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도 해야지 하룻밤 죽음 공부 - 마지막을 마주하고 비로소 온전해지는 삶의 성찰
이원희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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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캣책곳간에서 책을 제공받아 성실히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것이 나이 때문도 있지만, 가까운 곳에서의 죽음을 마주하고 나서이다. 할머니가 요양병원에서 4년을 넘게 계셨고, 장례를 치르는 과정을 겪고 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고, '죽어간다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나의 노후에 '죽음'이라는 두 글자를 진지하게 새기게 되었고, 두려움은 '죽음' 그 자체보다 '죽음으로 가는 기나긴 여정'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이 책을 만났다.


내가 진짜 공부하고 싶은 것은 죽음을 통해 지금 이 삶을 어떻게 더 온전히 살아 낼 것인가, 즉 '웰리빙(Well-living)'이며 남은 삶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서기 위한 과정이다.

p.7


_ 작가 소개 & 웰리빙(Well-living)은 웰다잉(Well-Dying)공부부터 시작


이 책의 저자 이원희 작가님은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계셨다. 다양한 사회활동과 교수로서의 길을 뒤로하고 죽음 교육 관련 국내외 자격증을 취득하시고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연구 중이시다.

하지만 작가님은 웰다잉을 공부하시면서 웰리빙을 생각하게 되셨다고 하신다. 즉, 지금 우리가 '어떻게 잘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현재를 더 충실하게 살아가게 하게 원동력이 되게 한다'라고 한다. 우리의 삶은 무한하지 않으며 한정되어 있음을, 현재의 삶에 집중해야 함을 알게 한다. 죽음은 우리가 회피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직시하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준비하며, 주체적으로 현재를 살아가야 한다.

책 저자 소개에 나와있는 사진 속 작가님의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가님의 마음이 보이는 것 같다.


'죽음(Death)이 거부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건이라면, 동사형의 '죽어 감(Dying)' 은 우리가 통제하고 다듬을 수 있는 능동적인 시간이다.

p.205


_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는 죽음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죽음에 대해 머릿속으로 막연히 불안했던 이유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 불안은 '죽음의 과정에서 지키고 싶은 인간의 존엄'이었다.


요양병원에 가보면 치매로 정신이 없으신 분부터, 식사를 하실 때 호스를 통해 연맹하시며 괴로워하는 분까지 다양하다. 갑작스럽게 마주친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막연한 두려움이 밀려왔는데, 그 두려움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나는 마지막까지 '나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가 죽음에 이르고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지게 되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연명치료가 들어가게 된다. 현대의학이 발전한 현대에는 질병의 완치가 불가함에도 불구하고 인공호흡기, 투석, 항암제 등으로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진다 그 과정에서 고통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되며, 결국 차가운 기계에 의존하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나의 존엄을 지키면서 남겨진 사람들의 선택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도가 있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기계에 의존해 억지로 삶을 이어가는 치료를 언제 거부할지 미리 정해 둘 수 있는 제도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책에 감사했다. 나도 나의 마지막 존엄을 지킬 수 있겠구나 싶었다.


프랑스의 사상가 미셸 드 몽테뉴는 "죽음이 어디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불확실하다. 그러니 우리가 모든 곳에서 죽음을 기다리자. 죽음을 미리 생각하는 것은 곧 자유를 미리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p.208



_ 죽음은 숨겨야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쓸쓸하지 않은 죽음을 맞이했던 옛 모습과 달리, 현대에는 병원에서 차가운 기계와 모르는 타인과 함께한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탄생과 죽음을 피해가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태어남이 있듯이 죽음도 언젠가는 우리가 마주해야 할 일이다. 책에서는 '죽음'에 대해 가족들과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상의를 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런 죽음에 대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국가 차원에서부터 만들어져야 하며, 개개인의 인식도 변화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상실, 아픔, 비탄을 숨기는 세상이 아니라, 같이 나누는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임을 알게 되었다.


_ 위대한 사상가들의 '죽음'에 관한 생각을 엿보다


3장에서는 철학과 예술을 통해 '죽음'에 대한 생각을 들어본다. 저자의 생각 외에 위대한 사상가들의 목소리도 간략하게 들을 수 있다. 물론 3장뿐 아니라 책의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유명한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깊고 치열한 사색의 말들과 죽음에 대한 연구에서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들고 저자의 의견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유토피아 ⟫ 저자 '토마스 모어'의 일화는 깊은 감명과 깨달음을 넘어 읽던 책의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잠시 머물게 했다. 헨리 8세의 종교 개혁에 반대하여 단두대에서 사형에 처하게 된 토마스 모어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 위트 있는 말을 던진다. 노쇠한 몸으로 처형대 계단을 오르며 힘들었던 그는 사형 집행관에게 마지막 부탁을 한다. "올라갈 때는 나를 도와주게나, 내려올 때는 번거롭게 하지 않을 터이니 걱정 말게.".


_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던 찰나였는데, 어떤 책으로 공부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던 터였다. 집에 있는 ⟪티벳사자의 서⟫를 먼저 보자니, 가장 먼저 읽을 책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나게 되었고, 9월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고, 올해 읽은 책 중에 단연 의미 있는 독서가 된 것 같다.


'죽음'이라는 무게 있는 주제라서라기보다, 이 책은 현대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음에 대한 깊은 고찰'뿐 아니라 '죽음전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정확히 알려준다. 죽음이라는 모호하고 묵직한 주제지만, 우리의 가장 현실적인 부분과 같이 다루어주기에 꼭 읽어야 할 인문학 필독서로 지정하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아직 와닿지 않는 죽음이지만, 누구나 한번은 마주쳐야 할 죽음이다. 앞으로 '죽음'에 대한 더 다양한 책을 읽을 예정이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확장해 나가기에 더없이 충분한 책이었다. 책의 마지막에는 유언장 같은 저자의 엔딩 노트가 담겨 있는데, 그 부분을 읽으니 소중한 사람의 죽음이 더 실감이 났다. 나의 죽음에, 또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에 대한 '존엄'을 지키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생로병사로 돌아가는 마당에 슬픔만 가져가는 것은 옳지 않다. 탄생도 기쁨이고 죽음도 기쁨이다."

p.271( 선배의 죽음 앞에 개그맨 김정렬의 춤과 함께 마지막 인사)


사실 죽음 공부의 종착지는 거창한 철학이나 두려움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오늘을 어떻게 살아 낼 것인가'라는 지극히 평범하고도 소중한 일상으로의 귀환이다. p.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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