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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리허설 - 살기 위해, 한 번 죽어 보기 ㅣ 세계척학전집 8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6년 10월
평점 :
사람들은 보통 '오늘 바쁘니 다음에 연락해야지', '얼굴 보고 이야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함께할 시간이 앞으로도 이어질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지인의 장례를 치르며 그 믿음이 얼마나 막연한 것인지 실감했다.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남은 가족들은 슬퍼할 틈도 없이 장례 절차와 여러 현실적인 일을 챙겨야 했다. 조문을 오신 어르신들이 “다음엔 내 차례겠구나”,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 혼자 남았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평소에는 내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언젠가 떠나겠구나.'하고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다.
그때 이클립스의 <<죽음 리허설>>을 읽었다. 죽음을 연습한다는 말이 낯설고 조금은 섬뜩하기도 하다. 살아가는 일에도 연습이 없는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할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죽음 자체보다 지금 살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함을 깨달았다.
이 책은 프로이트와 붓다, 에피쿠로스, 몽테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상가들의 생각을 따라간다. 철학자뿐 아니라 의사와 심리학자, 소설가 등 죽음을 깊이 고민했던 스물다섯 명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자기 죽음을 상상하는 실험부터 사형수의 마지막 말까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한다.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다르고 때로는 정반대다. 어느 한쪽의 답을 정답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여러 관점을 읽으며 내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남겨진 사람의 슬픔까지 생각하면 죽음에 좋고 나쁨을 쉽게 붙일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죽음이라는 말로 한 사람의 마지막을 너무 간단히 정리하는 건 아닐까 싶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각자의 사건이고, 보내는 사람에게는 저마다 다른 무게로 남는다. 최근 장례식에서 느꼈던 마음과 겹쳐져 많은 문장에서 멈췄다.
또 기억에 남은 것은 좋은 죽음을 맞는 방법보다 마지막까지 좋은 삶을 살아가는 데 마음을 두자는 생각이었다. 죽음을 준비한다며 남은 날을 계산하고 불안해하기보다는 지금 누리는 평범한 시간과 곁에 있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자는 마음이 커졌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하겠다고 미뤄 둔 일들도 얼른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만약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면 지금 나를 괴롭히는 걱정은 여전히 크게 느껴질까. 타인의 평가나 사소한 다툼보다 정말 소중한 사람과 하고 싶었던 일이 먼저 떠오르지는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던 죽음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다가오니 내가 무엇에 마음을 쓰며 살고 있는지도 돌아보게 됐다.
책을 읽는다고 내일의 걱정이 없어지거나 하루가 갑자기 특별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바쁘고 때로는 가까운 사람에게 서운하게 할 것이다. 그래도 죽음을 삶의 끝에 놓고 오늘을 바라보니, 다르게 보였다. 좋은 마지막을 맞는 방법을 고민하기 전에 오늘을 조금 더 잘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책을 덮은 뒤에, 장례식장에서 들었던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다음에 해야지 하고 미뤄 둔 말이 있다면, 그다음이 오기 전에 건네야겠다.
<<죽음 리허설>>은 죽음에 관한 철학과 삶의 질문을 어렵지 않게 만나고 싶은 사람, 소중한 이를 잃은 뒤 남은 시간과 관계를 돌아보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