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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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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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이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히라노 게이치로는 인생을 뒤흔드는 거대한 결단이 아니라, 누구나 하루에도 몇 번씩 무심히 지나치는 순간과 선택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 사소한 선택 하나가 나비효과처럼 번져 한 사람의 삶을 멀리 끌고 가는지를, 다섯 편의 이야기로 경험하게 한다. 소개된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읽는 동안 각자가 어렵게 선택한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표제작 "후지산"에서 주인공 가나는 여행 중 우연히 위험 신호를 보내는 아이를 발견한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기차에서 내리지만, 연인 쓰야마는 그러지 않는다. 이 짧은 선택은 두 사람의 관계를 끝내고, 이후의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려보낸다.
"이부키"는 이 소설집의 주제를 가장 또렷하게 드러낸 이야기다. 만석인 빙수가게 대신 들어간 패스트푸드점, 우연히 들은 옆 테이블의 대화 한마디. 그 사소한 계기로 한 삶에서는 병을 일찍 발견해 살아가고, 다른 삶에서는 같은 병으로 생을 마감한다.
"거울과 자화상"은 지금의 삶이 어딘가 잘못 흘러왔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한 가지 계획을 실행하려다 우연히 마주한 포스터 앞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그 멈춤 덕분에 삶은 계속된다.
"손재주가 좋아"는 어린 시절 누군가에게 들었던 칭찬 한마디가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담고 있다.
"스트레스 릴레이"는 누군가에게서 받은 짜증과 피로를 또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고, 스스로 끊어내기로 선택한 한 인물의 이야기다.

이 작품들을 읽으며 개인적인 경험도 떠올랐다. 얼마 전까지 늘 위내시경을 미루던 친정엄마가 내과 선생님의 권유로 검사를 받았던 일이다. “이번에 위내시경 한 번 해보시는 건 어떤가요?”라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이상한 모양의 혹이 발견됐으니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 진단이었다. 만약 그날 검사를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마음이 서늘해진다. 다행히 아주 이른 단계에서 발견해 혹 제거로 치료가 끝났고, 지금은 정기적으로 상태만 살피고 있다. 사소한 권유 하나, 작은 선택 하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실감하게 된 경험이었다.

이 소설은 주인공들의 행동이 옳다거나 그르다고 말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인생이 한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참고 넘긴 덕분에 달라진 삶을 조용히 보여줄 뿐이다. 독자에게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달까.
누구나 겪어왔을 선택의 순간 앞에서, ‘만약 그때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후회를 한 적은 없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한다.
또한 이야기마다 한 사람이 선택한 결과를 보여주지만,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았던 순간조차 하나의 선택이었음을 시사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선택의 순간에 느끼는 감정과 행동을 다양한 방향으로 펼쳐 보이며,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되짚어보게 만든다.

이 소설집은 이야기 흐름을 따라가며 편안하게 읽기에 좋다. 표현이 직관적이라 읽는 속도는 빠르지만,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가만히 생각하게 된다. 살아오며 크고 작은 문제 앞에서 내가 내렸던 선택들, 그리고 그 선택이 지금의 나를 어디로 데려왔는지를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그때..."라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면 흥미롭게 읽게 될 작품들이라 적극 추천한다.


>> 이 서평은 니들북 (@i_am_needlebook)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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