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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의 점쟁이들 - 권력과 주술의 위험한 동거
김기승 지음 / 다산글방 / 2026년 4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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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늘 어려운 세계라고 생각했다. 뉴스에서는 숫자와 통계가 쏟아지고, 전문가들은 복잡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그래서 당연히 나라의 중요한 결정들도 똑똑한 사람들의 계산과 자료로 움직인다고 믿었다. 적어도 대통령 주변만큼은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영적 네트워크 관계도에 등장하는 법사나 무속인이 아니라.
그런데 《용산의 점쟁이들》을 읽고 보니, 누군가는 숫자보다 기운을, 보고서보다 말을 더 믿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어졌다.
처음엔 제목이 너무 세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반쯤은 호기심이었다. “점쟁이라니, 설마.”라는 마음으로 펼쳤다. 그런데 읽다 보니 묘하게 빠져들었다. 뉴스에서 한 번쯤 스쳐 지나갔던 장면들. 괴담처럼 소비되던 이야기들. 손바닥의 왕(王) 자, 천공 논란, 건진법사 이야기, 대통령실 이전 문제 같은 것들이 하나씩 이어지기 시작했다. 따로 볼 때는 그냥 시끄러운 뉴스였는데, 한 줄로 엮어놓으니 믿고 싶지 않은 그림이 만들어졌다.
건강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어디에 뭐가 좋다더라” 하며 엄마가 건강 정보를 진지하게 믿기 시작하던 순간도 떠올랐다. 물에 타 먹고, 반찬으로 만들어 먹고, 어디에 좋다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던 기억 말이다. 나는 또 광고겠거니 하고 웃어넘겼는데, 그 정보는 엄마의 생활과 선택을 정말 바꾸고 있었다. 이 책도 비슷했다. 읽다 보면 어느새 “정말 다 우연일까?”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누가 짠 판인지 모를 이야기들이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이어진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책이 사람들을 함부로 한 덩어리로 묶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주나 명리학을 학문처럼 연구하는 사람들, 풍수와 공간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신의 뜻이나 계시를 말하며 권력 가까이 가려는 사람들을 구분해서 바라본다. 저자가 정말 문제 삼는 건 마지막이다. 누군가의 불안과 욕망을 이용해 국가 시스템보다 보이지 않는 믿음을 더 앞세우는 순간 말이다.
사람은 불안하면 자꾸 뭐라도 붙잡고 싶어진다. 시험공부는 안 했는데 괜히 행운의 부적 하나 챙기고 싶은 마음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이해되는 건 아니다. 개인의 위안으로 끝난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믿음이 나라의 결정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것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더 그렇다.
책을 덮고 나니 뉴스에서 들리던 말들이 전보다 선명하게 연결됐다. 그동안은 황당한 해프닝처럼 보였던 장면들이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졌다. 그리고 결국 한 가지 질문만 남는다.
나라를 운영하는 데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해야 할까.
적어도 점쟁이는 아니어야 했다.
정치 뉴스를 보면서도 “도대체 왜 저런 결정을 했을까?”라는 의문이 자꾸 남았던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단순한 사건 정리가 아니라, 권력 주변의 분위기와 심리를 따라가게 만드는 책이라 그동안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서평은 럽북(@lovebook.luvbuk) 서평단 자격으로 다산글방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제공 받아 작성되었으며, 솔직한 감상을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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