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공약 - 표와 피의 잔혹사
김주석 지음 / 9월의햇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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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 되면 거리에는 현수막이 걸리고 뉴스에서는 수많은 공약이 쏟아진다.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 말들 사이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기준으로 선택을 고민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문득 궁금해진다.

'사람은 무엇을 보고 표를 던질까.'

신념일까. 이익일까. 아니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현실적인 판단일까.

<<살인 공약, 표와 피의 잔혹사>>는 바로 그 질문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지방선거를 앞둔 제주도다. 선거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도지사의 대표 공약을 떠올리게 하는 연쇄 살인이 발생한다. 사건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 선거 구도까지 흔들기 시작하고, 수사를 맡은 형사 오승표는 예상하지 못한 갈등에 휘말린다. 특정 후보의 당선 여부에 따라 자신이 가진 땅의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인데...!!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범인을 찾는 과정보다 사람의 선택을 들여다보는 데 있다. 오승표는 진실을 밝혀야 하는 형사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미래와 이익을 계산할 수밖에 없는 평범한 인간이기도 하다. 정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앞에 놓인 현실적인 유혹 앞에서 흔들린다.
나라면 어땠을까. 정의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눈앞의 이익을 외면하기 어려운 인간적인 모습이 현실적으로 그려져 몰입감을 높인다.

또한 이야기의 생생함 역시 몰입감을 높였다. 장면마다 긴장감이 살아 있고 인물들의 행동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저자의 이력을 보고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김주석 작가는 드라마 "형사록"과 "중증외상센터"에서 조감독으로 활동했고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집필해 왔다. 독자들이 몰입할 만한 사건과 인물, 갈등을 구축하는 힘이 작품 곳곳에서 느껴진다.

이 소설은 선거라는 제도를 다루고 있지만, 그보다 그 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욕망에 주목한다. 공약과 여론, 권력과 이해관계가 얽히는 과정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정치 스릴러지만 인간들의 흔들리는 내면의 묘사가 일품이다.

<<살인 공약, 표와 피의 잔혹사>>는 빠른 전개를 갖춘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도덕적 갈등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을 찾는 독자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사건의 진실보다 오히려 선택에 대한 질문이 더 오래 남는다.

우리는 늘 옳은 선택을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과 신념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을 때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등장인물들의 흔들리는 마음이 꼭 내 마음 같아서 씁쓸했던 기분을 잊지 못한다. 선거를 둘러싼 욕망과 그 끝에 숨겨진 진실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 이 서평은 9월의 햇살(@ss9wol)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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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반반한 마을 (작가 특별판) - 영상화 기획 소설
현영강 / 잇스토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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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세상은 정말 가능할까.

디스토피아 소설을 좋아한다. 그래서 <<반반한 마을>>을 펼칠 때도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인간 사회를 비틀어 보여줄까 궁금했다.

시티와 마을.

철저한 계급으로 나뉜 시티와 그곳을 탈출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마을. 처음에는 마을이 꽤 괜찮아 보였다. 돈도 없고 장사도 없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약속의 날에 서로 물건과 노동을 바꾼다. 누가 더 높고 낮은 사람도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읽다 보니 자꾸 눈에 밟히는 것들이 생겼다.

계급은 없다는데 피크라는 중심 인물이 있다. 마을을 지키는 지킴이라는 자리도 있다. 지킴이를 뽑는 대회가 열리면 사람들은 응원하는 편을 나누고, 누가 이기길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못한다.

그 순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모인 곳에서 권력은 정말 사라질 수 있을까?"

시티를 떠나 자유를 찾으려 했던 사람들. 하지만 그들이 만든 새로운 세상에서도 또 다른 질서와 힘이 만들어진다. 계급을 없애려 했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읽을수록 유토피아라는 종착점이 과연 닿을 수 있는 곳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닿기 전 저 멀리 도망가는 오아시스처럼, 신기루였을까.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세계관이었다.

보통은 한 명의 주인공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읽는다. 그런데 <<반반한 마을>>은 조금 다르다. 퓨티, 홈, 워블을 비롯해 다양한 인물들이 번갈아 등장한다. 왜 시티를 떠났는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어떤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 조금씩 드러난다.
마치 마을 한복판에 앉아 주민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엿듣는 기분이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인물이 생긴다. 누구의 생각에 공감하는지, 어떤 삶을 더 옳다고 느끼는지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짧게 나뉜 챕터와 계속 바뀌는 시점도 의외로 복잡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물의 스토리를 따라가고 주변인물과의 관계로 정리하면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10년 전 사건의 진실, 인물들이 숨기고 있는 이야기, 시티와 마을 사이의 연결고리가 조금씩 드러날 때의 쾌감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반반한 마을>>은 평등이란 무엇인지, 자유란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지 묻는다. <<멋진 신세계>>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을 좋아한다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동안 시티와 마을,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함께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 이 서평은 작가 현영강 (@swimmist7)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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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과학 실험 학교 - 재미있게 놀면서 과학력이 자라는
마에마마 지음, 고경옥 옮김 / 글송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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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왜 파래요?"
"물은 왜 얼어요?"
"비누 거품은 왜 생겨요?"

하루에도 몇 번씩 질문이 쏟아진다. 어른들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모두 신기한 발견이다.

아이와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다가 간단한 실험을 해 본 적 있다. 실험을 하는 동안 아이의 눈은 동그래지고,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면 깔깔 웃고, 성공하면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좋아했다. 나는 실험 자체보다 아이의 표정이 더 재미있었다.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함께 이유를 찾아가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호기심이 사라지지 않도록 집에서도 이런 경험을 자주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마법의 과학 실험 학교>>를 보면서 바로 그 기억이 떠올랐다.

이 책은 과학을 가르치려는 책이라기보다 신기한 일을 함께 경험해 보는 책에 가깝다. 집 안에 있는 재료들로 직접 실험을 해보고, 눈앞에서 변화를 확인하고, 그 뒤에 숨어 있는 이유를 알아가는 방식이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가장 좋았던 건 실험들이 생각보다 훨씬 쉽다는 점이었다.

과학 실험이라고 하면 시험관이나 복잡한 도구부터 떠오르는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준비 과정이 부담스럽지 않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실험을 시작할 수 있고, 평범한 물건들이 새로운 놀이 도구이자 실험 재료로 변한다.

책을 읽으며 아이와 아이스크림 만들기 실험도 해보았다. 처음에는 우유와 생크림이 그냥 액체일 뿐이었는데, 얼음 위에 특정 재료를 넣고 흔들자 조금씩 질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숟가락으로 떠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이 되었다.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연신 통을 흔들며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는지 궁금해했다. 무엇을 넣어야 이런 변화가 생기는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결과도 재미있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질문들이 더 흥미롭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단순히 결과만 보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금이 신기한 모양으로 움직이는 실험을 보며 아이들은 재미있어한다. 그런데 책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왜 그런 움직임이 생기는지 설명해 주고, 같은 원리를 다른 실험에도 적용해 볼 수 있도록 연결해 준다. 마술처럼 보이는 현상의 비밀을 알려주는 셈이다.

실험마다 난이도가 표시되어 있다는 점도 좋았다. 혼자 해볼 수 있는 실험부터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 실험까지 구분되어 있어 아이가 직접 골라보기에도 편하다. 주의사항과 응용 실험까지 함께 소개되어 있어 하나의 실험이 또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과학은 직접 해봐야 재미있다. 책으로 읽는 것보다 직접 보고 만지고 경험한 일들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는다. 실험 하나를 끝내고 나면 아이들은 다음 페이지를 넘기며 또 다른 도전을 찾는다.

"엄마, 이것도 해볼래요."

그 모습이 마치 새로운 보물을 발견한 아이 같아 절로 웃음이 났다.

이 책은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아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놀이처럼 즐기며 과학과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부모에게도 잘 어울린다. 함께 실험하고 이야기하는 과정 자체가 좋은 추억이 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아이에게도 추천한다. 질문을 발견하고 답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알려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과학은 거창한 연구실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식탁 위에서도, 주방에서도, 거실 바닥에서도 시작된다. <<마법의 과학 실험 학교>>는 그 사실을 가장 재미있게 보여주는 책이라 적극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글송이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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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랑을 먹어라
세라 마리아 그리핀 지음, 아밀(김지현) 옮김 / 허블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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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사랑에 대한 생각을 한다.
'사랑은 무엇일까.'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일까. 가장 편안한 사람에게 내 시간을 내어주는 일일까. 서로의 공간을 조금 더 공유하는 관계일까. 아니면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감정일까. 각자의 삶을 살아가면서도 마음이 있다는 사실만 가끔 확인하면 충분한 걸까.

생각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그 질문들 끝에서 <<네 사랑을 먹어라>>를 만났다.

사랑은 어디까지가 사랑일까.
좋아하는 사람을 자꾸 보고 싶고, 곁에 두고 싶고, 오래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 정도는 누구나 품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마음이 조금씩 커져서 상대를 전부 가지고 싶어진다면 어떨까.

이야기는 서른셋의 셸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친구들은 결혼을 준비하거나 직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데, 셸은 파혼과 실직을 겪은 채 다시 부모님 집으로 들어온다. 익숙한 공간인데도 어딘가 불편하고, 친구들의 안부 문자조차 부담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꽃집에서 일하게 되고, 그곳에서 네브를 만난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가가 있다.
허기에 시달리는 식물.
사람을 먹고 싶어 하는 식물.
사랑하는 사람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고 싶어 하는 식물.

처음에는 식물 호러인가 싶었다. 사람을 잡아먹는 식물이라니. 그런데 읽을수록 무서운 건 식물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감정이었다.
아가는 네브를 사랑한다. 너무 사랑해서 자신 안으로 들이고 싶어 한다. 머리카락 한 올도 남김없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읽다 보니 문득 생각하게 됐다.
사랑과 집착의 경계는 어디일까.
상대를 위한다는 말로 통제하고, 아낀다는 이유로 붙잡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소유하려는 마음은 정말 사랑일까.

아가는 분명 괴물이다. 하지만 그 욕망은 놀라울 만큼 인간적이다. 그래서 무섭다. 사랑을 이야기하는데도 섬뜩하고, 섬뜩한 장면을 읽는데도 사랑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 든다.

셸의 모습에 자꾸 마음이 끌렸던 건, 어쩌면 그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셸은 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친구들의 삶을 보며 뒤처졌다고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자신의 욕망은 뒤로 미뤄둔다. 어디에도 완전히 뿌리내리지 못한 채 흔들리는 모습이 안쓰럽게 다가왔다.

반면 아가는 다르다.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얻기 위해 집요하게 움직인다.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원하는 것을 향해 뻗어가는 식물과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흔들리는 인간.
그 대비가 이 소설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읽기 전에는 기괴한 식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사랑 이야기였고, 외로운 청춘의 이야기였고, 어딘가에 속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쇠락해 가는 쇼핑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 기대고 상처 주고 다시 붙잡는 관계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래서 장르는 호러였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로 느껴졌다. 그들의 상황에 따른 심리변화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심리 묘사가 깊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독특한 설정의 호러와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사랑과 집착의 경계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일까.

>> 이 서평은 허블(@hubble_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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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보는 변호사 - 전직 검사가 법전 대신 만세력부터 펼친 이유
안종오 지음 / 노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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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사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만세력을 줄줄 읽거나 오행을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새해가 되면 운세를 찾아보고, 궁합 이야기가 나오면 괜히 귀가 쫑긋해지는 정도다. 누가 "너는 물이 많네", "금 기운이 강하네" 하면 고개를 끄덕이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딱 그 정도의 관심 말이다.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늘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을 이해하려고 했다. 요즘은 MBTI를 묻고, 그 전에는 혈액형 성격론이 유행했다. 또 어떤 사람은 띠나 별자리로 성향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이해하고, 현재를 통해 미래를 상상하며 살아간다. 믿고 안 믿고를 떠나 궁금하긴 하다.

그러다 <<사주 보는 변호사>>를 만났다.
사실 처음에는 제목이 더 눈에 들어왔다. 변호사가 사주를 본다고?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았다. 검사와 변호사라면 사실과 증거를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람 아닌가. 그런데 사주라니. 솔직히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책을 읽다 보니 저자 역시 비슷한 질문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오랜 시간 법조계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사건과 사람들을 만났지만, 같은 조건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맞이하는 경우를 반복해서 보게 된 것이다.
"왜 어떤 사람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어떤 사람은 비슷한 상황에서 계속 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그 질문을 따라가다 저자가 만난 것이 사주 명리학이었다.
흥미로웠던 건 책이 사주를 신비한 예언처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를 맞히는 기술이라기보다 사람의 성향과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도구로 설명한다.

특히 좋았던 점은 그동안 이름만 들어봤던 개념들을 어렵지 않게 설명해준다는 점이었다.
식신, 상관, 관성. 예전에는 그런 말을 들어도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냥 사주를 볼 때 나오는 어려운 용어 정도로만 생각했다. 표현하는 힘, 돈을 벌어내는 방식, 책임을 감당하는 태도처럼 일상과 연결해 설명하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점점 궁금해졌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저자가 사람을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주가 이렇다고 해서 인생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알고 흐름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관점은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부동산 매매가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사람, 중요한 재판을 앞둔 사람, 사업 계약을 고민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단순히 사주 풀이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의 선택과 결과를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이를 자동차와 도로에 비유한다. 타고난 기질은 자동차이고 운은 그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라는 것이다. 스포츠카라도 비포장도로에서는 힘을 못 쓰고, 평범한 차라도 좋은 길을 만나면 멀리 갈 수 있다.
나는 늘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기대만 못했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나도 자동차가 문제가 아니라 도로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건 아닐까.

책을 덮고 나니 이상하게도 미래가 궁금해진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궁금해졌다. 내 사주는 어떤 기질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은 밀어붙여야 하는 시기일까, 잠시 숨을 고를 시기일까. 저자가 소개한 사례들을 읽다 보니 자연스러운 질문이 따라왔다. 누가 내 만세력을 펼쳐놓고 지금은 어떤 시기인지 한번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주 보는 변호사>>는 운명을 맞히는 책이 아니다. 대신 나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시선을 건네는 책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내 미래는 어떻게 될까?"보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질문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답인지도 모르겠다. 사주에 관심은 있지만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졌던 사람, 또는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이해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읽어볼 만한 책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노들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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