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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
김병운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2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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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운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는 사랑을 말하지만, 감정의 중심을 오롯이 ‘나 자신’에게 두지 않는다.
퀴어 화자의 혼란이나 자기 혐오를 앞세우기보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미묘한 불편함과 상처, 그리고 커밍아웃 이후 가족이 함께 겪게 되는 고통을 차분히 그려낸다는 점이 다른 퀴어 소설과는 차별성을 띈다.
화자 뿐만 아니라, 소설 속 인물들은 크게 울부짖지 않는다. 대신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고 서로의 곁을 지키고, 말하지 않는 쪽을 선택하며, 모른 척하는 방식으로 서로를 배려한다.
<만나고 나서 하는 생각>에서 “비밀을 모르는 척 해줄 수 있다”는 말은 외면이 아니라 신뢰였고, 상대를 함부로 이해하려 들지 않겠다는 약속이며, 그 자체로 깊은 위로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봄에는 더 잘해줘>에서는 연인의 가족에게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것 같은 일상을 그린다.
커밍아웃 이후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도 함께 낯선 시간을 지나야 한다는 사실이 조용히 드러난다.
이 소설집에서 가족은 갈등의 대상이기보다, 함께 걸어가는 서툰 존재로 그려진다.
이해하지 못해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고통을 함께 견디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다.
<크리스마스에 진심>, <교분> 속 어른들은 상처 입은 ‘나’를 요란하게 위로하지 않는다.
다정하지만 선을 넘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곁을 내준다. 무심함이 오히려 배려였음을 깨닫게 되는 동안 화자 역시 성장하고 있었다. 자기 혐오와 연민의 늪에서 벗어나고 있었으리라.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는 왜 화자는 끝내 그들에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을까.
일곱 편의 소설에서 우리는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관계 속에서 생기는 작은 흔들림과 조심스러운 선택들 속에서.
혐오에 맞서 싸우는 장면보다, 그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단편소설.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또 버텨온 많은 사람이라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작품들이다.
거의 사랑했던 시간도 삶이었고, 말하지 못한 마음 역시 진심이었다고 말하는 저자.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온 당신도 충분히 잘 살아왔다고 차분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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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59
아빠 같은 사람들 말고. 너무 오래 외로웠던 사람들 말고.
......
더 늦기 전에, 거의 사랑하는 거 말고 진짜 사랑을 해보라고. 너는 그래도 돼.
>밑줄_p121
나를 죽게 한 건 병이 아니고 사람이었다는 걸. 그러니 나를 살게 할 수 있는 것도 약이 아니고 사람이라는 걸. 오늘 장희 군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삼촌은 절대로 부끄러운 삶을 살지 않았다고.
>> 이 서평은 독파(@dokpa_challenge) 앰배서더 서평단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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