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은 사할린에 직접 찾아가서 매서운 바람과 눈, 그리고 주름 깊은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보고 이 소설의 주인공 이름을 '단옥'이라 짓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작가님은 방대한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 소설을 쓰셨는데, 그래서 이 소설이 더 깊게 와닿았다.
한국 내부에서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힘든 삶을 살고 있을 때, 사할린에서도 우리가 몰랐던 또 다른 아픔을 겪고 있었다.
여러 번의 이름 개명과 국적을 선택함에 있어서의 무게는 이들에게 소속감을 주지 못하고 언제나 혼란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할린 이주 동포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의 지난 아픔이나마 함께하고 싶어서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았다. 영주귀국을 하신 분들의 영상을 보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백발이 다 돼서 돌아온 한국에서 적응을 못하시거나 기력이 쇠하신 분들 18명이 고국에 온 지 2년 만에 돌아가셨다.
그토록 오고 싶어 하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의 일이라 더욱 마음이 아팠다. 조금 더 늦었다면 고국에 오고 싶다는 소망도 이루지 못하셨을 것 같지만, 어느 쪽으로든 안타까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이분들에게 헤어짐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 헤어져도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나와는 달리, 그들에게 헤어짐은 다시는 볼 수 없는 헤어짐이겠지.
그저 살아내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그들의 삶은 때론 처절하고 안타깝고 슬펐다.
귀환선에 탑승하지 못해 절망과 좌절 속에 자살을 선택한 사람들을 읽는 대목에서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살아남은 사람들 중에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더욱 비참했다고 한다.
가족들과 같이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서로 의지하며 이겨냈지만, 혼자인 사람들은 외로움마저 떠안아야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별에 이별이 더해지고, 슬픔에 슬픔이 덧입혀지는 무수한 세월을 이겨낸 사할린 동포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리게 되었다.
@sakyejul /사계절출판사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