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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군 - 당산나무 기담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41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7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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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이상하게 오컬트 소설에 손이 간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작은 소리에도 뒤로 돌아보게 만드는 스토리를 읽고 싶어지는 계절이니까 말이다. 박해로 작가의 신작 <<산군: 당산나무 기담>>도 그런 마음으로 펼쳤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익숙한 공포에 한국적인 무속 신앙과 산신 설화가 겹쳐지면서 이야기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소설은 오컬트 작가 임서영과 연인 정찬유에게 조카 형상이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형상은 서영의 쌍둥이 언니가 남긴 여섯 살 아이이다. 두 사람은 아이를 가족처럼 받아들이려 하지만, 형상이 나타난 뒤부터 주변에서 이상한 죽음이 이어진다.
지하철 선로 추락, 화재, 음주 운전 사고처럼 겉으로는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형상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아이를 의심하게 됐다. 서양 오컬트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저주받은 아이’의 분위기도 느껴졌다.
특히 형상을 바라보는 찬유의 시선이 변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의 찬유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형상에게 애정을 듬뿍 쏟는다. 부모를 잃고 혼자 남겨진 아이가 안쓰럽다는 마음 때문인지 형상은 그에게 그저 보호해주고 싶은 여섯 살 소년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계속되면서 찬유의 마음도 흔들린다. 서영의 의심에 조금씩 동조하게 된다.
‘정말 형상이 그런 것일까?'
무엇보다 그 변화가 표정에서 느껴진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따뜻하게 바라보던 눈빛에 의심이 들어가고, 그 순간부터 평범했던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인다.
나 역시 어느 순간 형상을 의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안쓰러운 아이였는데, 어느새 ‘혹시 정말 저주받은 아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같은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내 시선이 달라지자 아이의 모습까지 달라 보였다.
<<산군>>의 공포는 서양 오컬트의 ‘저주받은 아이’와 한국의 당산나무 신앙, 무속, 산신 설화, 도참 예언을 엮어 독특한 K-오컬트 세계를 만들어낸다. 특히 예언서 <<진군비기>>와 과거의 산군 이야기가 현재의 사건과 맞물리면서 한 아이를 둘러싼 이야기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 넓어진다.
읽으면서 가장 오래 생각한 것은 귀신이나 신의 존재보다 인간의 욕망이었다.
인간은 편리함을 위해 산을 깎고 나무를 베며 자연을 바꿔왔다. 소설 속에서는 그것이 단순한 배경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연의 신성을 함부로 대했던 인간의 행동이 결국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를 읽으며,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생각하게 됐다.
아이들과 산에 갔던 기억도 떠올랐다. 우리는 나무와 숲이 주는 공간을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누군가 오랜 시간 살아온 공간이라 생각하니,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연을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 건지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형상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힘이 없던 존재가 신이 되는 순간, 오히려 인간이 심판받는 위치에 놓인다.
그래서 책을 덮고도 ‘가장 무서운 존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남았다. 귀신일까, 산군일까. 아니면 자연을 함부로 대하고 타인을 자신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인간일까.
무서운 이야기였다. 알 수 없는 죽음들, 사람과 자연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까지. 책을 덮고 나니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자연이,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한국적인 무속 신앙과 산신 설화가 담긴 오컬트 소설을 좋아하거나, 서양식 공포와는 다른 K-오컬트의 분위기를 만나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자음과모음(@jamobook)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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