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알코올중독 의사였습니다
이준서 지음 / 모티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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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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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매일 술을 찾지도 않았고, 생일이나 결혼식처럼 특별한 날 음식과 함께 즐기는 정도였다. 그래서 알코올중독이라는 말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조금씩 흔들렸다.

처음에는 ‘의사가 어떻게 알코올중독에 빠졌을까?’라는 호기심으로 책을 펼쳤다. 환자에게 금주를 권하던 외과의사가 정작 자신은 술을 끊지 못했다는 사실도 궁금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저자의 이야기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나에게도 술을 마시지 않았던 시간이 있었다.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한 뒤 모유 수유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술을 끊었다. 임신부터 단유까지 이어지며 약 2년 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전에도 술을 많이 마신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마시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술이 생각났다.

아이를 넷 키우면서 금주와 음주를 반복했고, 어느 순간 맥주 한 캔은 하루를 버틴 나에게 주는 작은 보상이 되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면 하루 동안 쌓인 피로가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잘 버텼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별다른 의심 없이 계속 마셨다.
매일 소주를 몇 병씩 마시는 것도 아니고, 술 때문에 일상이 무너진 것도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알코올의존증’이라는 말을 접하면서 마음이 멈칫했다.
나는 슬플 때 술을 찾고, 기쁠 때도 술을 생각한다. 화가 나거나 힘들 때도, 별일 없이 심심할 때도 맥주 한 캔이 떠오른다.
나는 정말 술을 즐기는 걸까.
아니면 술로 내 감정을 달래고 있는 걸까.
그 질문을 품고 책을 읽으니 저자의 이야기가 훨씬 가까이 다가왔다.

저자는 외과의사로 환자들에게 금주를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의 술은 끊지 못했다.
저자가 겪은 실수와 블랙아웃,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한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술 때문에 하루의 일부를 잃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생각하게 됐다.
특히 술을 마신 뒤 화장실에서 실수했던 경험을 털어놓은 부분에서는 마음이 무거웠다.
처음에는 반주였을 수도 있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한 잔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익숙한 한 잔이 어느 순간 삶의 시간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단주를 시작한 뒤 오히려 당황했다고 한다.
술을 마시던 시간이 그대로 비어버렸기 때문이다.
그 빈자리에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 독서와 운동 같은 새로운 일상이 들어왔다.
이 부분에서 나도 내 하루를 떠올렸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뒤 맥주를 마시며 쉬었던 시간.
그 시간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휴식이었을까.
술이 없어도 충분히 쉴 수 있는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의 파트 4에는 ‘술 100% 끊는 5단계 로드맵’이 담겨 있다.
단주를 결심하는 마음과 실제로 술을 끊어가는 과정은 다르기에, 구체적인 방법은 책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직접 효과를 확인한 방법이라 더욱 믿음이 갔다.

나는 아직 내가 어떤 상태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처럼 ‘나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니까 괜찮다’고만 생각하기도 어려워졌다.
맥주 한 캔은 그동안 내게 위로였고, 보상이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이었다.
이제는 그 한 캔 자체보다 내가 왜 그 순간 술을 찾는지 먼저 생각해보게 된다.

술을 끊어야 할까라는 질문에 아직 답을 내리지는 못 하겠다. 다만 책을 덮은 뒤 냉장고 속 맥주를 바라보는 마음은 예전과 같지 않다.
나처럼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하루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맥주 한 캔을 찾는다면 일독을 권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모티브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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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전쟁 세계사 3 ㅣ 한눈에 보는 전쟁 세계사 3
이광희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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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웠던 건 사건의 이름과 연도를 외우는 일이 아니었다. 띄엄띄엄 떨어진 기억들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어떤 일이 먼저 일어났고, 그것이 다음 사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연결하는 건 늘 어려웠다.

나이가 들고 책과 영화를 통해 역사적 사건의 전후 이야기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학생 때 이런 걸 알았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그때는 외우기 바빴던 선택과 갈등을 하나씩 들여다보니 역사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만큼은 역사를 단편적인 지식으로 배우지 않았으면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를 궁금해하길 바랐고, 전후 사정을 이야기로 이해하길 바랐다.

이 책은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을 시작으로 제1차 세계 대전, 제2차 세계 대전, 베트남 전쟁, 중동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다룬다. 전쟁이 일어난 배경과 당시의 국제 관계, 전쟁 이후 달라진 세계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역사서였다.

특히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 부분에서 책장을 오래 들여다봤다. 청나라와 일본, 러시아와 일본이 싸웠지만 그 과정에서 조선이 전쟁의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전쟁을 결정한 나라와 달리 조선의 백성들은 자신들이 선택하지 않은 싸움으로 피해를 입어야 했다.
지도를 따라 전쟁의 움직임을 살펴보니 왜 조선이 두 나라의 충돌 속에 놓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학창 시절 한 줄로 외웠던 전쟁이었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 나라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사책에는 승리한 나라와 패배한 나라, 전쟁 기간과 결과가 기록되지만 그 시간을 견뎌야 했던 사람들의 하루까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달랐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읽으며, 전쟁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이미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지금도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전쟁의 원인과 결과만 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도를 펼쳐놓고 그때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곳 사람들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이야기할 수 있는 눈을 가지길 바란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건 하나하나는 잘 외웠지만 그 사이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연결짓지 못했다. <<한눈에 보는 전쟁 세계사 3>>는 세계지도를 재밌는 자료로 활용한다.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역사의 한순간을 설명하는 스토리텔러를 만난 것 같다.

특히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초등 고학년이나 중학생, 한국사와 세계사를 따로 공부하면서 역사 흐름을 잡기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으며 “그때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고 이야기를 나눠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다음에 아이와 세계사를 읽을 때는 한 사건을 배우고 바로 다음 장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 시절 다른 나라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찾아볼 생각이다. 우리가 외웠던 역사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찾아보고 싶어지는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풀빛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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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드 : 어느 위대한 콜리 이야기
앨버트 페이슨 테르훈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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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개를 좋아해서 영상 속 개에게도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래드>>를 읽으면서도 래드의 행동 하나하나에 자꾸 마음이 갔다. 꼿꼿하게 선 자세와 당당한 풍채를 가진 콜리 래드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고, 마치 오래된 영상을 정주행하는 기분으로 12편의 이야기를 따라갔다.

이 책은 작가가 실제로 키웠던 콜리 래드의 삶을 바탕으로 쓰였다. 래드를 키우는 주인 부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재미있는 점은 그들이 래드의 마음을 직접 알 수 없지만, 래드가 이런 행동을 하니 아마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런데도 이야기는 무척 그럴싸하다. 래드와 레이디의 행동과 표정이 눈앞에 그려질 만큼 생생하기 때문이다.

래드는 충직하고 영리한 개다. 자신이 왜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도 주인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묵묵히 해낸다. 주인의 명령에 순순히 따르는 모습에서는 콜리의 영리함과 훈련된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레이디가 새끼에게 애정을 쏟을 때는 질투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말 래드의 마음을 자막으로 읽는 기분이었달까.

가장 조마조마했던 장면은 주인과 안주인의 실수로 차에서 떨어진 래드가 온갖 난관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부분이었다. 정말 이러다 래드가 다시는 집을 찾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 마음을 졸이며 읽었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래드를 보고 안주인이 흐느끼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렸다.

“누구나 개의 ‘소유주’가 될 수 있어요. 하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도 개의 진짜 ‘주인’은 될 수 없어요.”
래드를 읽다 보면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돈을 주고 개를 데려오는 것과 한 생명에게 신뢰받는 주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읽을 때는 지금과 다른 시대의 반려견 문화를 생각해야 한다. 래드와 레이디는 오늘날 우리가 반려견을 대하는 방식과 꽤 다르게 살아간다. 당시의 개는 말 그대로 ‘개답게’ 길러졌고, 지금은 반려견을 자식처럼 생각하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애견인이라면 눈살을 찌푸릴 만한 장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개를 훈육하는 방식이나 개들 사이의 거친 장면은 지금의 동물 돌봄 기준으로 보면 불편하게 느껴지니까 말이다. 그런 시대적 차이를 알고 책을 펼치는 것이 좋겠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많은 애견인들이 읽었으면 한다. 래드가 주인을 얼마나 믿고 따르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어디까지 참고 견디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귀엽다는 이유로 개를 데려왔다가 밤새 낑낑댄다는 이유로 한여름 문밖에 내놓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한다는 것은 예쁜 모습을 곁에 두는 일이 아니라 그 생명이 보내는 신호와 마음까지 책임지는 일일 테다.

반려동물이 말하지 못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모를 뿐,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안 나름의 방식으로 사람을 바라보고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개를 좋아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이고, 반려견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내 곁에 있는 반려견이 나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한 번쯤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래드의 이야기가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구독과 알림 설정을 해두고 다음 편을 기다리고 싶은 마음처럼.


>> 이 서평은 키멜리움(@cimelium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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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왕과 도둑 I - 이름의 연대기
구일 / 잇스토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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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보다, 책장을 넘기며 하나씩 알아가는 이야기에 더 마음이 간다. 낯선 나라와 인물을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세계의 규칙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기 때문이다.

구일 작가의 <<왕과 도둑 Ⅰ>>도 그랬다. 600페이지가 넘는 1권을 읽었는데도 아직 이 세계를 다 알지 못한 기분이다. 오히려 이제 막 입구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얼마나 방대한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질지 감도 오지 않는다.

이야기는 왕의 죽음에서 시작된다.
왕이 죽자 왕좌를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고, 왕실 근위대의 추격을 피해 도망치는 두 도둑, 새로운 왕을 세우려는 부족들, 신의 이름을 따르는 사람들과 땅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각각 다른 이야기처럼 보였다. 그런데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서로 다른 사건들이 하나의 역사 안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여러 나라와 인물이 등장하고 앞으로 펼쳐질 세계의 틀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소설에서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이름’이었다.
‘이름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역사가 된다.’
처음에는 인상적인 문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소설을 읽고 나니 이 문장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이 세계에서는 왕이 내리는 이름에 신분과 책임이 따라오고, 이름을 둘러싼 선택이 사람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서 인물의 이름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누가 어떤 이름을 얻었는지, 어떤 이름을 따르는지 살펴보게 됐다.
부제를 ‘이름의 연대기’라고 한 이유일 것이다.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인간과 동물이 ‘형제’로 살아가는 세계관이다.
이곳에서는 인간과 동물이 태어날 때부터 땅의 연으로 이어져 평생 함께한다. 그 연을 갖지 못한 사람들은 자유민이라 불린다. 인물마다 함께하는 동물도 달라서 사람의 성격과 묘하게 어울리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동물이 한 공동체를 이루기도 한다. 사람과 동물이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지 지켜보는 것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 중 하나였다.

내가 좋아하는 판타지는 거대한 세계를 한꺼번에 설명하기보다 인물을 따라가며 조금씩 알아가는 이야기인데, <<왕과 도둑 Ⅰ>>이 딱 그랬다.
무엇보다 등장인물이 많고 이야기가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도 각자의 특징이 분명했다. 이름이 많아 처음에는 헷갈릴 것 같았지만 읽다 보니 어느 순간 인물들의 성격과 사연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인데도 지루할 틈 없이 읽혔던 데에는 이런 인물들의 힘도 컸다.

왕이 살아 있을 때는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존재들도 있다. 사람들을 죽이고 다니면서 자신들을 신이라 부르는 이들이다. 왕이 죽은 뒤 세상이 흔들리면서 그들의 존재도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동굴에 기록하는 인물이 있다. 그가 보고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 긴 연대기가 시작된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존재했을 법한 어느 왕국의 오래된 기록을 한 장씩 넘겨보는 듯한 몰입감도 느껴졌다.

왕의 죽음으로 시작된 전쟁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인물들은 언제 만나게 될까.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은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까. 저마다 다른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며 앞으로의 역사를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세계관을 천천히 알아가면서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판타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독특한 세계관과 모험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왕이 죽은 후, 새로운 이름들이 역사를 만들어가기 시작하는 <<왕과 도둑>>의 첫 번째 이야기를 만나보시길 바란다.




>> 이 서평은 잇스토리(@it_story)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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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군 - 당산나무 기담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41
박해로 지음 / 네오픽션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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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이상하게 오컬트 소설에 손이 간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칠 작은 소리에도 뒤로 돌아보게 만드는 스토리를 읽고 싶어지는 계절이니까 말이다. 박해로 작가의 신작 <<산군: 당산나무 기담>>도 그런 마음으로 펼쳤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익숙한 공포에 한국적인 무속 신앙과 산신 설화가 겹쳐지면서 이야기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소설은 오컬트 작가 임서영과 연인 정찬유에게 조카 형상이 맡겨지면서 시작된다. 형상은 서영의 쌍둥이 언니가 남긴 여섯 살 아이이다. 두 사람은 아이를 가족처럼 받아들이려 하지만, 형상이 나타난 뒤부터 주변에서 이상한 죽음이 이어진다.
지하철 선로 추락, 화재, 음주 운전 사고처럼 겉으로는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형상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나 역시 자연스럽게 아이를 의심하게 됐다. 서양 오컬트 영화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저주받은 아이’의 분위기도 느껴졌다.

특히 형상을 바라보는 찬유의 시선이 변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의 찬유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형상에게 애정을 듬뿍 쏟는다. 부모를 잃고 혼자 남겨진 아이가 안쓰럽다는 마음 때문인지 형상은 그에게 그저 보호해주고 싶은 여섯 살 소년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계속되면서 찬유의 마음도 흔들린다. 서영의 의심에 조금씩 동조하게 된다.
‘정말 형상이 그런 것일까?'

무엇보다 그 변화가 표정에서 느껴진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따뜻하게 바라보던 눈빛에 의심이 들어가고, 그 순간부터 평범했던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인다.
나 역시 어느 순간 형상을 의심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안쓰러운 아이였는데, 어느새 ‘혹시 정말 저주받은 아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다. 같은 아이를 바라보면서도 내 시선이 달라지자 아이의 모습까지 달라 보였다.

<<산군>>의 공포는 서양 오컬트의 ‘저주받은 아이’와 한국의 당산나무 신앙, 무속, 산신 설화, 도참 예언을 엮어 독특한 K-오컬트 세계를 만들어낸다. 특히 예언서 <<진군비기>>와 과거의 산군 이야기가 현재의 사건과 맞물리면서 한 아이를 둘러싼 이야기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로 넓어진다.

읽으면서 가장 오래 생각한 것은 귀신이나 신의 존재보다 인간의 욕망이었다.
인간은 편리함을 위해 산을 깎고 나무를 베며 자연을 바꿔왔다. 소설 속에서는 그것이 단순한 배경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연의 신성을 함부로 대했던 인간의 행동이 결국 어떤 결과로 돌아오는지를 읽으며, 자연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생각하게 됐다.
아이들과 산에 갔던 기억도 떠올랐다. 우리는 나무와 숲이 주는 공간을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누군가 오랜 시간 살아온 공간이라 생각하니,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연을 마음대로 바꿔도 되는 건지 생각하게 됐다.

처음에는 형상을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힘이 없던 존재가 신이 되는 순간, 오히려 인간이 심판받는 위치에 놓인다.
그래서 책을 덮고도 ‘가장 무서운 존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남았다. 귀신일까, 산군일까. 아니면 자연을 함부로 대하고 타인을 자신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인간일까.

무서운 이야기였다. 알 수 없는 죽음들, 사람과 자연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까지. 책을 덮고 나니 평소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자연이,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조금은 다르게 보였다. 한국적인 무속 신앙과 산신 설화가 담긴 오컬트 소설을 좋아하거나, 서양식 공포와는 다른 K-오컬트의 분위기를 만나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자음과모음(@jamobook)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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