐욕에 물들지 않으니
내 삶은 이미 평안하다.
모든 사람이 탐심을 품고 살아가더라도
나 혼자라도 탐욕 없이 살아가리라
- 법구경 p.16-
억울함을 당해도 굳이 밝히려고 하지 말라.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나니,
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써 수행의 문을 삼으라.
이와 같이 막히는 데서 도리어 통하는 것이요
구하는 것이 도리어 막히는 것이니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장애 가운데서 해탈의 도를 얻으라' 하셨느니라.
- 보왕삼매론 p.271 -
마지막으로 책의 맨 뒤에 < 스페셜 아포리즘 >으로 법정 스님이 옮긴 ⟪진리의 말씀 ⟫ 108경이 들어있다. 어머니가 절에 다녀오시고 가져와서 집 현관에 걸어두었던 친숙한 글도 들어있었다. 108경의 아포리즘 안에는 삶의 진리와 통찰이 담겨있다. 이 경구만 읽고 있어도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왠지 성철스님의 일침을 가하는 말씀들이 마음에 쏙쏙 들어왔다. 요즘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남에게 충고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또 남에게 어설픈 충고를 듣는 것도 힘든 요즘이다. 이럴때 성철스님의 직설적이면서 마음을 깨우는 말씀이 위로와 함께 내 삶을 각성하게 만든다. 이런 책은 옆에 두고 자주 꺼내들어야 한다. 나태해져가는 나에게 꼭 필요한 말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