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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
박륜민 지음 / 담다 / 2026년 7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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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해야 할 일은 빨리 끝내야 마음이 놓이고, 남들보다 뒤처지면 괜히 불안했다. 조금 더 높이,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빨리를 외치다 보니 정작 주변을 살피고 함께하는 일상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를 읽으며 바로 그 마음을 오래 들여다보게 됐다.
박륜민 작가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대사관, 국제기구를 거치며 여러 나라에서 일한 직장인이자 여행자다. 특히 케냐 나이로비에서 보낸 시간은 그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삶의 기준을 흔들어 놓았다. 인터넷 설치를 기다리며 들은 ‘뽈레뽈레’라는 말이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래 남았다. ‘천천히, 서두르지 말라’는 뜻이다. 빨리 결과를 얻는 데 익숙한 사람에게는 꽤 낯선 삶의 방식이다.
책에는 케냐 나이로비를 시작으로 북극과 사하라, 에베레스트, 태국 등 여러 장소에서 저자가 직접 겪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터넷 설치를 기다리는 일부터 가족과의 저녁을 위해 야근을 거절하는 사람, 자신의 성공보다 마을의 수도 시설을 먼저 생각하는 학생까지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한편으로는 여권을 도난당하고 신기루를 마주하며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는 등 여행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도 겪는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고 경험 자체에 집착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낯선 곳에서 만난 사람과 사건이 결국 자신이 살아온 방식에 질문을 던진 셈이다.
특히 나는 ‘뽈레뽈레’를 개인의 마음가짐만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다고 결심해도 주변에서 끊임없이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은 곳을 요구한다면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나 하나 삶의 의미를 세운다고 해서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결국 개인의 노력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분위기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책 속 장학생들의 변화도 기억에 남았다. 한국을 다녀온 뒤 공동체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따지는 모습은 개인의 변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어떤 사회에서 무엇을 보고 배우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사람의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뽈레뽈레’ 역시 한 사람의 선택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느끼고 행동하면서 하나의 분위기로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저자 역시 여행을 통해 삶의 답을 완성한 사람으로 남지 않는다. 여전히 서두르고, 흔들리고, 다시 자신의 방향을 생각한다. 그 모습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삶의 의미를 세웠다고 해서 흔들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득도한 사람이 아닌 이상 누구나 다시 조급해지고 비교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내가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알고 있다면 다시 방향을 잡을 힘은 생긴다.
나 역시 뭐 하나 제대로 이뤄놓은 것이 없는 것 같은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싶다. 남들과 비교하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느라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살고 싶다는 생각은 결국 나 혼자만의 결심으로 끝나서는 안 될 것 같다.
<<나이로비에서 계산이 멈췄다>>를 읽고 나니 ‘뽈레뽈레’가 단순히 천천히 살자는 말로만 남지 않았다. 우리가 어떤 속도를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는지 묻게 하는 말이었다. 나 하나가 조금 늦게 걷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속도를 늦춘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책을 덮은 지금도 마음 한편에서는 그 말이 계속 들린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면 말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담다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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