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떠나면
크리스털 하나 김 지음, 허선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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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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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해미의 인생은 달라졌을까. 책을 읽는 내내 그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크리스털 하나 김의 <<네가 나를 떠나면>>은 1951년 한국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내려온 열여섯 살 해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머니와 병든 남동생 현기와 함께 피난길에 오른 해미는 부산에서 하루하루를 버틴다. 먹을 것이 부족하고 동생의 약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해미가 가장 먼저 생각해야 했던 것은 사랑보다 가족의 생존이었다.

해미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경환이 있었다. 밤이면 몰래 만나 술집에 가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전쟁의 비참한 현실을 잠시 잊기도 한다. 하지만 경환에게 마음이 향해 있던 해미는 결국 다른 선택을 한다. 경환의 사촌 형 지수가 현기에게 약을 구해주고 먹을 것을 가져다주면서 해미와 가족에게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경환 대신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지수를 선택해 결혼한다.

처음에는 해미의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데 왜 다른 남자와 결혼했을까 싶었다. 그런데 전쟁 속에서 굶주리고 아픈 동생을 바라보는 해미를 따라가다 보니 그 선택을 쉽게 잘못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때 해미에게 결혼은 사랑보다 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에 가까웠다.

전쟁이 끝난 뒤 지수는 한쪽 팔을 잃은 채 돌아온다. 해미는 그의 아내가 되어 아이들을 낳고 가정을 꾸린다.

해미는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고 일을 하고 싶어 한다. 더 이상 임신과 출산만을 반복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갖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수는 해미가 원하는 삶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영어를 배우는 일을 못마땅해하며, 아들을 낳기를 계속 요구한다.
그 부분이 유난히 아팠다. 그 시대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다.

해미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어 했다. 전쟁 중 가족의 생존을 위해 지수를 선택했던 순간부터 해미의 삶에는 자신만의 의지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일들이 계속 생겨났다.

그러다 해미는 경환에게 편지를 쓰고 다시 그를 만난다. 그리고 자신을 서울로 데려가 달라고 부탁한다.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마음이 다시 흔들리는 순간이다. 경환을 향한 사랑 때문이었을까.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그 시대를 여자의 몸으로 산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보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그럴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
전쟁은 끝났지만 해미의 삶은 쉽게 평온해지지 않는다. 시대가 달라지고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누군가의 아내와 어머니라는 이름이 그녀를 따라다닌다.

나는 평범한 일상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자유인지 깨달았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선택 하나도 누군가에게는 평생 바라던 일이었을 것이다.
<<네가 나를 떠나면>>을 읽고 나니 해미라는 이름이 오래 남는다. 누군가의 아내도, 누군가의 어머니도 아닌 한 사람의 이름으로 말이다.

전쟁 속에서 사랑과 생존 사이에서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과 여성의 삶을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특히 ‘내가 원하는 삶을 산다는 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해미의 삶을 따라가 보길 바란다.



>> 이 서평은 소담출판사(@sodambooks)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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