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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탄생 - 한 조각씩 꺼내 보는, 14가지 약 이야기
김효정 지음 / 반니출판 / 2026년 10월
평점 :
아이 넷을 키우다 보니 집에 상비약이 하나둘 늘어난다. 특히 아이들이 비염이 있어 알레르기약은 자주 챙기는 약 중 하나다. 증상이 심해지면 약을 먹여야 하지만, 매일 복용하다 보면 내성이 생기지는 않을지, 간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 안 먹이면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먹이자니 괜히 마음이 쓰인다. 엄마가 되고 나니 약 하나를 먹이는 일에도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서 우리가 아플 때 당연하게 찾는 약은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안전한지 궁금했다.
책은 고통과 감각, 생존과 공포, 욕망과 균형이라는 세 가지 주제로 약의 역사를 들려준다. 타이레놀과 아스피린 같은 진통제부터 항생제와 백신, 인슐린, 비타민, 피임약, 체중 조절제와 우울증 치료제까지 폭넓게 다룬다. 평소 약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두통이 심할 때면 타이레놀을 찾기에 익숙한 약의 탄생 과정부터 살펴봤다. 궁금한 내용부터 찾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타이레놀. 지금은 편의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진통제가 한때 위험한 약으로 취급받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1893년 한 권위 있는 생리학자에게 위험한 물질로 지목된 뒤 오랫동안 외면받았다. 이후 연구가 이어지면서 안전성과 효과를 다시 평가받게 되었다고 한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꺼내 먹던 약의 탄생이 신기했다.
책을 읽으며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처음에는 독으로 분류됐던 물질이 나중에 약으로 인정받기도 하고, 치료를 위해 복용했던 약이 오히려 사람에게 해를 끼친 사례도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먹는 약은 정말 안전할까. 제조 과정에서 용량이나 품질에 문제가 생겨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는 뉴스를 볼 때면 이런 걱정은 더 커진다.
연예인들 덕분에 알게 된 프로포폴. 내시경 검사 때 사용하는 약이라 이름은 익숙했지만, 프로포폴로 의식을 잃는 상태가 평소 우리가 자는 잠과 다르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잠을 자고 나면 피로가 풀리지만 프로포폴은 의식을 잠시 차단하는 상태란다. 약의 효능과 몸의 반응이 한편으론 신비했다.
항생제 이야기를 읽을 때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비염약이 떠올랐다. 항생제는 세균을 없애거나 증식을 막는 약이고, 알레르기약은 알레르기 반응을 줄여주는 약이다. 작용 방식부터 다른데도 나는 그동안 약을 자주 먹이면 내성이 생기는 건 아닐까 막연하게 걱정했다. 항생제를 필요 이상으로 사용하면 세균이 약에 저항하는 능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 모든 약으로 크게 해석한 것 같다. 이제는 아이들이 약을 처방받으면 어떤 성분인지, 얼마나 복용해야 하는지 살펴보고 궁금한 점은 의사나 약사에게 물어봐야겠다.
약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연구와 실패가 있었고, 중요한 발견에 기여하고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약 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의 노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른 엄마들의 경험이나 인터넷 후기에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잘 맞았던 약이 우리 아이에게도 똑같이 효과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약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일수록 정확한 내용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조건 두려워하거나 익숙하다는 이유로 가볍게 여기기보다, 어떤 약인지 알고 제대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를 키우며 약을 자주 챙기는 부모, 평소 진통제나 알레르기약을 복용하는 사람, 우리가 먹는 약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지 궁금한 사람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