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V의 투숙객 그늘 단편선 1
양지윤 지음 / 그늘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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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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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V의 투숙객>>은 작가의 말까지 포함해 117페이지, 단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지만 그 여운은 웬만한 장편소설 못지않다.
조용히 읽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생각할 거리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글을 쓸 때는 시선을 뾰족하게 세워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이 단편소설집을 읽으며 그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 작품들은 거대한 서사를 펼치기보다, 마치 장편소설 속 한 에피소드만을 떼어내 그 순간을 끝까지 따라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넓게 설명하지 않고, 한 지점에 시선을 고정한 채 인물의 상태와 시간을 깊이 들여다본다.
세 작품은 서로 다른 인물과 상황을 그리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머무름’과 ‘기다림’, 그리고 ‘떠남 이후에 남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공간에 남아 있고, 누군가는 관계에 묶여 있으며, 또 누군가는 이해받지 못한 채 같은 자리를 맴돈다.

표제작 "호텔 V의 투숙객"은 바닷가에 자리한 낡은 호텔에서 시작된다. 사흘만 묵겠다고 말한 여자는 일주일씩 투숙을 연장하며 좀처럼 떠나지 않는다. 그녀는 특별한 행동을 하지도, 자신의 사연을 설명하지도 않는다. 다만 청소부와 직원, 지배인의 시선을 통해 그 존재가 드러난다. 호텔에 머무는 투숙객 한 사람을 바라보는 이 시선만으로 그녀에게 이토록 관심을 가지게 하는 필력이라니.
"우리의 시간"에서는 집을 떠난 형을 기다리는 동생이 등장한다. 동생에게 형은 유일한 희망이었고, 그 약속 하나로 시간을 버텨왔다. 하지만 형의 선택 앞에서 동생의 기다림은 뒤틀린 방식으로 드러난다. 이 기다림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마음의 크기가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을 그려, 공허와 상실이라는 감정에 빠져들게 한다.
"광인과 나"에서는 카페에 매일같이 나타나는 한 인물을 어쩌지 못한 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이어진다. 광인에게 부모를 찾아주고 싶어하는 나를, 작가는 끝까지 놓아주지 않고 따라간다. 상대가 원하지 않는 관심은 두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이야기였다.

<<호텔 V의 투숙객>>은 감정을 친절하게 정리해 주지 않는다.
대신 한 장면, 한 인물에 집중하며 독자가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래서 단편소설을 읽은 독자들의 다양한 해석들이 궁금하다.
다양한 감정을 조용히 곱씹고 싶은 독자에게 이 단편소설집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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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26
“저희가 아는 건 손님들이 여기 ‘있었다’는 것과 이제는 ‘없다’는 것뿐입니다.”
그는 남자가 호텔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아직 이 근방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믿는 모양이었다.


>밑줄_p71,72
나는 밤늦게까지 길거리를 쏘다녔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곳은 기차역이었다. 부랑자들이 거기 모여 있는 이유는 기차역이야말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떠나거나 돌아온 사람들 속에 웅덩이처럼 고여 있다. 그런데 이제 보니 그들이 거기 있는 이유가 누군가를 기다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서평은 그늘 (@geuneul_book)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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