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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리버 - 인류 문명을 만든 일곱 개의 강 이야기
버네사 테일러 지음, 박은영 옮김 / 미래의창 / 2026년 8월
평점 :
[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
< 미라보 다리 >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
나는 또 알고 있나니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서로 손을 맞잡고 얼굴 대하면
우리의 팔이 만든 다리 아래로
지친 듯 흘러가는
영원의 물결이여
밤은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위의 시는 이탈리아 출생의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이다. 이별을 노래하는 시로, 강처럼 흘러 사라져 가는 사랑과 세월은 붙잡을 수 없지만, 나홀로 남겨져 추억을 회상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강은 여유와 낭만을 가져다준다. 한강에서 여유롭게 산책을 하거나, 피크닉을 즐기기도 하며, 지하철을 타고 지나갈 때 보이는 풍경에 노을이 더해지면 삭막했던 도시가 강을 끼고 멋진 풍경을 가져다준다.

그렇다면 과거 인류의 강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이 책에서는 전 세계 수많은 강들 중에서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일곱 개의 주요 강에 대한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그 이야기는 문명의 발전을 담고 있는데, 강을 끼고 살아가던 고대 인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담고 있다. 생활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문화와 종교적인 문제, 정복자에 따라 변화한 언어와 흔적들, 인류가 남긴 문화유산과 문명의 흔적, 그리고 정치와 이념의 갈등과 수많은 권력 쟁탈전이 주요 강을 끼고 펼쳐졌다.

_ 세븐 리버
나일강 : 고대 이집트 문명의 발상지로 유명한 강
다뉴브강 : 유럽을 가로지르며 문화의 역사를 바꾼 강
갠지스강 : 신성한 물로 여겨져 종교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인도의 강
템스강 : 영국의 중심지 런던 도시로 흐르던 강으로 산업혁명, 영국의 발전과 함께한 강
미시시피강 : 원주민들의 삶과 터전이었던 강으로, 미국의 노예 제도와 테네시강 유역 개방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된 강
니제르강 :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의 강으로 아픈 역사를 지닌 강
양쯔강 : 황허강과 대운하로 연결된 거대한 중국 땅을 가로지르는 강/ 가라앉고 있는 상하이의 미래
< 책 내용 중 >
_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들을 기리는 다뉴브강
다뉴브강은 전 유럽에 걸쳐진 거대한 강으로 독일에서 시작해, 오스트리아, 헝가리, 세르비아, 루마니아, 발칸산맥, 루마니아, 불가리아의 국경, 우크라이나를 거쳐 삼각주에서 흑해로 이어지는 강이다. 우리나라의 한강처럼 오직 한 나라만이 독차지한 강이 아니라 수많은 나라를 따라 흘러가는 강인 것이다. 이런 강의 특성상 국가 간의 이권 다툼은 불가분의 관계이며, 경쟁 구도 속에 강을 끼고 교역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합스부르크 왕가와 오스만제국의 주도권 경쟁에서는 다뉴브강으로 실제 권력자가 누구인지 판가름 나기도 한다.
다뉴브강 부분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나치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들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독일은 다뉴브 상류 구간을 자국의 전유 수역으로 선포, 다뉴브강을 끼고 있던 여러 국가들이 홀로코스트에 가담하거나 방조했다고 한다. 특히 헝가리에서는 수천 명의 유대인을 총살한 후 다뉴브강으로 던져 넣었다. 2005년 비극적인 참상을 기리기 위해 '다뉴브 강가의 신발'이라는 기념물을 설치했다.

_ 물을 신성시하는 갠지스강
갠지스강하면 인도의 강, 수많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강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강가에서 목욕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고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화장터는 관광객들에게 많은 영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곳에 사는 인류는 예부터 강을 신성시하고 물을 통해 구원을 얻는다는 믿음이 팽배하다. 강물의 흐름이 갑자기 느려지면 시바신(힌두교의 3대신 중 하나이며, 파괴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신)의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를 통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갠지스강에는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해왔으며, 비단 종교적인 문제뿐 아니라 정치와 권력에 대한 이기심이 들끓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역대 왕들이 갠지스 강물을 즐겨 마셨기에, 신성시된 물에 몸을 담그고 죄를 씻으며, 공덕을 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갠지스강은 다른 강과 비교할 수 없는 종교와 문화적으로 지대한 의미를 지닌다.

_ 느낀 점
강을 품고 펼쳐지는 거대한 문명의 이야기.
그 이야기는 고대에서 시작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강이 흐르듯 그 강줄기를 따라 이야기가 펼쳐졌다. 그 흐름은 수많은 역사를 담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에 알맞게 변화되어 왔다. 그 변화의 물결 속에는 영국의 산업혁명과 함께한 템스강과 양쯔강의 마지막 도착지 상하이처럼 도시적인 모습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또 미시시피강처럼 원주민들의 터전이었으나 빼앗기고 노예를 사고파는 무역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진 강도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나일강은 이집트의 문명이 어떤 이유로 위대한지 알게 해주었고, 오늘날 하구 도시들인 상하이, 런던, 베네치아와 뉴올리언스 지역들의 지반침하로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역사적으로 삶의 터전이 되어주던 강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 모습을 변화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기술의 발전으로 강의 수위를 조절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지혜와 함께 공존하는 이기심도 엿볼 수 있었다.
이 책은 퇴적층이 쌓이듯 강을 끼고 여러 역사가 겹쳐지고 쌓여갔다. 주요 일곱 개의 강만을 다루었지만, 광활하고 주요한 역사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으며, 역사에서 '강'의 중요성을 등한시했던 나의 무지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 좁았던 역사적 견문을 '강'을 통해 더 재미있고 깊이 있게 넓힐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