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긴 잠이여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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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비채서포터즈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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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일 만에 도쿄로 돌아온 탐정 사와자키가 허름한 사무실 문을 열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먼지가 아니라 한 노숙자다.
이름도, 사연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젊은 남자가 부탁해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만 반복한다.
사와자키는 본능적으로 이건 단순한 의뢰가 아니라고 여겼다.
그 ‘젊은 남자’는 우오즈미 아키라.
한때 고교 야구에서 떠오르던 촉망받는 선수였지만, 승부 조작에 휘말리며 모든 것을 잃은 인물이다.
명함과 돈만 남기고 사라진 그는 사와자키가 돌아오기를 기다렸지만 정작 연락도 닿지 않는다. 그렇게 사와자키의 첫 임무는 사건 해결이 아니라 ‘사라진 의뢰인을 찾는 일’이 된다.
그런데 단순한 추적이라고 생각했던 의뢰는, 오래된 비밀을 건드리기 시작한다.

아키라는 11년 전 죽은 누나 유키의 이야기만큼은 묻어둘 수 없었다. 모두가 스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지만, 그는 단 한 번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사와자키를 찾은 이유도 결국 이 오래된 의문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사와자키 앞에 나타난 아키라는 갑자기 의뢰를 철회한다.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돌아선 그는 그 길에서 습격을 당해 중태에 빠진다.
의식을 잃기 전에 그가 마지막으로 한 행동은, 사와자키에게 사건을 다시 맡기는 것.
사와자키는 11년 전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이야기는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든다. 누나의 죽음, 승부 조작, 사라진 사람들, 의문의 습격자들, 그리고 사와자키까지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하나둘 드러나는 단서들.
숨겨져 있던 진실이 세상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범인이 누구인가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저자의 시선은 사람들의 시선 밖에 머물며, 그 속에서 자신만의 상처와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어떤 진실은 밝혀져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는 법. 사와자키가 밝혀낸 사건의 진실이 과연 모든 것을 밝혀낸 것일까?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비밀이 많을까? 왜 타인의 책임까지 끌어안고 가려할까?
수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마음을 어지럽혔다.
그래도 누군가는 끝까지 걸어 들어가 그 어둠을 밝혀야 하지 않을까? 사와자키의 역할이 막중했다.
사와자키는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타인을 신경쓰는 마음이 있었다.
사와자키 시리즈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은데는, 사와자키라는 캐릭터도 한몫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 소설은 범죄를 쫓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이야기다.
<<안녕 긴 잠이여>>는 일본 하드보일드의 전설이라 불린 하라 료가 남긴 유산이자, 이제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을 세계다. 도쿄의 밤을 걸으며 사라진 사람들의 진실을 좇는 이 세계관이 새롭게 탄생하진 못하겠지만,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굳건히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이야기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탐정물.
저자의 새로운 작품들을 이젠 만나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사와자키 시리즈물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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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74
우오즈미라는 남자가 의뢰하려는 것이 십일 년 전 누나의 자살과 관계된 조사라면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다. 자살 원인 규명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의뢰인이 만족하는 경우가 없다고들 한다. 자살 원인은 대개 자살한 본인밖에, 아니 자살한 그 사람조차 잘 모른다. 어제오늘 자살한 경우만 해도 그러한데, 하물며 십일 년이나 된 자살이라면 도저히 탐정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
나는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자기로 했다.


>밑줄_p515
우오즈미 아키라는 가까운 곳에 있는 절실한 하나의 '왜'에 얽매어 십일 년을 살아왔고, 결국은 더 많은 '왜'를 떠맡아버린 모양이다. 젊은이들이 걷는 길은 늘 그렇다. 살아 숨쉬는 인간에게 생기는 수수께끼는 답이 하나뿐인 책상 위의 수수께끼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이 서평은 비채출판사(@drviche) 서포터즈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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