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 -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말, 제13회 브런치북 종합 부문 대상작
이유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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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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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고 말하지만, 그 관계를 얼마나 의식하며 살아가는지는 잘 모른다. 나 역시 가족이 곁에 있다는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라는 제목에 끌렸다. 왜 아버지는 무연고 처리를 희망했을까.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 호기심에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스무 해 동안 연락이 끊겼던 아버지의 죽음에서 시작한다. 무연고 시신으로 발견된 아버지는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라는 마지막 메모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그 마지막 바람과 달리 아들은 아버지의 시신을 인수하고, 장례를 치르고, 유품을 정리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자 아버지가 남긴 빚까지 아들에게 닿는다. 무연고를 원했던 아버지였지만 결국 연고자인 아들이 마지막까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다.

종종 부모와 연을 끊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접한다. 그때마다 정말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적어도 법적으로도, 삶의 감정으로도 완전히 끊어지는 관계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년 넘게 왕래가 없었지만 아버지의 삶은 죽음 이후에도 고스란히 아들의 삶으로 이어졌다. 장례와 유품 정리, 빚 문제까지 모두 저자의 몫이 되었다. 관계를 끊는다고 해서 삶의 흔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묵직하게 마음을 눌렀다.

하지만 이 책은 아버지를 원망하는 이야기에서 머물지 않는다. 작가는 오히려 자신이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더 오래 바라본다. 소방관으로, 남편으로, 네 아이의 아버지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나는 가족에게 어떤 연고가 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묻는다. 아버지가 남긴 것은 끊음이었지만, 자신은 붙듦을 선택하겠다는 다짐이 담담하게 담겨 있다.

브런치에 연재했던 글을 엮은 책이라 문장 하나하나가 따뜻하고 여백이 많다. 일반인이 자신의 삶을 기록한 글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깊은 사유를 담고 있었다. 한 사람의 경험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도 어느새 내 삶과 가족을 떠올리게 되고, 읽다가 멈춰 서는 시간을 만드는 문장들이었다. 브런치북 종합 부분 대상작다운 면모였다.

연고. 저자는 자신만의 언어로 연고를 정의한다.
피로 맺어진 관계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하려는 마음, 그리고 서로에게 돌아갈 자리가 되어 주는 것이 바로 작가가 말하는 연고였다.
이 책은 자연스레 부모님을 떠올리고, 지금의 내 삶을 돌아보게 됐으며, 언젠가 아이들이 짊어지게 될 삶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죽음을 삶의 끝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삶은 저자의 삶 속으로 이어졌다.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그 마침표를 완성해 가는 시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꼭 무연고 처리해주세요>>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에세이이면서 결국 살아 있는 사람들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언젠가 떠난 뒤 남겨질 것이 무엇인지보다, 지금 가족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서로를 끝까지 붙들어 주는 마음, 연고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 이 서평은 나무옆의자(@namu_bench)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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