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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여행 - 나이 듦,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이여진 지음, 서진 엮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5년 12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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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여행>>은 칠십이라는 나이에 도착한 한 여성이, 긴 역할의 시간을 지나 비로소 ‘나’로 존재하기 시작하며 써 내려간 삶의 기록이다.
단순한 여행 에세이라고 소개하기엔 사유가 깊다.
33년간 직장인으로 일하고, 아내로, 어머니로, 며느리로 살아온 저자는 은퇴 후 10여 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를 걸으며 여행을 했다고 한다.
3대륙 12개국을 오간 이야기가 27편의 에세이.
풍경, 사람, 사물, 공간이라는 네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지만, 그 여정의 중심에는 언제나 장소보다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이 있다. 인생을 이야기한다.
펭귄 무리를 보며 누군가의 첫걸음을 떠올리고, 오래된 궁전과 유적 앞에서 이름 없이 살아온 시간을 되짚는다. 이국적인 묘지 앞에서는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의 결을 돌아본다.
저자에게 여행은 지나온 시간과 마음을 꺼내보는 시간이었다.
젊은 날의 여행은 멋진 체험을 하고 더 많은 것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칠십의 여행은 가득 담긴 것에서 내 것이 아닌 것을 덜어내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해진다. 저자는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한다. 불평, 불만만 찾던 눈이 작은 빛조각을 모은다고.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저자의 사유가 인상깊었다.
저자는 나이 듦을 잃어가는 시간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사회는 종종 나이 듦을 두려움의 언어로 설명하지만, 저자는 그 시간을 역할에서 벗어나 존재로 돌아가는 시기로 바라봤다.
무엇을 해왔는가보다, 지금 내게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묻는 나이.
그래서 <<칠십 여행>>은 특정 연령층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아직 그 나이에 도착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미리 보는 풍경이 되고, 이미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필자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우리는 늘 어떤 역할 속에 있다. 그 역할은 때로 책임이 되고, 때로는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가 되지만, 가끔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 할 때 발목을 잡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또 한 번 내 몫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날도 있다.
물론 그 안에서 느끼는 기쁨과 보람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하루를 마감하는 밤이 되면, 오롯이 나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다시 고개를 든다. <<칠십 여행>>은 바로 그 마음을 조용히 건드린다. 역할에서 벗어나 나로 존재하는 시기, 칠십이라는 시간을 기대하게 만든다.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나’였는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풍경 앞에서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인지, 곰곰이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장면이 없다.
억지로 쥐어짜려고 해도 아직은 나 위주의 선택과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칠십 여행>>은 잔잔한 문장과 느린 호흡으로 독자의 속도도 한템포 늦춘다.
나이 듦을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나이 듦이 가져올 자유로운 일상과 나답게 존재할 시간을 상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 시간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환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될테니.
>> 이 서평은 스노우폭스북스(@snowfoxbooks)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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