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개의 포춘쿠키 - 사람은 스스로를 찾기 위해 길을 잃어봐야 한다
오봉환 지음 / 아티서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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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은 후 작성한 글입니다 ]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주인공 한지수는, 대학 친구 은지의 인스타그램을 보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친구 은지는 배낭 하나를 메고 세계 여행을 하며 책도 내고, 셀럽 여행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유로운 친구의 SNS에는 포춘쿠키 안의 종이가 찍힌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안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인공 지수는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People need to get lost to find themselves.

사람은 스스로를 찾기 위해 길을 잃어보아야 한다."




< 줄거리 >


만난 지 3년 된 남자친구에게 프로포즈 대신 이별을 통보받은 주인공.

이사와의 사적인 관계에서 기회를 얻어 뉴욕으로 가게 된 능력없는 회사 후배에게 밀려, 2년간 누구보다 치열하게 준비해온 뉴욕지사 발령에서 떨어지기까지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진행이 빠른 조발성 치매 진단을 받은 엄마.


모든 상황들이 주인공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주인공은 결국 결심하게 된다.

그 어느 때보다 엄마 옆에 있어야하는 시간이지만, 더 늦기전에 나를 찾아떠나는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는다.


회사에 1년간 휴직을 내고 순례여행을 떠나기로.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주인공은 12개의 포춘쿠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포춘쿠키는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며, 인생을 살면서 깨닫지 못했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게 해준다.




< 좋은 문구가 많았던 책 >


이 책은 좋은 문구가 가득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무척이나 행복했다.

우연히 발견하게 된 포춘쿠키안의 문구들뿐만 아니라, 그 문구를 통해서 주인공이 자신의 삶에 불어닥친 시련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


모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짐을 지고 있었다. 배낭 속의 장비처럼 무겁고, 때로는 그보다 더 버거운 마음의 짐을. p.117


충격과 혼란 속에서도 나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이야말로, 가장 깊은 성장을 이끄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p.155

'거울은 자신을 비추지 못한다.' 이 짧은 문장은 한계에 대한 경고이자, 관계에 대한 은유였다. 우리는 혼자서는 온전히 자신을 알 수 없다. 타인의 눈을 통해서만, 그 부딪힘과 상처 속에서만, 비로소 나를 볼 수 있다. p.181


그제야 알았다. 내가 붙잡고 있던 것들이 나를 지켜주던 것이 아니라, 나를 좁은 방 안에 가두고 있었다는 것을. 상처를 움켜쥔 손으론 평화를 잡을 수 없고, 과거를 붙든 마음으론 현재를 품을 수 없다는 것을.

"빈 잔이 된다는 건, 잊으라는 뜻은 아닌 것 같아요."

"동생을 잊으라는 게 아니라, 그 기억에 매이지 말라는 거겠죠." p.193


이제야 알겠다. 여행이란 화려한 기념품을 모으는 행위가 아니라, 짐을 내려놓는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의 창고에 불필요하게 쌓아둔 분노와 두려움, 억울함과 집착을 하나씩 놓아버리고, 그 자리에 정말 필요한 것들만 남기는 일. p.195


수백만 년을 견뎌온 풍경 앞에서 우리의 삶은 찰나에 불과했지만, 그 찰나 안에 사랑하고,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문득 눈부시게 다가왔다. p.223


"산은 높다고 스스로를 자랑하지 않는다." 단순한 문장이지만, 내 삶의 방향을 바꿀 만한 깊이가 있었다. 과시하지 않는 삶, 증명하지 않는 삶, 그저 존재하는 삶. 그것이 얼마나 어려우면서도 아름다운 일인지. p.228


릴케는 "인내하라. 그리고 어려운 것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그 말이 이제야 피부 속으로 스며든다. 어려움은 우리를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껍질을 깨고 나오도록 밀어붙이는 힘이었다. p.244


"외로움과 고독은 닮았지만 같지 않다. 외로움은 부재한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감정이지만, 고독은 자신과 온전히 마주 앉는 일이다. p.251


하지만, 그래도 계속 말해야 한다. 사랑한다고, 소중하다고, 고맙다고... 이런 말들이 관계의 풍화를 막는 도장막 같은 것이다. p.304


등등.... 수없이 많은 좋았던 문장들 기록 :)




< 기억을 잃어가는 치매에 대한 생각 >


주인공의 어머니는 어느 날 치매 진단을 받는다. '치매'라는 병명은 엄마뿐 아니라 주인공의 삶도 흔들기 시작한다. 이제 그들의 삶에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갈 일만 남은 것 같다. 집안 공기가 달라지고, 늘 걱정하고 초조한 시간들이 계속될 것이다. 책임에 대한 무게가 그 어느때보다 크고 깊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치매'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중한 누군가가 나를 잊어가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삶이라는 추가 멈추는 것 같을 것이다.

그런데, 아래 문장처럼 점점 상태가 나빠지는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자세에 대해 강인한 조언을 해준다.


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엄마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서 나는 여전히 그녀의 아이이고, 그녀의 손끝에는 내가 갓난아기였던 나를 감싸던 온기가 남아있다. (... 중략...)

치매는 그녀의 기억을 훔쳤지만, 그녀의 본질은 훔치지 못했다. (... 중략...)

그녀가 내 이름을 잊어도, 그녀의 사랑은 나를 잊지 않을 것이다. p.316



< 이 책은 종이 위에서 시작해, 스마트폰 속에서 계속된다 >


이 책은 일반적인 책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는 책이다.

4bookAI는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AI 플랫폼이다.

책안에는 총 23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한 장이 끝날때마다 QR코드가 들어있다.

각 책 내부에 아홉자리 시리얼 넘버가 있고, 그 번호를 입력하면 페이지로 들어가진다.

그 QR코드로 들어가면, 각 장에 대한 해석을 아주 상세하게 해준다.

팟캐스트, 심리 분석, 독자 게시판, 인포그래픽, 확장 본문, 마인드맵 등 다양한 기능이 들어있어 책을 더 심층적으로 파헤칠 수 있다.



<이런 분들께 추천 >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의 진짜 의미를 찾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삶의 시련 속에서 해답을 찾지못하고 있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치매를 앓고 계시는 부모님과의 일상에서,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싶은 분들이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책은 전혀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서 술술 읽힌다. 주인공의 여행지를 따라가다보면 어느 순간 책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이 책 안의 여러가지 모습의 시련은 허황되지 않으며,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충분히 마주칠 수 있는 순간들과 닮아있다.

나 또한 누군가나 상황을 원망할때도 있었고, 내 삶을 뒤흔드는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그럴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삶을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누구나 처음 겪는 경험들 속에서 서툰 모습들로 위태롭게 서있게 된다.

이 책은 그런 순간에 삶의 나침판이 되어줄 현명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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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사주 - 따끈하게 풀어낸 쉬운 사주 이야기
하원만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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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디캣책곳간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평소 명리에 관심이 많았기에 집에 사주명리학 기본책을 몇 권 가지고 있다.

나의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여러 권의 책을 보아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늘 생겼다.


사주명리책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통변하는 사람에 따라 어렵게 설명되기도 하기 때문에, 여러 권의 책을 보다보면 내가 이해 가능한 설명을 해 놓은 책을 만나게 된다.

이 책이 나에게는 그런 책이었다.



책표지의 '떡볶이처럼 따끈하게 풀어낸 쉬운 사주'라는 설명처럼 내용은 떡볶이처럼 친근하고, 신선하며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풀어놓았다. 복잡한 격식이나 어려운 용어를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나니 정말 그런 기분이 들었다.

명리를 전혀 모르는 초보가 보기에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가장 기본적인 내용부터,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다


1부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음양과 오행에 대해 먼저 알려준다. 다음으로 오행은 나무, 불, 땅, 쇠, 물 5가지에 대한 특성을 자세히 설명해놓았고, 이 기운들이 서로 생하는지 극하는지에 대해 풀어놓았다.


또, 10가지 하늘의 기운이자 나를 움직이는 힘인 천간에 대한 설명과 12가지 지지에 대한 특성도 설명하고 있다. 인성, 관성, 식상, 재성, 비겁으로 나뉘는 십성에 대한 설명이 뒤를 잇고, 신강과 신약에 대해서도 설명해 놓았다. 이 부분은 암기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아주 기초적인 개념이다.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용신'에 대한 부분이었다. '용신'은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기운이다. 다른 책에서 '용신' 부분을 봐도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늘 의문으로 남아있었다. 사주 구성에 오행이 골고루 다 있는 나는 혼자서 나의 용신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사주를 보러 가서 나의 용신이 무엇인지 물어보곤 했는데, 용신이라는 글자가 와도 딱히 좋은지 모르겠었기에 늘 궁금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그 궁금증이 단번에 해결되었고 나에게 어떤 오행이 도움이 되고 어떤 오행이 오면 힘든 시기가 되는지 알게 되었다.


대운과 세운에 관한 설명, 만세력 보는 방법까지 아주 기초적인 방법까지 쉽게 설명해주신다. 저자 하원만님은 누적 이용자가 약 200만 명인 <척척만세력>이라는 만세력 사이트를 10년째 운영 중이시다. 책 안에 QR코드를 통해 들어가면 자신의 사주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의 중심은 ' 일주' 에 있다


일주는 총 60가지인데, 태어난 날은 나를 나타내는 글자가 된다. 글자의 구성은 위에 천간과 밑에 지지로 이루어져 있다. 일주가 지닌 특성은 전체 사주 풀이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물론 내 사주의 총 8글자를 다 봐야 더 자세한 나의 성향이 나오지만, 사주 구성에 따라 일주만으로 대략적인 성격이나 특성을 파악하기도 한다.

이처럼 중요한 일주를 이 책에서는 매우 상세하게 설명해 두었다. 일주의 특징,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 발전을 위한 성장 가이드, 꿀팁까지 총망라되어 있다.


나의 일주는 '감정소통가'라는 <병진일주>'이다. 일간 병화와 일지 진토가 합쳐진 말로 밝은 태양과 촉촉한 대지 같은 진토의 결합이다. 책의 설명 중에서 나의 성향과 맞는 부분을 간략하게 적는다면, 밝은 에너지와 실용적이고 열정적이며,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겉으로는 활화산 같지만 내면은 서늘함, 그 이중성이 묘한 매력으로 다가오는 일주라고 한다.


사주 전체를 봐야하는 이유는 나의 일주 옆에 월주가 <계묘일주> 이다. 이 일주는 '상상 설계자'라고 책에는 설명되어 있다. 겉으로는 조용하고 부드러워 보이지만, 판단은 신중하고 추진은 조용하다. 공감과 배려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고, 내면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천간 병화 옆에 월주 계수가 떠있기에 나는 겉으로 보기에는 <계묘일주>의 성향이 강하다. 계수(비구름)가 병화(태양)을 가리기 때문이다. 어디가서 병화일주라고 하면 사람들이 의외라는 반응도 많지만, 내면은 병화일주 성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일주의 성향이 약하다 싶으면 옆의 월주의 성향을 같이 알아보면 맞는 경우도 있는데 내가 그런 경우이다. 그래서 나는 늘 일주와 월주를 같이 본다.


이 책의 일주의 설명 부분도 나의 성향과 매우 잘 맞아떨어졌다.

인생을 살다보면, 늘 좋은 날만 있는 사람은 없다. 명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만약 내가 힘들었던 시기에 나의 운을 미리 알았더라면, 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안 좋은 날들이 이어지는 시기가 오기도 하는데, 나는 이런 시기야말로 조금 더 신중하게 나 자신을 가다듬고 내실을 다지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가 힘들다고해서 '왜 이렇게 힘들지.'가 아니라, 이 힘든 시기가 지나면 앞으로 좋은 날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힘든 시기일수록 다른 일을 확장하기 보다, 나의 내면을 가다듬는 귀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 사주에 좋은 시기가 들어오면,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나의 운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운이 좋은 시기를 놓치기 보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기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주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운명을 탓하기 보다, 운명을 미리 예측하고 조심하며 대비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자신의 운명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또한 집에서도 나의 사주를 아주 쉽게 풀이할 수 있다. 어렵기만 했던 사주가 너무도 친근하고 쉽게 다가온다.

사주 공부를 처음 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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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한 세계 ㅣ 크로스 1
김연수.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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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


이 책은 북다출판사에서 새로 기획한 <크로스> 그 첫 번째 이야기이다. <크로스>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두 작가가 각자 다른 공간에서 '문학'이라는 공통된 카테고리를 통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책이다.


<크로스 > 첫 번째는, 한국의 김연수 작가와 일본의 히라노 게이치로 두 거장이 만났다.

이 책 이후로, 두 번째 <크로스>는 한국의 천명관 작가와 대만의 천쓰홍 작가의 만남으로 출간 예정이다.


김연수 작가 대표 작품 :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 [ 세계의 끝 여자친구 ] , [ 원더보이 ] , [ 일곱 해의 마지막 ] , [ 이토록 평범한 미래 ] , [ 너무도 많은 여름이 ] , [ 지지않는다는 말 ] , [ 언젠가, 아마도 ] 등 다수


히라노 게이치로 : [ 일식 ] , [ 마티네의 끝에서 ] , [ 한 남자 ] , [ 본심 ] , [ 후지산 ] 등 다수


책은 공통된 주제 '윤리적 딜레마'에 대해, 두 작가가 각자의 스타일로 풀어낸 서로 다른 내용의 소설 두 편이 들어있다.


먼저, 김연수 작가의 <우리들의 실패>는 한 번의 '선택'으로 인하여 대통령 친인척 국정 개입 사건에 연루되고, 하루아침에 도망자 신세가 된 손동하라는 인물이 기자를 만나서 인터뷰를 한다. 그 인터뷰에서 손동하는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세상의 모든 것은 짚으로 만든 개일뿐입니다.

잠시 존재하다가 그 쓰임이 다하면 버려지지요. p.49


소설에서는 설명한다. 옛날 중국에 짚으로 만든 개가 있었는데, 제사 때 요긴하게 쓰던 물건이라 애지중지하다가 제사가 끝나면 헌신짝처럼 버려진다고 한다. 손동하도 자신은 이제 그 쓰임이 다해 버려진 짚으로 만든 개일 뿐이라고 한다.


주인공 손동하의 경우,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자기 자신, 즉 개인에게는 문제가 되는 상황에 놓여졌을 것이고 그는 그 중 '한 가지 선택'을 한다. 그런 선택이 자신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만약 손동하가 비리를 폭로하지 않았다면 또 다른 미래가 그려졌겠지만, 그는 자신의 양심에 따른 윤리적 딜레마를 잘 극복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다.




두 번째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의 < 결정적 순간 >는 미즈마키 가스미라는 큐레이터는 자신이 기획하고 깊게 참여하고 있는 한 사진작가의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다. 고인이 된 거장 사진작가의 회고전을 준비하면서 큐레이터는 사진작가의 아틀리에(사진작가의 작업실)에서 봐서는 안 될 사진을 발견하게 된다. 큐레이터는 전시회를 중단하는 것까지 생각하게 되고, 또 자신의 개인적인 이익과 윤리적 문제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사사키의 저 사진이 공개되어 문제시되면, 내 경력은 부끄러운 것이 되는 걸까?

조롱과 비난에 대해 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p.111


만약 판도라의 상자를 우리 손으로 직접 열었다면, 그 이후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끼고 앞장서서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까. 그 상자를 열지 않았다면 모르고 한 일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미 알고 있는 이상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게 된다. 그 문제가 윤리적인 문제이고 나의 양심을 시험하는 일이 된다면 문제는 달라지게 된다.


어떤 현상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면 또 어떻게 될까? 한 개인은 잘못된 현상으로 보지 않더라도, 현시대에는 사회적 동의를 얻고 문제시되고 있는 일이라면, 개인의 생각이야 어떻든 바로잡아야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소설도 ' 윤리적 딜레마'에 빠진 주인공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뒤편에 담긴 <전시되지 못한 것들의 자리>에서는 김연수 작가님과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님의 크로스 인터뷰가 실려있다. 두 작가님이 상대의 작품에 대해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깊고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두 작품을 읽으면서, 앞의 김연수 작가님의 작품은 편하게 읽었는데 작품을 해석하기는 어려웠고, 뒤에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가 많이 나와서 읽는 데 시간은 걸렸지만, 받아들이기는 좀 더 쉬웠던 느낌이다.


개개인은 살면서 '윤리적 딜레마'를 맞닥뜨리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나서서 문제시 삼게 되면 책임져야 하는 일이 생긴다. 이런 문제는 깊은 고민을 한 후 행동에 나서게 되지만, 그 선택이 옳은 판단으로 행하더라도 비난이 따를 수도 있게 된다. 내가 행하는 행동이 또 다른 개인에게는 상처나 아픔을 줄 수도 있는 일이 되기도 하고, 책임져야 하는 일만큼 잃는 것도 많은 선택이 된다면, 나 또한 수많은 고민과 딜레마에 빠질 것 같다.

책임이 따르는 행동은 그만큼 힘든 여정임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이런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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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연금 수업 - 연금부터 세금까지 한 권으로 완성하는 노후 준비
이천 지음 / 사농공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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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디캣책곳간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한 글입니다 ]


한 해가 지나가고 나이를 먹을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은 조금씩 커져간다. 현재가 편안하다고해서 미래를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였지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노후에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늘 고민하고 있었다. 이 책을 보는 순간 더 늦기전에 노후준비를 해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겼고, 이 책을 읽고나서는 현실적인 나와 마주하고 안정된 노후를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차례

1장. 작은 시작이 가져다줄 축복

2장. 국민연금

3장. 노후 필수 연금 : 연금저축펀드, IRP, ISA, 주택연금

4장. 연금 수령의 기술

5장. 평생 기다린 휴가, 선배들의 생에 관한 조언



1장에서는 노후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따뜻한 조언들로 가득하다. 노후 준비의 시작을 하는 동시에 절반은 완성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직장인들, 노후를 미리 설계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 싱글의 노후 관리까지 다양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 맞게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노후의 틀은 마련한 것이라고 한다. 또 예전 부모님 세대는 꾸준한 적금으로 노후를 준비했다면 이제는 노후를 위해 '절세 삼총사'라고 불리는 '연금저축펀드와, IRP, ISA를 잘 활용해야하는 이유를 설명해 놓았다.


'은퇴 준비 5단계'를 설명할 때 수강생들에게 꼭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첫 번째 질문은, "노후 준비, 많이 하셨나요?"

두 번째 질문은 "노후에 남의 도움 없이 최소한의 자존감을 지키며 살 수 있은 생활비가 현재 가치로 월 얼마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입니다. p.23



위의 질문에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노후를 위한 생각뿐 아니라 계획까지 세워본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정확한 답을 하지 못한다. 작가님은 노후 준비의 첫걸음은 다른 무엇보다 노후 생활비 예산을 세우는 일이라고 한다. 아내와 2년에 한 번씩은 노후 생활비에 대한 예산을 세우시는데, 적정 노후 생활비와 최소 노후 생활비 두 가지 기준으로 세운다고 하신다. 덧붙여 그에 대한 설명을 세부항목으로 나누어서 자세하게 설명해 두셨다. 남편과도 이 항목을 활용해서 같이 노후계획을 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장에서는 국민연금이 든든한 이유와 내 모든 연금을 조회하는 방법이 나와있다. 손쉽게 들어갈 수 있는 QR코드까지 적혀있어서 바로 알아 볼 수 있다. (p.39참조)


국민연금을 몇 살부터 받을 것인지는 자신이 퇴직 후에도 소득이 있느냐 없느냐, 자신의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서 개개인이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선택을 도와주는 정보가 이 책 안에 들어있다. 조기연금, 노령연금, 연기연금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조기연금의 경우는 정말 어려울 때만 신청해야 한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조기연금을 받은 사람 VS 제때 받은 사람이나 늦게 받는 사람을 비교했을때 손해이기이다.


덧붙여 국민연금을 더 받는 방법과, 경력단절이나 1988년 이후 군복무했다면 추후납부에 대한 정보, 짧은 직장 생활을 한 사람의 임의계속가입에 대한 세세한 정보들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웃으며 재미있게 봤던 부분은, 노후 준비는 가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하는 부분이었다. 이혼을 하게 되면 노령연금액의 50%를 분할하는게 원칙이다. 물론 재판이나 협의에 따라 다르긴하지만, 나는 이 부분을 보며 남편에게 농을 던지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이혼하면 당신만 손해야. "ㅎㅎㅎ


3장에서는 실질적으로 돈을 불려서 노후생활을 더 풍족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연금저축펀드, IRP, ISA, 주택연금, 신탁에 대한 내용이다. 예를 들어 연금저축펀드라면, 이 상품에 대한 설명과 가입 대상과 방법, 세액공제 한도, 최대 납입 한도, 세액공제율, 요즘 많이들 하시는 투자가능한 자산인 국내외ETF, 수령세율적용, 중도 인출 가능여부와 세금, 계좌에서 다른 통장으로 돈을 이전하는 방법, 연금저축펀드의 공격적인 투자와 안정적인 투자의 비율 등 꼼꼼한 정보가 총망라되어있다.

IRP, ISA, 주택연금, 신탁도 마찬가지로 세부적으로 나누어서 설명해놓았다.


4장에서는 연금 수령 신청시 필요 서류와 발급 방법까지 정말 자세하게 나와있다. 홈텍스에 들어가서 어디서 발급받는지와 같은 사항도 들어있어서, 우리가 따로 리써치를 하지 않아도 책 한 권으로 얼마든지 빠르게 일처리가 가능하게 해두었다.


"인생은 눈덩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습한 눈(투자처나 가치)과 긴 언덕(시간, 복리의 힘)을 찾는 것이다. " p.191


워런 버핏의 자산은 90~95%이상이 65세 이후에 형성되었다고 한다. 위의 명언은 워런 버핏이 복리 효과를 눈덩이에 비유한 것이다. 얼마전 봤던 ETF책에서도 복리효과를 노려야한다고 거듭 당부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로 연금저축펀드, IRP, ISA의 경우 복리를 부풀려서 나의 자산으로 만들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4장에서는 법이 정한 연간 연금 수령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계산법도 들어 있다. 한도를 초과하게 되면 16,5%과세가 적용되거나 종합소득세 또는 분리과세가 적용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합소득세와 분리과세에서 무조건 분리과세가 유리한 것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달라지기때문에 잘 알아보고 판단 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5장에서는 일상을 살아가며 노후를 잘 준비한 사람들이나 노후대책에 대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예로 들어 설명해놓았다. 특히 와닿았던 부분은 주택 다운사이징에 대한 설명이었다. 노년이 되면 주택 뿐아니라 모든 생활 패턴을 축소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또 하나 건강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은 꾸준히 증가한다. 건강을 지키는 것이 나의 자산을 지키는 지름길임을 한번더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보통의 사람은 노후 준비를 퇴직하기 몇년 전에 시작한다. 100세시대인 현 시점에 노후준비는 아무리 빨리 시작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월급으로는 노후대책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산을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 풍족하진 않더라도 노후가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고 버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다. 어떤 방법으로 자산을 불려 나가야할지 막막했는데, 이 책 한권에 모든 정보가 다 나와있기에 조금씩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한 달에 한 권 경제책 읽기가 목표였는데, 이 책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또 경제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궁금증이 더해갔는데, 이 책은 실전에서 쓰이는 내용이 총정리되어 있어서, 바로 내일이라도 자산통장을 만들어도 될만큼 자신감도 붙었다. 무턱대고 하는 노후대책은 실패를 보기도 한다. 이 책은 시행착오를 줄이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도와주는 필수적으로 필요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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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ㅣ 사계절 1318 문고 152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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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된 글입니다 ]


단옥, 타마코, 올가

한 여성의 이름은 일평생, 이처럼 세 가지 이름으로 불리웠다.


이금이 작가님의 일제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세 번째 이야기는 '사할린'을 배경으로 한다.

첫 번째 이야기(2016년) :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두 번째 이야기(2020) : 알로하, 나의 엄마들

세 번째 이야기(2025) : 슬픔의 틈새


세 권의 시대적 순서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일제강점기 초반,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가 그다음이고, 마지막으로 <슬픔의 틈새>가 일제강점기 후반부터를 배경으로 한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하와이 강제 이주와 남편 될 사람 사진만 보고 시집간 세 명의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정국의 혼란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두 여성의 이야기이다.


화태는 아버지가 계신 곳, 밥 세 끼를 다 먹을 수 있는 곳, 마음껏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가면 그 커다랗고 신비한 물고기가 자신을 등에 태워 더 넓고 멋진 세상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았다. p.17



이 책 세 번째 이야기인 <슬픔의 틈새>는 '화태'라는 곳으로 배를 타고 떠나는 여정부터 이야기가 시작한다.


'화태'는 아버지가 계신 '사할린'을 말한다. 소설은 사할린을 일본이 점령하고 있을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인공의 아버지도 일본인의 관리 아래 탄광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엄마 덕춘, 장남 성복, 주인공 단옥, 그리고 22개월 아기인 영복까지 네 사람은 아버지가 계시는 곳으로 가는 긴 여정을 함께 한다. 그런데 가는 도중 장남 성복이 일본 본토에서 돈을 벌겠다며 종이쪽지만 남기고 사라진다. 만남에 대한 기약도 없이 그렇게 장남은 소설 속에서 사라지며, 나를 끝까지 애태우고 궁금하게 만든다.


살아는 있을까?

그러나 이런 나의 걱정은 앞으로 책을 읽어나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생사가 궁금해진다.

시대의 불운 앞에서 엇갈림은 단 한 번의 선택으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한다.


그 액자를 볼 때마다 단옥은 사진 찍던 날의 행복했던 시간을 떠올렸고,

덕춘은 사진에 없는 사람들을 생각했다. p.70


사할린에 도착한 가족들은 자상한 아버지 만석을 만나고 일 년 정도의 짧고 행복한 시간을 이어간다. 그사이 여동생 해옥이 태어난다.


아버지 만석이 친형제를 맺고 잘 지내는 이웃 아저씨 정만과 그의 아내 치요와도 서로 도우며 잘 지낸다. 치요는 일본 사람으로 전남편사이에 낳은 딸 유키에가 있다. 그리고 치요도 아들 용재를 낳는다.


이렇게 평화롭던 이들의 생활에 어느 날 그림자가 드리운다. 탄광 사고로 아저씨 정만이 다리를 다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탄광 노무자들에게 느닷없이 전환배치명령이 내려진다. 아버지 정만은 일본 본토의 탄광으로 가야하는데, 한국인 가족은 같이 갈 수 없다. 결국 아버지만 떠나게 되고 남겨진 가족들은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막내아들 광복이 1945년 광복을 맞으면서 아버지 없이 태어난다.


9월 2일 일본이 항복문서에 조인함으로써 전쟁이 끝이 난다. 소련은 사할린을 완전히 점령하고, 일본군은 사할린을 떠나면서 귀환선을 보내는데, 일본인만 탑승할 수 있고, 가족이라도 한국인은 승선이 금지된다.


이제는 소련의 눈치를 봐야 한다. 소련군을 피해 피난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일본의 귀환선은 몇 번 더 오지만, 여전히 한국인은 탑승할 수 없었다.


일본인과 가족을 맺은 한국인들은 버림받거나, 희망을 잃어 자살하는 사람도 있었고, 일본인이지만 치요처럼 한국 가족들과 남아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버지와도 한국과의 소식도 끊긴 고립무원의 사람들은 이 추운 사할린에서 살아가야한다.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의형제를 맺은 정만 아저씨네와 원가족보다도 더 서로를 아끼고 위로하며 살아간다. 소설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을 놓치지 않고 소중히 그려낸다.


단옥은 가끔 자기 이름의 변천사를 생각해 보곤 했다.

주단옥에서 야케모토 타마코, 다시 주단옥, 그리고 올가 송.....

이름이 바뀔 때마다 한동안 헷갈렸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웠다. 다른 한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돌이켜 보면 바뀐 이름들만큼이나 굴곡진 인생이었다.

단옥은 그 길 끝에 다다른 현재의 삶에 만족했다. p.329


"앞으로 여기서 살려면 소련말을 배워야 할 거야.

그렇더라도 언젠가는 한국으로 가는 길이 열릴 테니 우리 말과 글을 잊지 말아라. " p.187

단옥과 유키에네 가족에는 북한, 소련, 무국적이 다 섞이게 됐다. 사할린에는 부부, 부모, 형제간에도 국적이 다른 경우가 흔했으며 북한 국적은 6개월마다 비자를 갱신해야 했다. p.261



이제 소련말도 배워야 한다. 사람들은 이름도 바꾸기 시작한다.

한국 이름에서 일본 이름으로 불리다가, 다시 소련 이름으로 불린다.

한국전쟁으로 남과 북이 나뉘고 국적을 소련으로 할 것인지, 북한으로 할 것인지, 무국적자로 남을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이런 큰 결정은 자신의 기약없는 미래를 담보로 한다.

사할린에 간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무국적자로 남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북한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 중에는 아직까지 소식도 모르고 헤어진 사람도 있고, 소련 국적을 우선 취득해서 소련에 정착한 사람도 있다.


주인공 단옥은, 사할린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며 열심히 살아간다. 생사도 모르는 아버지와 오빠, 동생에 대한 아픔을 껴안고 씩씩하게 살아간다. 그들의 아이들이 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렇게 사할린에서의 동포들의 이야기는 소설이 끝이 나도 지금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제목에서 말하듯이 이 책은 슬픔의 틈새에서 행복을 찾으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슬픔에만 갇혀있지 않고, 살아가고 살아내고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찾은 사람들의 이야기. 평범한 행복을 찾던 등장인물들의 삶은 결코 평범하지 않지만 그 행복을 지키고 벼텨냈다.

좋은 문장들


제가 아버지한테 받은 사랑은 순희님 대신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미안합니다. p.417


자신이라면 무너져 내렸을 것 같은 일들을 담담하게 견디는 유키에한테 그저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고 싶지 않았다. 단옥은 유키에를 존중하며 스스로 말해 주길 기다리고 싶었다. (... 중략...)

아이를 낳고 한 달 만에 유키에는 다시 공장엘 나갔다. 사람들의 시선과 쑥덕거림을 꿋꿋이 견뎠다. p.217


둘 다 참 많은 일을 겪었다. 각자에게 일어난 일도 함께 겪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이상하게 고생스러웠던 기억보다 치요가 꽂아 놓았던 들꽃, 부엌의 지저분한 창틀을 덮었던 수놓은 작은 보, 덕춘에게 내주던 차의 향기 같은 것들이 마음에 남았다. 전부, 먹고 살기 바쁜데 쓸데없는 짓 한다고 못마땅해하던 일들이었다. 덕춘은 삼베처럼 거칠고 소나무 등걸처럼 갈라진 자신의 삶을 어루만져 준 건 바로 그런 것들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 누구에게서 그런 위로를 받을까. p.246



작가님은 사할린에 직접 찾아가서 매서운 바람과 눈, 그리고 주름 깊은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고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단옥'이라 짓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작가님은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쓰셨는데, 그래서 이 소설이 더 깊게 와닿았다.


한국 내부에서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힘든 삶을 살고 있을 때, 사할린에서도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아픔을 겪고 있었다.


여러 번의 이름 개명과 국적을 선택함에 있어서의 무게는 이들에게 소속감을 주지 못하고 언제나 혼란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할린 이주 동포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의 지난 아픔이나마 함께하고 싶어서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았다. 영주귀국을 하신 분들의 영상을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백발이 다 돼서 돌아온 한국에서 적응을 못하시거나 기력이 쇠하신 분들 18명이 고국에 온 지 2년 만에 돌아가셨다.


그토록 오고 싶어 하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의 일이라 더욱 마음이 아팠다. 조금 더 늦었다면 고국에 오고 싶다는 소망도 이루지 못하셨을 것 같지만, 어느 쪽으로든 안타까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분들에게 헤어짐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헤어져도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나와는 달리, 그들에게 헤어짐은 다시는 볼 수 없는 헤어짐이겠지.


그저 살아내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그들의 삶은 때론 처절하고 안타깝고 슬펐다.


귀환선에 탑승하지 못해 절망과 좌절 속에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을 읽는 대목에서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비참했다고 한다.


가족들과 같이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서로 의지하며 이겨냈지만, 혼자인 사람들은 외로움마저 떠안아야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별에 이별이 더해지고, 슬픔에 슬픔이 덧입혀지는 무수한 세월을 이겨낸 사할린 동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되었다.



@sakyejul /사계절출판사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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