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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비 이야기 ㅣ 비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협찬 #서평
#비채서포터즈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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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의 <<여름비 이야기>>를 읽고난 후, 다시 한 번 인간이 얼마나 잔혹한 존재인지를 느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괜시리 감성적이라, 잊었던 기억이 스멀스멀 떠오르곤 한다.
이 책은 그런 감정의 틈새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귀신이 아닌 인간의 ‘악의’에서 비롯되는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다.
이 책에는 세 편의 중편 모음집이다.
"5월의 어둠"은 기억을 잃은 노 교사가 제자의 부탁으로 옛 제자의 오빠가 남긴 하이쿠를 해석하며 잊고 있던 과거의 진실과 마주하는 이야기.
"보쿠토 기담"은 카페에서 본 유리그릇을 계기로 이상한 꿈에 시달리며 타락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버섯"은 새로 산 집에 눈에 보이지 않는 버섯이 번식하기 시작하며 가족의 관계가 무너지는 이야기.
세 작품 모두 인간 내면의 악의가 현실 속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모두 비 내리는 날을 배경으로, 외부의 괴물이 아닌 바로 자신이 만들어낸 공포를 다뤄, 독자의 마음 속 어둠까지 건드린다.
"5월의 어둠"은 기억 속에 숨어 있던 죄를,
"보쿠토 기담"은 쾌락과 욕망이 부른 타락을,
"버섯"은 탐욕이 낳은 파멸을 보여준다.
세 이야기의 인물들은 각자의 악의를 자각하지 못한 채 조금씩 어둠에 매몰되는데, 그 끝은 모두 스스로 만든 악의에 사로잡혀 버렸다.
비극으로 걸어들어가는 선택을 바로 본인이 한 것이다.
세 작품에서 다룬 공포는 인간의 심리를 천천히 파고들며, 죄책감과 탐욕, 기억의 왜곡 같은 일상적인 감정이 한 사람을 어떻게 괴물로 만들어 가는지 섬세하게 그려내, 작품에 몰입하게 한다.
책을 읽고 나면, 빗소리가 트리거가 되어 어두운 감정 하나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없었던 일이라 회피하듯 숨겨두었던 감정, 독자들은 각자의 공포 안에서 또 다른 어둠을 맛보게 된다.
자신만 아는 공포 안에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조차 의심스러워진다면, 이 소설의 진가를 제대로 느낀 것이리라.
<<여름비 이야기>>는 비 내리는 날,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작은 악의가 어떤 끝을 맞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은 악의가 빚어낸 결말이 궁금하시다면, 인간이 가장 잔인하다는 불편한 진실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소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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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50
....이건 체 뭐지?
종이에 있는 시를 본 순간, 그는 경악으로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정말로 이런 시를 썼다는 건가. 설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때의 광경은 압도적인 리얼리티로 다가와서, 곧바로 그의 뇌리를 점령했다. 하이쿠를 응시하고 있던 그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밑줄_p233
"하하, 내가 무슨 짓을 한다는 건가?"
대화를 듣고 있던 오이란들은 일제히 쿡쿡거리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마치 사람이 아니라 하찮은 생물을 보는 듯한 눈길이었다.
>> 이 서평은 비채출판사(@drviche) 서포터즈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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