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물방울 모양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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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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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동창들을 대학생이 되어 다시 만났다. 처음에는 몇 명 안 되는 모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무리가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서로에게 의지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실망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을 지나면서 오히려 더 끈끈해졌다.

그렇게 남은 친구가 일곱 명이다. 그중 둘은 결혼했고, 나머지 다섯 명도 각자의 가정을 꾸렸다.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하느라 십여 년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하고 지낸 친구도 있다. 그래도 살다 힘들 때, 지쳤을 때, 웃음이 필요할 때 몇 년 만에 연락해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가운 친구들이 있다.

<<기억은 물방울 모양>>은 그런 친구들과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었다.

다카미네, 나가세, 시즈쿠, 모리는 중학교 3학년 때 만난 친구들이다. 45세가 된 지금은 자주 만나 어울리지 않는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함께하는 시간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오랜 시간 쌓인 기억과 관계는 여전히 이어졌다.

다카미네는 보석 리폼 회사를 운영하고, 나가세는 그곳에서 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한다. 시즈쿠는 공방에서 보석을 다루고, 모리는 같은 빌딩의 인쇄소에서 일한다. 소설 초반에는 겉으로 보면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무슨 관계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던 중 다카미네 빌딩의 철수와 함께 주얼리 다카미네가 문을 닫게 된다. 오랫동안 그곳에서 일해온 나가세에게도 큰 변화가 찾아온다. 이야기는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 사람이 처음 만난 순간부터 어떤 시간을 지나왔고,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되어갔는지를 천천히 보여준다.

처음에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조금씩 따로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들이 살아온 시간을 따라가다 보니 각자의 사연도 마음에 남았지만, 각각의 우정의 모습이 다른 것도 인상깊었다.
성격도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도 다른 네 사람이 긴 세월 동안 조금씩 서로의 삶에 자리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좋았다.

특히 다카미네가 기억에서 사라진 보석을 새로운 형태로 다시 만들어 손에서 손으로 이어지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보석은 모습이 달라져도 그 안에 담긴 시간과 마음은 영원히 남는다는 것에 비유한 메시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사람의 인연도 비슷하지 않을까.

친구도 늘 같은 모습으로 곁에 있는 것은 아니다. 자주 만나던 시절이 지나고 각자의 가정과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긴다. 그래도 힘든 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있고, 오랜만에 연락해도 금세 예전으로 돌아간 듯 편안한 사람이 있다. 나에게는 그 일곱 명의 친구가 그런 사람들이다.

"물을 수놓다"에서 세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렸던 데라치 하루나는 이번에도 거창한 사건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시간을 따라간다. 각자에게 힘든 일이 있고 선택해야 할 순간도 있지만, 이야기는 과하게 감정을 몰아붙이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네 사람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곧 50이라는 나이를 바라보면서 내 친구들과의 인연도 어느새 30년에 가까워졌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도 자라고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온 시간만큼 조금씩 여유도 생겼다. 언젠가 다시 일곱 명이 한자리에 모여 예전 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원을 뜻한다는 물방울 모양처럼 기억도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흘러가고, 모이고,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 <<기억은 물방울 모양>>을 읽고 나니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에게 괜히 연락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아마 그 친구도 몇 년의 시간을 건너뛰고 어제 만난 사람처럼 반겨주겠지?

오래된 친구를 떠올리며 잔잔한 이야기를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오랜 시간 이어온 우정이 어떻게 달라지고 깊어지는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는지 천천히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큰 사건이나 빠른 전개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과 관계에서 따뜻한 감정을 느끼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 이 서평은 문예춘추사(@moonchusa)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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