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경계선 위에 서 있다 - ‘범죄 사냥꾼’ 이대우 형사가 퇴직하면서 남기는 마지막 수사 보고서
이대우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컬처블룸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_ 저자 소개


저자 이대우 형사님은 <경찰청 사람들>, <시티 헌터>, <사냥꾼 이대우>, <도시 경찰>, <히든 아이>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인상을 건네준다. 그의 방송 출연은 경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어놓았고, 방송에서의 강단있는 이미지에 어울리게 '탱크' '범죄사냥꾼'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강력계 형사의 전설로 불리며, 총 2,086명의 범죄자를 검거했다.


2026.06.30일 자로 정년퇴직하고 현재도 '범죄 사냥꾼'이라는 다음 카페를 통해 피해자들의 편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순딩순딩이풍순'이라는 유튜브도 운영하고 있다. 은퇴 후에도 범죄자들의 목을 옥죄는 제2의 '현행범 체포 전문 시민'이 될 것이며, 이 책의 인세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비영리 사단법인을 만들어 그곳에 사용할 계획이다.



_ 책 요약


이 책은 저자가 은퇴하면서 자신의 40년 형사 생활을 되돌아보고, 범인을 잡고자 하는 집요함과 사명감을 담아 만든 마지막 수사보고서이자 에세이이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온 한 형사의 이야기를 통해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올곧은 면을 배우게 된다. 또한 우리는 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건사고를 통해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직면한 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과거의 사건과 진화하는 범죄에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앞일에 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알려준다.



_ 누구나 선인과 악인의 경계선에 서있다.


경찰 생활을 하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 하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는 경계선에 서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평생을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모범적으로 살아왔던 사람들이 한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한 폭행, 살인을 저지르는 일은 숱하게 많다. p.10


한마디로 괴물을 잡으려다 나 자신이 괴물이 되는 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78


얼마 전 읽은 ⟪ 독성 인간 ⟫ 책에서도 사람은 누구나 선인이 될 수도 있고 악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접했다. 한순간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해를 끼치게 되는 일은 독성인간의 범주(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 나르시시스트 등)가 아니더라도 가능하기에 늘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우리 안에 나쁜 마음이 스며들면 스스로 잘 다스려야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평범한 한 사람이 누가 봐도 억울한 일을 당하면 가해자에게 죽도록 미운 마음이 들 것이다. 마음속으로만 생각한다면 다행이지만 그것이 옳지 못한 방법인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게 된다면 그 순간 피해자는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우리는 누구나 피해자와 가해자, 선인과 악인의 경계에 서 있다고 말하며, 사건 현장에서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거나 반대로 가해자였는데 피해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책은 터널시야(Tunnel Vision)의 예를 들어 설득력을 가져다준다. 어두운 터널에서 앞을 바라보면 밝은 출구만이 보이고 그 길이 전부인 것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망이나 분노의 마음에 갇히게 되면 오직 하나 나쁜 마음만 보이게 되니, 이를 경계해야 함을 시사한다. 특히 평정심을 잃을 때와 마음의 균형이 무너질 때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황의 변화에 따라 사람은 누구라도 돌변할 수 있는 약한 존재라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더 나아가 자신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을 가져보면서, 동시에 그럼에도 변하지 않겠다는 신념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상황이 다소 힘들어지거나 열약해지더라도 결코 비도덕적인 행동만큼은 하지 않겠다는 결심, 그리고 누군가 나를 지켜보지 않더라도 원래의 내가 기진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다짐은 나 자신을 지켜주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도 더 밝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p.110



_ 열정과 끈기, 그리고 사명감으로 삶을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


한 직업에 40년을 근무하면서 은퇴후에도 같은 길을 계속 걸어가고자 하는 저자의 단단한 마음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히 은퇴 후 범죄피해자들을 위한 사단법인을 만들어, 피해자 편에서 범죄자들과 끝까지 싸우겠다는 끈기와 고운 마음씨는 저자의 강인한 삶의 태도와 올곧음을 잘 보여주었다. 피해자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범인에 대한 강한 집념으로 나아가고, 의미있고 멋진 인생을 살아내는 모습에는 배울 점이 많았다. 형사 생활을 마치는 그날까지 미제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열정적인 매일이 만들어내는 저자의 모습에서 나태해진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_ 형사라는 직업을 들여다본 시간


에세이의 장점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직업의 세계에 잠시나마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서도 형사라는 직업을 엿볼 수 있었는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범인을 검거하기까지의 과정이다. 여러 매체에서 보아오던 범인을 추격하고 미란다 고지를 하며 범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과정은 극히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과정은 사건을 기록하고 각종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증거를 모으는 지루한 시간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 지루한 시간을 버티고, 그 시간들이 모여서 최종적으로 범인을 검거한다는 것이다. 끈기와 집념이 빛을 발하는 직업이 형사라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 속에서 배울 점이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작은 시련에도 쉽게 포기하고 손을 놓아버리기보다, 인내심을 가지고 해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러한 마음가짐과 태도가 모여 단단한 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의 본질은 화려함이 아니라 지루함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지루함을 견디는 능력은 어떻게 발달시킬 수 있을까? 그런데 여기에 대한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못해 허탈하기까지 하다. 그 답은 '그냥 하는 것'이다.

p.49


"세상의 중요한 일들은 대개 귀찮은 법이다." p.101



_ 책을 읽고


개인적으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에는 명확한 두 가지 기준이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고 그분들을 기억하기 위함이다. 세상에 남아 찬란한 인생의 페이지를 더 많이 열어야 했던 분들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고, 그분들을 잊지 않는 일은 우리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두 번째 이유는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매체를 통해 미리 알고 있으면 대처할 수 있기에 꼭 챙겨 보는 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피해자들의 마음을 작게나마 또 한 번 헤아리게 되었고, 계속해서 진화하는 범죄에 대해 겸손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당하지 않는다'라는 안일한 자신감이 범죄의 표적이 될 수도 있기에 이 책은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겸손함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경찰 또는 형사님들의 노고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고, 어떤 직업이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정의가 바로 서고 건강한 사회가 이어져나감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책을 덮고, 나는 내가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나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이 책의 마지막에는 이대우 형사님의 반려견 풍순이가 나온다. 퇴직한지 알 길이 없어 이대우 형사님을 여전히 새벽에 깨우는 풍순이의 순수함처럼 세상에는 선한 사람이 더 많음을 기억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싫어도 해야지 하룻밤 죽음 공부 - 마지막을 마주하고 비로소 온전해지는 삶의 성찰
이원희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디캣책곳간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나이 때문도 있지만, 가까운 곳에서의 죽음을 마주하고 나서이다. 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4년을 넘게 계셨고, 장례를 치르는 과정을 겪고 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어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나의 노후에 '죽음'이라는 두 글자를 진지하게 새기게 되었고, 두려움은 '죽음' 그 자체보다 '죽음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이 책을 만났다.


내가 진짜 공부하고 싶은 것은 죽음을 통해 지금 이 삶을 어떻게 더 온전히 살아 낼 것인가, 즉 '웰리빙(Well-living)'이며 남은 삶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서기 위한 과정이다.

p.7


_ 작가 소개 & 웰리빙(Well-living)은 웰다잉(Well-Dying)공부부터 시작


이 책의 저자 이원희 작가님은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계셨다. 다양한 사회활동과 교수로서의 길을 뒤로하고 죽음 교육 관련 국내외 자격증을 취득하시고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연구 중이시다.

하지만 작가님은 웰다잉을 공부하시면서 웰리빙을 생각하게 되셨다고 하신다. 즉, 지금 우리가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현재를 더 충실하게 살아가게 하게 원동력이 되게 한다'라고 한다. 우리의 삶은 무한하지 않으며 한정되어 있음을, 현재의 삶에 집중해야 함을 알게 한다. 죽음은 우리가 회피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직시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며, 주체적으로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책 저자 소개에 나와있는 사진 속 작가님의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다.


'죽음(Death)이 거부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건이라면, 동사형의 '죽어 감(Dying)' 은 우리가 통제하고 다듬을 수 있는 능동적인 시간이다.

p.205


_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죽음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죽음에 대해 머릿속으로 막연히 불안했던 이유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 불안은 '죽음의 과정에서 지키고 싶은 인간의 존엄'이었다.


요양병원에 가보면 치매로 정신이 없으신 분부터, 식사를 하실 때 호스를 통해 연맹하시며 괴로워하는 분까지 다양하다. 갑작스럽게 마주친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왔는데, 그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나는 마지막까지 '나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가 죽음에 이르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지게 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명치료가 들어가게 된다. 현대의학이 발전한 현대에는 질병의 완치가 불가함에도 불구하고 인공호흡기, 투석, 항암제 등으로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진다 그 과정에서 고통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되며, 결국 차가운 기계에 의존하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존엄을 지키면서 남겨진 사람들의 선택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가 있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기계에 의존해 억지로 삶을 이어가는 치료를 언제 거부할지 미리 정해 둘 수 있는 제도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책에 감사했다. 나도 나의 마지막 존엄을 지킬 수 있겠구나 싶었다.


프랑스의 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는 "죽음이 어디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불확실하다. 그러니 우리가 모든 곳에서 죽음을 기다리자. 죽음을 미리 생각하는 것은 곧 자유를 미리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p.208



_ 죽음은 숨겨야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쓸쓸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했던 옛 모습과 달리, 현대에는 병원에서 차가운 기계와 모르는 타인과 함께한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탄생과 죽음을 피해가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태어남이 있듯이 죽음도 언젠가는 우리가 마주해야 할 일이다. 책에서는 '죽음'에 대해 가족들과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상의를 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런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국가 차원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하며, 개개인의 인식도 변화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상실, 아픔, 비탄을 숨기는 세상이 아니라, 같이 나누는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임을 알게 되었다.


_ 위대한 사상가들의 '죽음'에 관한 생각을 엿보다


3장에서는 철학과 예술을 통해 '죽음'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저자의 생각 외에 위대한 사상가들의 목소리도 간략하게 들을 수 있다. 물론 3장뿐 아니라 책의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유명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깊고 치열한 사색의 말들과 죽음에 대한 연구에서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들고 저자의 의견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유토피아 ⟫ 저자 '토마스 모어'의 일화는 깊은 감명과 깨달음을 넘어 읽던 책의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잠시 머물게 했다. 헨리 8세의 종교 개혁에 반대하여 단두대에서 사형에 처하게 된 토마스 모어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위트 있는 말을 던진다. 노쇠한 몸으로 처형대 계단을 오르며 힘들었던 그는 사형 집행관에게 마지막 부탁을 한다. "올라갈 때는 나를 도와주게나, 내려올 때는 번거롭게 하지 않을 터이니 걱정 말게.".


_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던 찰나였는데, 어떤 책으로 공부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던 터였다. 집에 있는 ⟪티벳사자의 서⟫를 먼저 보자니, 가장 먼저 읽을 책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9월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고, 올해 읽은 책 중에 단연 의미 있는 독서가 된 것 같다.


'죽음'이라는 무게 있는 주제라서라기보다, 이 책은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뿐 아니라 '죽음전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정확히 알려준다. 죽음이라는 모호하고 묵직한 주제지만, 우리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과 같이 다루어주기에 꼭 읽어야 할 인문학 필독서로 지정하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아직 와닿지 않는 죽음이지만, 누구나 한번은 마주쳐야 할 죽음이다. 앞으로 '죽음'에 대한 더 다양한 책을 읽을 예정이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확장해 나가기에 더없이 충분한 책이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유언장 같은 저자의 엔딩 노트가 담겨 있는데, 그 부분을 읽으니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더 실감이 났다. 나의 죽음에, 또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한 '존엄'을 지키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생로병사로 돌아가는 마당에 슬픔만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 탄생도 기쁨이고 죽음도 기쁨이다."

p.271( 선배의 죽음 앞에 개그맨 김정렬의 춤과 함께 마지막 인사)


사실 죽음 공부의 종착지는 거창한 철학이나 두려움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오늘을 어떻게 살아 낼 것인가'라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소중한 일상으로의 귀환이다. p.28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싫어도 해야지 하룻밤 죽음 공부 - 마지막을 마주하고 비로소 온전해지는 삶의 성찰
이원희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읽은 책 중 최고의 책이 될 것같아요. 죽음에 대한 사색부터 죽음을 주체적으로 대비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다행이야, 이 괴로움도 무상하다니 - 장자와 함께 불안을 걷는 법
염세철학가 지음, 허유영 옮김 / 향기책방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순풍이 불면 날고,

역풍이 불면 선회하며,

바람이 불지 않으면 쉬어가라.

- 책 내용 중


불교 관련 책은 종종 읽지만, 호기심으로 장자의 가르침에 대해 읽게 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노자의 제자였던 장자는 약 2000년 전 중국이 혼란 속,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던 전국시대의 사상가이며, 도가사상을 대표하는 철학자이다. 내가 알고 있는 장자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했다. '호접지몽'은 그의 사상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녔고 자신이 인간임을 잊을 정도로 온전한 나비였다. 잠에서 깬 그가 말하길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걸까?"라고 하며, 어떤 것도 고정되지도 않고 확실한 것은 없다고 했다.



장자는 말한다.

변하지 않는 삶은 없으며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것이기에 현실의 모든 것은 무상(無常) 하다고 한다.

또, 세상살이에 '초연해져야 함'을 가르친다. '초연해진다'라는 것은, 온갖 고통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의 풍파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으로 자유로워져야 함을 말한다.


이 '초연함'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무아(無我)이며, '나'라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마음에 지나가는 기쁨, 슬픔, 근심, 걱정, 질투, 후회, 원망 등 다양한 감정들은 '나'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감정들이 그저 자연스럽게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_ '우화'로 만나는 장자의 가르침


장자는 이론적인 설명이나 증명을 하기보다 많은 우화와 시로 가르침을 전해왔다. 그런 점에서 '정설'이라고 하는 명확한 해석이 없기에 같은 대목에서 학자들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책에서도 저자는 '우화'를 먼저 들려주고 그에 따른 해석과 실천방법을 알려준다. 그 해석은 현대 사회의 우리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느끼는 생각들이며, 어려움이기에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순이 말했다.

"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의 것입니까?"

승이 대답했다.

"몸은 천지가 잠시 맡겨 놓은 형체입니다."

생명도 그대의 것이 아닙니다. 천지가 맡겨 놓은 조화로운 기운일 뿐입니다.

본성도 그대의 것이 아닙니다. 천지가 맡겨 놓은 자연스러운 성품일 뿐입니다.

자손도 그대의 것이 아닙니다. 매미가 벗은 허물이나 뱀의 껍질처럼 천지의 변화 속에서 태어난 존재일 뿐입니다.

- <장자> <지복유>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나무'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무는 말없이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고 누구에게 휩쓸리지도 않으며, 온갖 비바람을 수없이 겪고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 그런 나무도 자연적인 생태 리듬에 맞춰야 성장하는데, 햇빛을 너무 오래 쬐어도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적당한 그늘이 필요하다.


작가는 자신을 한 그루 나무라고 생각하고 돌보기 시작했고 그의 삶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경쟁 사회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거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늦은 밤까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나의 머리와 몸을 혹사시킨다. 귀한 식물을 기르는 마음으로 우리 몸의 솔직한 요구에 응답해야 함을 강조한다.


명확히 규정되기보다

혼돈인 채 온전한 편이 낫다.

p.251



_ 책을 읽고


짧은 식견이지만 불교의 '오온'이 '공'이라는 개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듣는 모든 것들은 실체가 없는데도 우리는 '나'가 있다고 여기는 마음에서 아집이 생겨나는 것이다. 같은 소음이라도 아이의 울음소리는 듣기 싫고, 시냇물의 물소리는 듣기 좋은 소리라고 인식하는 것도 '나'가 있으니 '나'의 생각이 있다는 고정된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깨끗함과 더러움의 기준도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기준일 뿐이다. 모든 것은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며, '나'또한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는 부분은 장자의 사상과 여러모로 닮아있었고 이 부분이 인상적이면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장자의 깊이 있고 장대한 생각을 따라가다가도,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또 장자와 저자의 생각을 함께하는 여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내면이 한 그루 나무처럼 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고정된 것이 없고 예기치 못하게 흘러가는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삶 속의 '에너지 흐름'에 자연스럽게 순응하고, 타인의 생각과 나의 생각 중에 무엇이 더 옳다고 단정 짓지 말아야 했다. 타인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고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진정한 자신으로의 해방은 누군가의 칭찬이나 증명이 필요 없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 중심을 잡고 서야 한다. 책을 읽고 삶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길을 알게 되었으니, 단단한 내면을 지니기까지 불안한 경험과 과정 속에 던져진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합류해야겠다.



_ 책 속 좋았던 문장들


비교를 독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기 가치를 스스로 인정할 힘을 완전히 빼앗기 때문이다. p.179


우리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결핍된 적이 없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하늘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었는데,

굳이 남보다 우월해지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까? p.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세븐 리버 - 인류 문명을 만든 일곱 개의 강 이야기
버네사 테일러 지음, 박은영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 미라보 다리 >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

나는 또 알고 있나니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서로 손을 맞잡고 얼굴 대하면

우리의 팔이 만든 다리 아래로

지친 듯 흘러가는

영원의 물결이여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위의 시는 이탈리아 출생의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이다. 이별을 노래하는 시로, 강처럼 흘러 사라져 가는 사랑과 세월은 붙잡을 수 없지만, 나홀로 남겨져 추억을 회상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강은 여유와 낭만을 가져다준다. 한강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거나,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며, 지하철을 타고 지나갈 때 보이는 풍경에 노을이 더해지면 삭막했던 도시가 강을 끼고 멋진 풍경을 가져다준다.


그렇다면 과거 인류의 강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이 책에서는 전 세계 수많은 강들 중에서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일곱 개의 주요 강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그 이야기는 문명의 발전을 담고 있는데, 강을 끼고 살아가던 고대 인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생활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화와 종교적인 문제, 정복자에 따라 변화한 언어와 흔적들,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과 문명의 흔적, 그리고 정치와 이념의 갈등과 수많은 권력 쟁탈전이 주요 강을 끼고 펼쳐졌다.



_ 세븐 리버

  1. 나일강 : 고대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로 유명한 강

  2. 다뉴브강 : 유럽을 가로지르며 문화의 역사를 바꾼 강

  3. 갠지스강 : 신성한 물로 여겨져 종교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인도의 강

  4. 템스강 : 영국의 중심지 런던 도시로 흐르던 강으로 산업혁명, 영국의 발전과 함께한 강

  5. 미시시피강 : 원주민들의 삶과 터전이었던 강으로, 미국의 노예 제도와 테네시강 유역 개방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된 강

  6. 니제르강 :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의 강으로 아픈 역사를 지닌 강

  7. 양쯔강 : 황허강과 대운하로 연결된 거대한 중국 땅을 가로지르는 강/ 가라앉고 있는 상하이의 미래


< 책 내용 중 >


_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리는 다뉴브강


다뉴브강은 전 유럽에 걸쳐진 거대한 강으로 독일에서 시작해, 오스트리아, 헝가리, 세르비아, 루마니아, 발칸산맥, 루마니아, 불가리아의 국경, 우크라이나를 거쳐 삼각주에서 흑해로 이어지는 강이다. 우리나라의 한강처럼 오직 한 나라만이 독차지한 강이 아니라 수많은 나라를 따라 흘러가는 강인 것이다. 이런 강의 특성상 국가 간의 이권 다툼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경쟁 구도 속에 강을 끼고 교역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합스부르크 왕가와 오스만제국의 주도권 경쟁에서는 다뉴브강으로 실제 권력자가 누구인지 판가름 나기도 한다. 


다뉴브강 부분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들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은 다뉴브 상류 구간을 자국의 전유 수역으로 선포, 다뉴브강을 끼고 있던 여러 국가들이 홀로코스트에 가담하거나 방조했다고 한다. 특히 헝가리에서는 수천 명의 유대인을 총살한 후 다뉴브강으로 던져 넣었다. 2005년 비극적인 참상을 기리기 위해 '다뉴브 강가의 신발'이라는 기념물을 설치했다.


_ 물을 신성시하는 갠지스강


갠지스강하면 인도의 강, 수많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강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강가에서 목욕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고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화장터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곳에 사는 인류는 예부터 강을 신성시하고 물을 통해 구원을 얻는다는 믿음이 팽배하다. 강물의 흐름이 갑자기 느려지면 시바신(힌두교의 3대신 중 하나이며, 파괴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신)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갠지스강에는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해왔으며, 비단 종교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치와 권력에 대한 이기심이 들끓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역대 왕들이 갠지스 강물을 즐겨 마셨기에, 신성시된 물에 몸을 담그고 죄를 씻으며, 공덕을 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갠지스강은 다른 강과 비교할 수 없는 종교와 문화적으로 지대한 의미를 지닌다.



_ 느낀 점


강을 품고 펼쳐지는 거대한 문명의 이야기.

그 이야기는 고대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강이 흐르듯 그 강줄기를 따라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 흐름은 수많은 역사를 담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에 알맞게 변화되어 왔다. 그 변화의 물결 속에는 영국의 산업혁명과 함께한 템스강과 양쯔강의 마지막 도착지 상하이처럼 도시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또 미시시피강처럼 원주민들의 터전이었으나 빼앗기고 노예를 사고파는 무역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진 강도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일강은 이집트의 문명이 어떤 이유로 위대한지 알게 해주었고, 오늘날 하구 도시들인 상하이, 런던, 베네치아와 뉴올리언스 지역들의 지반침하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삶의 터전이 되어주던 강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변화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기술의 발전으로 강의 수위를 조절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지혜와 함께 공존하는 이기심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퇴적층이 쌓이듯 강을 끼고 여러 역사가 겹쳐지고 쌓여갔다. 주요 일곱 개의 강만을 다루었지만, 광활하고 주요한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으며, 역사에서 '강'의 중요성을 등한시했던 나의 무지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좁았던 역사적 견문을 '강'을 통해 더 재미있고 깊이 있게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