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리 - 2024 공쿠르상 수상작
카멜 다우드 지음, 류재화 옮김 / 민음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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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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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에서 금서가 된 소설 <<후리>>.
알제리가 이 책을 “역사 왜곡”이라며 금지한 모습은, 우리에게 익숙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이 식민 지배의 책임을 부정하고 교과서에서 일제강점기의 역사를 축소하거나 삭제해 온 태도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전세계가 알고 있고, 무엇보다 피해자들의 몸과 삶이 그 역사를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후리>>에서 다루고 있는 "알제리 내전"은 이미 끝난 과거의 사건이지만, 소설 속에서 '오브'는 여전히 그때의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는 “검은 10년”이라 불린 그 시간을 단순한 역사 설명이 아니라,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보여준다. 그래서 그때의 정치, 경제, 나라 안팎의 사정을 몰라도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주인공 '오브'는 대학살의 생존자다. 가족을 모두 잃고, 목이 그어져 목소리마저 빼앗겼다. 숨을 쉬기 위해 튜브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몸은 그 자체로 내전의 증거다.
말할 수 없는 여자가, 뱃속의 아이에게만큼은 모든 진실을 전하려 한다. 오브는 태어나지 않은 딸에게 ‘후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아이에게 말을 건네듯 자신의 과거와 상처를 풀어낸다.
소리 없는 말이, 오브의 안에서 쓰이는 언어로 딸에게 당부하듯 고백하는 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픈 역사를 말하는 소설은 많다. 그 잔인함을 고백하거나, 투쟁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하지만, 이 소설이 타 작품들과 다른 이유는 폭력을 자극적으로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폭력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그 이후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고통스러운지를 차분하게 보여준다. 특히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이 곧 고통이 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선택조차 죄책감과 두려움이 되는 현실을 고백할 땐, 필자의 마음을 오랫동안 머물게 했다.
‘신의 뜻’이라는 말로 폭력이 정당화되는 세계에서 과연 정의는 무엇일까. 침묵을 강요하는 국가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제목인 ‘후리’는 원래 천국에서 주어진다고 믿어온 순결한 존재를 뜻한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말하는 후리는 죽은 뒤의 보상이 아니라, 지금 이 땅에서 고통을 견디며 살아남은 여성들을 일컫는게 아닐까.
<<후리>>는 잔혹한 역사를 다룬다. 침묵하라 했지만, 침묵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백서였다.
가장 약한 존재였던 오브는 가장 강한 역할을 부여한 후리를 만나, 그녀의 언어로 세상에 알렸다.
가장 참혹했던 그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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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27,28
난 한 권의 책이야. 서서히, 내가 너를 위해 빛을 밝혀 줄게. 왜냐면 내 안의 언어가 마침내 나 아닌 다른 출구를 찾아냈거든. 그게 뭔지 알아? 바로 너한테 있는 두 귀야. (...) 아직은 막혀 있는 지하 샘에 불과하지만, 이제 곧 네 안에서 작은 틈을 보게 될 거야. 그 틈이 변해 서서히 물길을 넓혀 삼각주처럼 넓어질 거고. 넌 내 비밀을 지켜줘야 해.



>밑줄_p122,123
난 맞섰어. 나의 미용실 셰헤라자드는 이 알 수 없는 전쟁, 진정한 성전, 이 감각의 지하드에 뛰어든 모든 여자들을 환영했어. (...) 만일 네가 살아야 할 운명이라면, 너도 거기 함께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구나, 그치, 우리 둘이 함께, 천국의 후리들과 대결할 우리의 투쟁 도구를 정리할 수 있을 텐데.






>> 이 서평은 마케터 김태태(@taetae0308)로부터 책을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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