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
샤센도 유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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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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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센도 유키 작가의 상상력은 제한이 없다. 끝을 모르고 넓어지고 깊어지는 세상을 일반인이 과연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는 철학적인 질문 위에 저자의 상상력을 듬뿍 올린 파인 다이닝 같은 작품이었다.
인간을 향한 질문 ㅡ 사후의 세계는 존재하는가. 책의 존재 가치는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에서 추악한 본능은 제외해야 하는 것일까. 고통은 불필요한 존재인가. ㅡ 에 대한 질문을 작품마다 숨겨두었다.
흥미로운 주제만큼이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과감함이 돋보이는 작품집이다. 판타지와 호러, 잔혹동화의 경계를 묘하게 걸치고 있지만, 이야기 속에 문제의식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꼿꼿했다.

표제작 "책의 등뼈가 마지막에 남는다"는 종이책이 사라지고 사람이 ‘책’이 된 세계다. 이 나라에서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을 책이라 부른다. 책 한 권에는 하나의 이야기만 담을 수 있지만, 열 개의 이야기를 품은 존재 ‘열’이 나타나면서 질서가 흔들린다. 같은 이야기를 가진 두 책을 비교해 어느 쪽이 틀렸는지를 가리는 재판 ‘중판’이 열리고, 패한 책은 불태워진다.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 논리로 싸우는 장면은 전래동화를 구전하던 풍경이자, 탐정이 진실을 밝히는 과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결말은 인간의 잔혹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책을 불태우는 것이 최고의 오락이듯, 인간을 불태우는 것도 지고의 희열이었다."

수록작들은 모두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지만, 인간의 오랜 궁금증을 다룬다는 점은 같다.
"죽어도 주검을 찾아줄 이 없노라"에서는 사후 세계를 다루고, "도펠예거"는 타인이 모르는 모습을 숨기고 사는 인간을 그린다.
"통비 혼인담"은 본인은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고, 타인의 고통은 나몰라라 하는 '나만 아니면 돼.'의 현대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금붕어 공주 이야기"는 한 사람에게만 비가 내리는 기묘한 현상을 이야기하는데, '비'라는 소재에서 BLUE가 연상되고 '우울증'이 연결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상태를 상징하는 듯 했다. "데우스 엑스 테라피" 는 치료와 구원이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비극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마지막 작품 "책은 등뼈가 제일 먼저 생긴다"는 다시 ‘열’의 이야기로 돌아와 묻는다. 인간이 책이 되어서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자신다울 수 있는 이야기를 지키고 싶다는 것이 아니었을까. 상대를 불태우더라도 내 이야기를 불태울 수 없는 욕망!!

한끗.
이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소설을 만났다.
자칫 잔인하고 극악무도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한끗 차이로, 아름다운 잔혹동화가 되었다.
표지의 여성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가만히 들여다 보면 장기가 모두 밖으로 드러나 있다. 일곱 개의 이야기 속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을 가장 잘 표현한 표지라 하겠다.

"읽지 않는 게 낫다. 포로가 될 테니까."
그래도 읽어보셔라. 작가의 포로가 되는 행복을 누리시길 바란다. 먼저 읽은 독자들이 극찬한 이유를 십분 이해할 수 있을테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세계관에서 전혀 이질감 없는 스토리 전개와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주제들로 당신의 마음을 훔칠 작품이라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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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5
절명한 후에도 책은 계속 불탄다. 불길은 책의 살이 완전히 불타고 철제 새장에 뼈가 쌓인 후에야 잦아든다. 다 타고 남은 건 대부분 등뼈다. 옅은 크림색 등뼈는 참으로 아름다워 보인다.



>밑줄_p125
미쓰하는 분명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린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것만큼, 행복해 보이는 신부의 얼굴을 걷어자고 싶어 하는 심정을. 미쓰하를 위해 생선살을 바르는 손으로 침대 밑에 숨은 소녀를 불태워 죽이는 것의 의미를. 똑같다. 나는 양쪽 다 좋아할 따름이다.





>> 이 서평은 블루홀식스(@blueholesix)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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