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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볼루션 - 그래서 우리는 멈추기로 했다
공라오 컬렉티브 지음, 홍명교 옮김 / 날(도서출판) / 2026년 8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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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하고 취업을 준비해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어렵고, 어렵게 취업을 해도 낮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을 견뎌야 한다. 이것이 중국 청년들의 현실이다.
그런데 왜 일을 그만두고 ‘탕핑’을 선택했을까. 개인의 선택처럼 보이는 취업 문제가 왜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을까. 해결할 방법은 있을까. 중국의 어떤 출판사에서도 출간하려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책의 내용이 더 궁금해졌다.
<<인볼루션>>은 공라오 컬렉티브가 중국 청년 8명의 노동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금융학을 전공한 대학생, 제약회사 인턴, 언론인을 꿈꾸는 청년, 자동차 부품 회사 인턴, 사립대 강사 등 전공과 경력은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공부하고 자격증을 준비하고 인턴 경력을 쌓았지만 안정적인 일자리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무급 인턴을 반복하거나 낮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벌금을 내기도 한다. 성희롱이나 유해한 작업 환경을 견뎌야 하는 경우도 있다. 정규직 전환을 기대하며 인턴을 시작했지만 다시 실업 상태로 돌아가는 청년도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탕핑’을 일을 하지 않고 편하게 쉬는 청년들의 선택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여덟 명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계속 달리라고 해서 열심히 달렸는데 결승선은 보이지 않고, 달릴수록 더 지치기만 한다면 멈추는 선택을 무조건 게으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에서 말하는 ‘인볼루션’은 경쟁은 심해지는데 삶은 나아지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중국에서는 ‘내권’이라고 부른다.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 6일을 일하는 ‘996 근무제’가 대표적인 모습이다. 일을 많이 하면 그만큼 삶이 좋아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쉴 시간조차 부족한 생활이 이어진다.
여덟 명의 이야기를 읽는데 자꾸 우리나라 청년들이 생각났다. N포, 쉬었음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고, 취업을 해도 불안정한 일자리와 높은 주거비 때문에 미래를 계획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있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나 미국과 유럽에서 이야기하는 조용한 퇴사도 떠올랐다. 나라마다 이름과 배경은 다르지만 지친 청년들이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은 닮아 있다.
특히 ‘대학 졸업생도 노동계급인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았다. 예전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좋은 대학을 나오면 사회적 지위와 안정된 삶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력이 높아도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생활할 수 있고, 과로와 해고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서 이 부분은 더 마음이 무거웠다. 특히 첫째가 올해 수능을 친다. 이제 곧 대학에 가고, 몇 년 뒤에는 졸업을 하고 사회에 나갈 아이다. 책 속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며 겪었던 일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앞으로 아이가 마주할 사회를 생각하니 책 속 이야기가 꼭 내 손톱 밑 가시처럼 아프게 느껴졌다.
나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대학에 가고, 더 나은 직업을 가지면 내가 살아온 삶보다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믿음에도 의구심이 생겼다. 내가 아이에게 권하는 공부와 경쟁이 정말 아이에게 좋은 미래를 가져다줄까.
열심히 노력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말을 당연하게 믿어왔는데, 그 약속이 예전처럼 작동하지 않는다면 기성세대인 나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거나 조금 더 버티라고 하는 것만으로는 답을 찾기 어렵다.
첫째가 수능을 치고 대학에 가는 지금, 몇 년 뒤 아이가 사회에 나갈 때는 조금이라도 다른 세상이 되어 있기를 바란다. 정말 얼른 좋아졌으면 좋겠다.
취업을 앞둔 청년들의 현실이 궁금한 사람,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태학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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