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비사
이정근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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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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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책을 펼칠 때가 많다. 제목이 날 붙잡을 때도 있고, 표지가 먼저 말을 걸어올 때도 있다. <<단종비사>>는 책을 받자마자 표지부터 마음을 눌렀다. 슬픔을 꾹 참고 서 있는 듯한 얼굴이 그려져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단종 이야기쯤이야 안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나는 이름만 알고 있었던 셈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단종은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알려졌다. 비운의 왕. 잠깐 스쳐 지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인물. 늘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슬픈 장면 하나 담당하고 사라지던 왕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단종을 한가운데 세운다. 그 순간 단종은 배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인물이 된다.

조선 최초로 궁에서 적장자로 태어난 왕. 듣기엔 가장 좋은 자리에 오른 사람 같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가장 외로운 자리에 앉은 소년처럼 보인다. 왕좌는 높았지만, 그 주변은 너무 낮았다. 충성을 말하던 대신들은 힘센 곳으로 몸을 틀었고, 의리를 외치던 입은 권력 앞에서 조용해졌다. 입으로는 나라를 걱정하면서 손으로는 자기 몫을 챙기는 사람들. 시대만 바뀌었을 뿐, 이런 인물은 늘 있었다.

읽다 보면 분노가 슬금슬금 올라온다. 사육신의 복위 거사 실패 뒤 이어지는 숙청은 너무 잔인해서 잠시 책을 덮고 싶어진다. 승자는 기록을 남기고, 패자는 흔적도 지워버린다더니 정말 그랬다. 이름이 사라지고, 집안이 무너지고, 함께 울던 사람들까지 죄인이 된다. 역사가 차갑고도 잔인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장 오래 남는 장면은 비극이 아니다. 끝까지 품위를 놓지 않던 단종의 태도다. 사약을 받는 순간에도 예를 다했다는 대목에서는 숨이 멎는 듯했다. 어린 왕이라 불렸지만, 어른보다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바람 앞 촛불처럼 위태로워 보여도 끝내 꺼지지 않는 불빛 같았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단종은 복권되었다. 억울하게 묻힌 이름들도 다시 불렸다. 당장 세상은 힘있는 사람 편 같아도, 역사는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오려 애쓴다는 뜻일 것이다. 늦어서 답답할 뿐, 아주 사라지지는 않는 법이다.

<<단종비사>>는 슬픈 왕 이야기만 들려주는 책이 아니다. 권력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힘없는 사람은 어떻게 존엄을 지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역사책은 먼지 쌓인 옛날 얘기일거라 생각한다면 이 작품을 통해 살아있는 이야기로 만나보시길 바란다.


>> 이 서평은 하움출판사(@haum1007)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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