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은 내일, 루시 모드 몽고메리 영어 필사 - 빨강 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서거 85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이루리북스 클래식 2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이루리 편역 / 이루리북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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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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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좋은 글귀를 찾아보다 보면 유독 자주 만나는 이름이 있다. <<빨강 머리 앤>>이다. 나도 앤의 문장을 좋아한다. 어떤 말은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고, 어떤 말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고 있어 귀엽다.

그런데 문장만 따로 읽어 보니, 궁금해진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어떤 장면에서 이런 말을 했을까.

그래서 이 책의 문장들을 읽을 때는 한 줄을 그냥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이야기의 앞뒤가 생략되어 있으니 오히려 상상하게 된다. 앤이 창가에 앉아 턱을 괴고 어딘가를 바라보며 이 말을 했을 것 같기도 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다가 겨우 꺼낸 말 같기도 하다.

특히 마음에 남았던 건 힘든 시간이 지나고 다시 봄이 온다는 식의 문장들이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인데 앤의 눈으로 바라보면 새롭게 들린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오고,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 당장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어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는 사실을 이렇게 따뜻하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그 문장을 읽으며 잠시 앤이 되어보기도 했다. 지금 내 앞에 놓인 걱정만 바라보지 않고 조금 먼 곳을 상상해 보는 것. 내가 평소라면 지나쳤을 작은 일에도 의미를 붙이고, 별것 아닌 하루에도 기대할 무언가를 찾아보는 앤의 방식이 조금 부러웠다.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 재미있었던 건 영어 원문과 번역문을 번갈아 보는 일이었다. 먼저 한글로 읽은 뒤 영어 문장을 보고, 다시 영어 원문을 읽고 번역문을 확인하기도 했다. 같은 내용인데 순서를 바꾸면 느낌이 달라진다. 번역문에서는 뜻이 선명하게 들어오고, 영어 원문에서는 문장이 가진 분위기나 리듬이 조금 더 느껴졌다.

그리고 직접 필사를 해보니 눈으로 읽을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마음에 드는 문장은 눈으로 읽고 넘어가면 금방 잊는데, 손으로 천천히 적으니 한 문장이 오래 머문다. 영어를 잘 써야 한다는 생각보다 좋은 문장을 내 손으로 한번 더 읽는다는 느낌이 컸다.
앤이 어떤 마음으로 이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정리하여 메모를 하기도 했다. 빨강 머리 앤을 스토리가 아닌, 인물로 만나는 기회가 되었다.

134개의 문장을 하루에 하나씩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많은 문장을 한꺼번에 읽어버리기보다 오늘 마음에 들어온 한 문장을 골라 천천히 써보는 방식이다. 바쁘게 하루를 보내다가 연필을 들고 앉아 있는 몇 분 동안만큼은 내 생각에 집중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있는 ‘내 마음의 사계절’에는 지금의 마음을 직접 기록할 수 있도록 빈칸을 마련했다. 나만의 이야기를 채워보고 싶어졌다.

“내일이라는 서랍엔 아직 아무런 실수도 담기지 않았으니까.”

오늘의 실수와 후회를 자꾸 꺼내 보는 나에게 주는 편지같은 문장이다. 아직 열어보지 않은 내일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 하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해서 내일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앤처럼 세상을 보진 못하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 내일을 기다리게 됐다.
"빨강 머리 앤"을 좋아해서 앤의 문장을 오래 간직하고 싶은 사람, 좋은 문장을 천천히 필사하며 영어 원문과 번역의 느낌을 함께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어울릴만한 필사책이다. 바쁜 하루 속에서 잠시 혼자 앉아 연필을 들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이루리북스(@yrurybooks)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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