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야, 이 괴로움도 무상하다니 - 장자와 함께 불안을 걷는 법
염세철학가 지음, 허유영 옮김 / 향기책방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컬처블룸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순풍이 불면 날고,

역풍이 불면 선회하며,

바람이 불지 않으면 쉬어가라.

- 책 내용 중


불교 관련 책은 종종 읽지만, 호기심으로 장자의 가르침에 대해 읽게 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노자의 제자였던 장자는 약 2000년 전 중국이 혼란 속,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던 전국시대의 사상가이며, 도가사상을 대표하는 철학자이다. 내가 알고 있는 장자는 자연의 흐름에 따라 자유로운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했다. '호접지몽'은 그의 사상을 대표하는 이야기로, 장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녔고 자신이 인간임을 잊을 정도로 온전한 나비였다. 잠에서 깬 그가 말하길 "내가 나비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지금 나비가 장자가 된 꿈을 꾸고 있는 걸까?"라고 하며, 어떤 것도 고정되지도 않고 확실한 것은 없다고 했다.



장자는 말한다.

변하지 않는 삶은 없으며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것이기에 현실의 모든 것은 무상(無常) 하다고 한다.

또, 세상살이에 '초연해져야 함'을 가르친다. '초연해진다'라는 것은, 온갖 고통과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세상의 풍파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으로 자유로워져야 함을 말한다.


이 '초연함'에 이르는 유일한 길은 '무아(無我)이며, '나'라는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마음에 지나가는 기쁨, 슬픔, 근심, 걱정, 질투, 후회, 원망 등 다양한 감정들은 '나'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감정들이 그저 자연스럽게 지나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_ '우화'로 만나는 장자의 가르침


장자는 이론적인 설명이나 증명을 하기보다 많은 우화와 시로 가르침을 전해왔다. 그런 점에서 '정설'이라고 하는 명확한 해석이 없기에 같은 대목에서 학자들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고 한다. 책에서도 저자는 '우화'를 먼저 들려주고 그에 따른 해석과 실천방법을 알려준다. 그 해석은 현대 사회의 우리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느끼는 생각들이며, 어려움이기에 많은 부분에서 공감이 갔다.


순이 말했다.

" 내 몸이 내 것이 아니라면, 대체 누구의 것입니까?"

승이 대답했다.

"몸은 천지가 잠시 맡겨 놓은 형체입니다."

생명도 그대의 것이 아닙니다. 천지가 맡겨 놓은 조화로운 기운일 뿐입니다.

본성도 그대의 것이 아닙니다. 천지가 맡겨 놓은 자연스러운 성품일 뿐입니다.

자손도 그대의 것이 아닙니다. 매미가 벗은 허물이나 뱀의 껍질처럼 천지의 변화 속에서 태어난 존재일 뿐입니다.

- <장자> <지복유>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나무'에 대한 부분이었다. 나무는 말없이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고 누구에게 휩쓸리지도 않으며, 온갖 비바람을 수없이 겪고 굳건히 자리를 지킨다. 그런 나무도 자연적인 생태 리듬에 맞춰야 성장하는데, 햇빛을 너무 오래 쬐어도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고, 적당한 그늘이 필요하다.


작가는 자신을 한 그루 나무라고 생각하고 돌보기 시작했고 그의 삶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우리는 경쟁 사회에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거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늦은 밤까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나의 머리와 몸을 혹사시킨다. 귀한 식물을 기르는 마음으로 우리 몸의 솔직한 요구에 응답해야 함을 강조한다.


명확히 규정되기보다

혼돈인 채 온전한 편이 낫다.

p.251



_ 책을 읽고


짧은 식견이지만 불교의 '오온'이 '공'이라는 개념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듣는 모든 것들은 실체가 없는데도 우리는 '나'가 있다고 여기는 마음에서 아집이 생겨나는 것이다. 같은 소음이라도 아이의 울음소리는 듣기 싫고, 시냇물의 물소리는 듣기 좋은 소리라고 인식하는 것도 '나'가 있으니 '나'의 생각이 있다는 고정된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일 뿐이다. 깨끗함과 더러움의 기준도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기준일 뿐이다. 모든 것은 고정되지 않고 변화하며, '나'또한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는 부분은 장자의 사상과 여러모로 닮아있었고 이 부분이 인상적이면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장자의 깊이 있고 장대한 생각을 따라가다가도,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또 장자와 저자의 생각을 함께하는 여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내면이 한 그루 나무처럼 홀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고정된 것이 없고 예기치 못하게 흘러가는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삶 속의 '에너지 흐름'에 자연스럽게 순응하고, 타인의 생각과 나의 생각 중에 무엇이 더 옳다고 단정 짓지 말아야 했다. 타인의 생각이 옳을 수도 있고 나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진정한 자신으로의 해방은 누군가의 칭찬이나 증명이 필요 없고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가 중심을 잡고 서야 한다. 책을 읽고 삶을 어떤 태도로 대해야 할지 길을 알게 되었으니, 단단한 내면을 지니기까지 불안한 경험과 과정 속에 던져진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흐름에 합류해야겠다.



_ 책 속 좋았던 문장들


비교를 독이라고 부르는 것은 자기 가치를 스스로 인정할 힘을 완전히 빼앗기 때문이다. p.179


우리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결핍된 적이 없다.

지금 가진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하늘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었는데,

굳이 남보다 우월해지려고 애쓸 필요가 있을까? p.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