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단편선 ㅣ 소담 클래식 8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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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작년에 러시아 문학에 빠져 즐겨 읽곤 했다. 점잖고 지혜로운 톨스토이의 문장과 그에 비해 자유분방하게 느껴졌던 푸시킨, 단편의 대가 안톤 체 호프,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헤친 도스토옙스키까지. 러시아 문학은 여전히 대중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충분히 그럴만한 대작들로 넘쳐난다. 나는 아직 읽어야 할 러시아 문학이 많이 남아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보고 큰 충격을 받기도 했는데, 그 책이 <지하로부터의 수기 >이다. 처음에는 아무 말 대잔치 같았지만, 주인공의 가장 못난 모습까지 낱낱이 까발리는 글에서 인간의 민낯을 온전히 드러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으로 도스토옙스키를 애정하게 되었다.


이번에 만난 책은 소담출판사에서 나온 ⟪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으로 세 편의 작품이 들어있다.


도스토옙스키 단편은 처음인데, 그가 이렇게 유쾌한 사람이었다니. !

몰랐던 작가의 다른 모습, 아니 생소한 모습을 만난 기분이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하루 만에 금방 읽어버렸다.


< 백야 >

수많은 별들이 아로새겨진 밝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 아래 온갖 성마른 사람들과 변덕스러운 사람들이 살 수 있는지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p.9


그리고 나는 태어나서 적어도 두 밤은 제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세상이 얼마나 냉담해지는지 지켜보아라! 또다시 몇 해가 지나고 고독이 찾아올 테지.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는 노년기가 올 테고 그 뒤엔 쓸쓸함과 슬픔이 찾아오겠지. p.55


페테르부르크에 공상을 즐겨하고 친구가 없으며 늘 혼자다니는 외로운 한 남자가 살고 있다. 이 도시에서 이방인처럼 떠돌던 남자는 어느 날 운명처럼 한 여성과 대화를 하게 된다. 여성의 이름은 나스텐카. 여자와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는 남자에게는 나스텐카와의 대화만으로도 그의 하루가 충만하게 행복하다. 나스텐카는 남성의 이야기를 성심껏 들어주고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고 공감해 준다. 그런 그녀에게 조금씩 빠져든 남성은, 나스텐카와 이야기하던 중 그녀에게는 좋아하는 다른 남자가 있음을 알게 된다.


백야(白夜) : 밤이 되어도 해가 완전히 지지 않고 밝은 상태가 계속되는 현상


주인공 남자는 '어제가 우리의 세 번째 만남이었고, 세 번째 백야였다. ' 라는 말을 한다. 작품 제목도 < 백야 >인데, 나는 이 작품에서 백야가 의미하는 바가 잠들지 못하는 밤이라고 생각한다. 설레어서 잠을 설치기도 하고, 그 사이에 고독이 엄습해와서 잠 못 이루는 주인공의 내면을 나타낸다고 생각했다.


여자가 남자를 사랑할 때, 사랑한다는 말을 장황하게, 그리고 길게 설명한다면 그건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고백에 대한 대답으로는 남자보다 여자의 답이 더 짧을 수 있다.


<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 >


너구리털 외투를 입은 한 신사가 긴 외투를 입은 젊은 남성과 우연히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눈치 없이 재잘재잘 거리는 신사와 그의 다급함에 어느새 빠져버린 젊은 남성은 어느새 콤비처럼 행동하기 시작한다. 질투에 눈이 먼 신사는 자신이 아는 지인의 부인이 바람을 피운다고 의심하며 그녀의 뒤를 밟고 있었다. 청년은 이해할 수 없어 되묻고, 신사는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원래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지 질문 폭격을 한다. ㅎㅎ


제목부터 흥미로운 이 단편은 익살스럽고 해학적이다. 도스토옙스키가 이런 면이 있었다고?라며 놀라게 되는 단편이다. 어둡고 칙칙한 이미지의 소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작가의 작품 중에 이런 웃긴 작품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우리는 언젠가 운명적인 재난과

압박에 대해 상세히 말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도 아시다시피

질투라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열정이다.

더욱이 불행하기까지 한 감정인 것이다.

- 책 안에서


도스토옙스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겁고 비극적인 느낌이 대부분이다. ⟪ 죄와 벌 ⟫의 경우는 도무지 한줄기 빛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 단편들은 작가가 체포되어 감옥으로 보내지기 전의 작품들이며, 그래서인지 작품이 밝은 느낌이었고, 서정적이기도 했다. 작가의 삶이 좀 더 윤택하고 밝았더라면 그의 작품 세계는 달라졌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본래 사랑에 대해 즐겨 이야기하고,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유머러스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책에는 작가의 작은 희망과 따스함이 남아있으니 삶이 그를 시험하기 전의 모습을 만나고 싶다면 꼭 읽어봤으면 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젊은 글과 밝은 면을 만나고 싶은 독자이거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읽고 싶지만 암울하고 심각한 소설이 싫은 경우 이 책을 추천한다. 또 도스토옙스키 입문작으로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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