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꽃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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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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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 가끔 옛날 드라마가 생각난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놓는 남자,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여자, 몇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마음. 요즘 이야기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설정이다. 그런데 <<서리꽃>>을 읽으면서 오랜만에 그런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이야기는 대학 시절 시화전에서 만난 이재이와 윤소인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재이가 쓴 시에 윤소인이 그림을 그리면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마음을 품는다. 하지만 이재이는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미국으로 떠난다. 그렇게 5년이 흐르고 다시 만난 윤소인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집안이 무너지고 빚에 시달리며 몸과 마음까지 지쳐 있다.

이재이는 그런 윤소인을 외면하지 못한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아서라도 그녀를 돕기로 한다. 부모에게 돈이 부와 힘을 지키는 수단이었다면 이재이에게는 한 여인을 위해 기꺼이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었다. 그만큼 윤소인을 향한 그의 마음이 깊었다는 뜻일 것이다.

이 책을 가만히 읽다 보면 옛날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 꽤 많이 나온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가진 것을 모두 버리는 남자, 청초한 여인, 쉽게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 조금 간지럽고 오래된 클리셰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한때 밤새 로맨스 소설을 읽으며 ‘나에게도 이런 사랑이 일어나려나?’ 하고 생각했던 때가 떠올랐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마음을 전하는 일도,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일도 너무 빨라졌는데 이재이와 윤소인의 사랑은 한참을 돌아간다. 그래서 더 어린 시절에 보던 주말드라마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이런 사랑이 조금 진부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을수록 이재이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삶의 많은 것을 내려놓는다는 건 단순히 마음이 크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 사람의 아픔까지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떠올리는 조정래 작가의 작품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처럼 많은 사람의 삶과 시대의 흐름을 담아낸 대작들이다. 그런 작가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을 중심에 놓고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사실부터 의외였다.

그래서 나는 이 사랑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어딘가에 큰 이야기가 숨어 있진 않을까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이번엔 국가나 경제, 역사가 아닌 인간의 마음을 다루고 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조정래 작가의 작품과는 확실히 다른 결이었다.

그리고 1권을 읽고 나니 이 사랑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사랑이 행복하고 설레는 순간에만 머문다면 이야기는 오히려 단순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앞에는 아픔과 불안,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놓여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좋은 날을 함께하는 것도 힘든 날을 함께 견디는 일도 모두가 사랑 아니겠는가.

왜 <<서리꽃>>이라는 제목일까. 궁금하게 하더니 결말을 읽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추운 날 피어나는 서리꽃은 오래 머물지 못한다. 잠깐 피었다 사라지기 때문에 오히려 더 눈길이 간다. 이 두사람의 사랑도 비슷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과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함께할 수 있는 지금의 시간이 더 소중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고도 한동안 ‘나에게 이런 사랑이 온다면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남았다. 현실에서는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서리꽃>>의 오래되고 조금은 간지러운 사랑으로 사랑의 의미와 본질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해냄(@hainaim)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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