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도 꽃도 필요 없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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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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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갑작스러운 장례를 겪었다.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 남은 가족들이 해야 할 일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그때 처음 가까이에서 보았다. 슬퍼할 틈도 없이 챙겨야 할 현실적인 일들이 이어졌다.

그때 문상 온 어르신들이 “다음엔 내 차례겠구나”,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 혼자 남았네”라고 하셨던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 평소라면 흘려들었을지도 모를 말인데 장례식장에서 들으니 마음이 먹먹했다.

그래서인지 아사쿠라 가스미의 <<관도 꽃도 필요 없다>> 첫 번째 단편이 더 강하게 다가왔다.

적당히 낡은 집에서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마지막을 맞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모르는 누군가를 후계자로 정하고, 후계자는 앞사람이 남긴 뒷일을 정리한 뒤 다시 자신의 뒤를 맡아줄 사람을 찾는다. 처음에는 꽤 충격적인 설정이었다. 하지만 ‘남에게 짐을 남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전처럼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장례를 치르면서, 무빈소라는 것도 알게 되었기에 그런 생각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싶어 서글펐다.

소설집에는 서로 다른 다섯 사람의 삶이 담겨 있다. 하루 벌어 살아가는 예순한 살 여성, 오랜 친구의 재혼 소식에 마음이 복잡해진 남자, 오래된 아파트에서 함께 사는 연인, 집안 형편 때문에 진학을 고민하는 열다섯 살 소녀, 이혼 후 아들을 키우는 여자다. 코로나19를 지나며 일자리와 관계, 미래가 흔들린 시간도 이들의 일상에 스며 있다.

흥미로운 설정과 여러 사람의 삶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들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다섯 편을 다 읽고 나니, 저마다 다른 사정을 안고도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남았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말이 계속 맴돈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쓰던 말인데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르게 들렸다. 오늘까지 왔으니 내일도 한번 가보자는 말처럼. 다 포기한 것처럼 말하는 사람도 내일 일을 걱정한다. 그런 모습이 이상하다기보다 오히려 사람답게 느껴졌다.
책을 읽는 동안 죽음이 생각보다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자꾸 떠올리게 됐다.

나도 언젠가 맞게 될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처음으로 생각해보았다.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장례를 겪고 이 책을 읽으면서 삶과 죽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와 오늘처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용히 흘러가는 이야기들이었는데 이상하게 책을 덮은 뒤가 더 묵직했다.

삶과 죽음, 노년과 고립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소설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큰 사건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속마음과 하루를 천천히 들여다보는 일본 단편소설을 좋아한다면 일독을 권한다.


>> 이 서평은 열림원(@yolimwon)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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