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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 정신과 의사의 다정한 마음 처방
전지현 지음 / 시원북스 / 2026년 8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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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 후반이 되니 내 마음 하나 챙기는 것도 쉽지 않다. 초중고에 다니는 아이 넷이 사춘기를 지나고 있고, 남편의 갱년기까지 겹치면서 집안 분위기가 조용할 날이 없다. 나도 나대로 해야 할 일이 쌓여 있으니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하루를 보낸다.
그러다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떤 날은 끼니도 대충 때우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또 어떤 날은 허기진 것도 아닌데 집안에 있는 음식을 이것저것 먹어치웠다.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몸은 숨기지 못했다. 소화가 잘되지 않고, 예전처럼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별일도 없는데 눈물이 흐르는 날도 있었다.
나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고, 요즘 내 상황이 힘들어서 잠시 지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를 읽으면서 멈칫했다. 내가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무기력과 식욕의 변화, 즐거움이 줄어드는 일, 이유 없이 흐르는 눈물도 우울과 관련된 신호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왜 이런 것들이 우울증으로 설명되는지.
이 책은 우울증을 슬픔이나 눈물만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불면이나 지나치게 많이 자는 것, 불안과 초조, 무기력과 피로, 자책과 죄책감, 집중하기 어려운 상태처럼 생활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변화를 하나씩 짚어준다. 특히 내가 ‘그냥 요즘 좀 힘든가 보다’ 하고 넘겼던 몸과 마음의 변화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했다.
귀여운 ‘우울이’를 따라가다 보니 내가 알고 있던 우울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졌다. 눈물만이 아니라 무기력과 잠 못 드는 밤, 자책도 우울의 모습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부분에서 내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힘들어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움직였다. 아이들 밥을 차리고, 집안일을 하고, 각자의 일정을 챙겼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사람처럼 지냈다. 그래서 나에게 우울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어색했다.
그런데 몸과 마음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내가 듣지 않았을 뿐이었다.
책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우울증을 의지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힘든데도 계속 참고 있는 나에게 ‘왜 이것밖에 못 하지?’라고 다그칠 필요가 없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렇다고 내가 우울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책 한 권을 읽었다고 진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내 상태를 한 번쯤 제대로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아이들의 사춘기와 남편의 변화에 맞추느라 정작 내 마음은 늘 뒷순위였다. 힘들다는 말 대신 괜찮은 척해야 했고, 내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을 모르다 보니 과잉행동이나 무기력한 일상으로 나타난 게 아닐까 싶었다.
오늘은 ‘왜 이러지?’라고 나를 몰아붙이기 전에 ‘요즘 내 마음은 어떤가?’ 하고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봐야겠다.
『우리는 그걸 우울증이라고 부르기로 했어요』를 읽고 나니, 그동안 이름 없이 지나쳤던 마음과 몸의 신호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됐다.
혹시 나처럼 힘든데도 ‘이 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며 넘기는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마음을 한 번 들여다보는 계기로 읽어봐도 좋겠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시원북스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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