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게 안부를 묻지 마라 - 박해선 詩를 담은 에세이
박해선 지음 / 헤르메스미디어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학교 입학을 앞 두고 있는 사랑하는 둘째 딸의 서평입니다.

 

 다른 시들도 멋있고 인상 깊지만, 나의 가슴에 남는 시는 [악몽]이라는 시였다. [악몽]을 처음 읽었을 때 내가 여태까지 꾸었던 악몽들이 생각났다. 나의 악몽들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악몽, 악몽 중에 서도 악몽이라 불릴 듯한 새까맣고 기분 나쁜 것이었다. 잊을 수 없었던 나는 그 시의 마지막 부분, ‘새벽이 한 판 승을 거두고 간다라는 부분에서 악몽을 이겨야 된다는 다짐을 했기에 그 기분 나쁜 악몽을 다신 꾸지 않았다. 하지만 그 악몽은 벗어나서 다행이었다. 원래는 영원히 빠져나갈 수 없는 그런 악몽이다. 늙어서도 영원히 품고 지내야 하는……  이 책 덕에 악몽의 절반을 이겨내었다.

 꿈을 꾼다. 사방은 온통 어두웠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아는 사람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너 때문이야라는 말만 계속했다. 나랑 꽤 친한 사이인 사람들도 내 반응을 무시하고 계속 손가락 질을 해댔다. 이윽고 언니가 나타나서 이런 것도 못해라는 말을 계속하고 있었다. 내 등 뒤에는 친한 사람 중 한 명이 실망입니다을 반복했다. 언니 뒤에는 가족들이 나와서 손가락 질을 하고 나에 대한 불만들을 반복하면서 말했다. 나는 그것에 지지 않으려고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대항했지만 사람들은 내 말을 무시하고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 하고 있었다. 친구들은 날 째려보고 있었고, 선생님 마저 날 쳐다 만 보시고 계셨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내 성적 통지표를 보시면서 설교를 계속 하셨다. 나는 무슨 말인지 들을 수가 없었다. 기분 나쁜 나머지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달렸다. 하지만 더 이상 갈 곳은 없었다. 뒤에는 노란 색의 얼굴이 자꾸 이상하게 웃으며 날 가로막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노란 얼굴은 영원히라는 말만 계속 하였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시 사람들이 가루처럼 사라지더니 노란 얼굴과 나만 남아 있었다. 노란색은 기분 나쁜 소리를 내더니 가루처럼 사라졌고, 다시 아무도 없는 어둠이 찾아 왔다. 또 다시 사람들이 그 소리를 하고, 다시 노란 얼굴이 같은 말을 반복하고, 또 가루처럼 사라졌다가 또 다시 나타나서……………………..

 과거랑 흡사 하는 악몽이다. 그렇다고 나는 따돌림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 따돌림은 한 번도 당해 보지 않았다. 성적…… 성적만 좋아야 된다는 생각 밖에 못하게 되었다. 공부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지만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소원의 램프였다. 단지 그 생각 밖에 못하게 된 후로, 꾸중을 들을 때 마다 우울증이 심각해 진다. 상담도 못해보고, 마음껏 울지도 못하고, 더 이상 신뢰를 쌓을 수 없는 몸을 미워했다. 내 자신을 미워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게 나의 매력 이랬다. 이상한 악몽 따위 잊어버리고 싶지만 내가 방학 동안 오래 자는 이유가 그거였다. 불면증도 더 해지고, 이상한 생각만 들고, 미래에 포기심도 더 커져갔다. 입에선 피가 나온다.

 하지만 악몽 절반을 이겨냈다는 생각에 감사하다고 생각된다. 누가 나에게 자신감을 이식 해 준다면 더 좋을 일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