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월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북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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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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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끝나 간다면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갈까. 먹을 것일까, 물일까, 아니면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사실일까. 옌롄커의 <<연월일>>은 이 질문에서 출발하는 듯한 소설이었다.

이야기는 극심한 가뭄으로 모든 사람이 마을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모두가 피난길에 오르지만 일흔두 살의 셴 할아버지는 남기로 한다. 늙은 몸으로 피난길을 따라가 봐야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마을에 남는다. 자신이 살아온 땅에서 마지막을 맞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황량한 마을에 남은 것은 노인 한 사람과 앞을 보지 못하는 개 한 마리. 그리고 어느 날, 작은 옥수수 싹 하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왜 하필 옥수수 한 그루일까?'
'노인은 무엇을 지키려는 걸까?'

작가는 답을 서두르지 않는다. 대신 메마른 땅에서 살아가는 노인의 하루를 차분하게 따라가게 만든다. 그래서 책장을 넘길수록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세상이 무너져 가는 듯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이상할 만큼 암울하지 않다는 점이다. 황폐한 풍경은 계속 이어지지만 읽는 내내 절망보다 희망이 더 오래 남는다. 거창한 기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아주 작은 생명 하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이야기를 따뜻하게 만든다.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중국 현대문학이라는 말에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쉽게 읽힌다는 것이다. 상징은 분명 존재하지만 문장은 담백하고, 이야기의 흐름도 단순하다. 덕분에 작가가 전하려는 의미를 따라가는 데 부담이 없었다. 짧은 분량이지만 여운은 결코 짧지 않았다.

읽으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사람은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가는 걸까.

아니면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과정이 삶인 걸까.

셴 할아버지는 처음에는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며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노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앞을 보지 못하는 개와 연약한 옥수수 이삭을 함께 살아가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내게는 옥수수를 지키는 일이 셴 할아버지가 자신의 존재 이유를 다시 발견하는 과정처럼 읽혔다.

그래서 <<연월일>>은 생존을 그린 소설이라기보다 존재의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읽혔다. 사람은 거창한 목표가 있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가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을 때 비로소 삶을 이어 갈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조용히 들려준다.

동화는 아이들에게 꿈을 이야기한다면, <<연월일>>은 어른들에게 삶을 이야기하는 동화 같았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감각, 끝까지 지키고 싶은 마음, 그리고 살아가는 이유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전한다.

결국 사람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야 할 이유를 발견할 때 비로소 하루를 견딜 수 있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연월일>>은 그 이유를 거창한 사건이 아니라 눈먼 개와 옥수수 한 그루를 통해 조용히 보여 준 소설이었다.



>> 이 서평은 북다(@vook_da)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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