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 기담
남유하 지음 / 소중한책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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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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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호러영화를 볼 때, 두 눈을 반쯤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화면을 훔쳐보게 되는 자극적인 화면과 소리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호러소설을 읽을 때의 두려움은 결이 좀 다르다. 직접적인 시각적 충격은 없지만, 일상의 틈새에서 스멀스멀 번져 나오는 불안과 익숙한 낯섦이 주는 두려움이랄까? 이런 이유로 호러 소설을 즐겨 읽는 필자에게 <<양재천 기담>>은 현실 속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혹은 어쩌면 내 주변에도 숨어 있을지 모를 이야기들로 최고의 시간을 선물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끔찍하고 잔혹한 진실을 마주한다면 어떨까?
기이한 현상을 담은 이야기보다, 비밀스런 인간의 어둠을 마주하는 이야기가 더 섬뜩하다.
누구도 알 수 없는 내면의 욕망과 폭력성이 불쑥 튀어나올 때 느껴지는 음습한 두려움.
어쩌면 숨겨왔던 속마음을 들켜버린 것 같은 기분때문일까?
참을 수 없는 욕망, 살인의 충동.
잘못된 선택인 것을 알면서도 뿌리치지 못한 쾌락의 충동.
너도 똑같이 당해봐라, 복수의 충동.
“너도, 나처럼 죽이고 싶지 않아?”
“나라도 저럴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속삭이는 듯한 질문이 독자를 향해 다가오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소설.
충동과 쾌락, 죄책감이 얽혀드는 이야기들은 인간이 가진 욕망을 선택한 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끝내 불편한 공감을 자아냈다.
인간은 안다.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란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을 봐야 충동이 멈추리라는 것도.

뿐만 아니라, 기묘한 상황을 연출하는 이야기도 함께 실려있었다.
실종된 남편과 닮은 밀랍인형, 과거의 기억을 되살아나게 하는 커피, 자판기커피머신이 사람을 사랑하는 설정, 37년 후의 미래를 보고 오는 이야기, 지름길로 이용되던 사유지에 갇히는 설정.
내가 사는 동네의 평범한 길이나 이웃집 불 꺼진 창문까지 다르게 보이는 기분이랄까.
실화와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7개의 단편소설은 일상 속의 기괴함을 다루는 이야기라 더욱 오싹했다.

잔혹한 장면을 즐기기보다, 인간의 내면이 얼마나 낯설고 불가해한지를 탐구하는 호러소설을 찾는 독자라면 <<양재천 기담>>을 추천한다.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하게 만드는, 오싹하고 기묘한 독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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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8
죽이고 싶다.
그 순간 제 머리에 든 생각입니다. 벼락에 맞은 느낌이 이럴까요? 뭔가 번쩍하면서 회백질에 저 다섯 글자가 새겨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글자들은 기생충처럼 구불거리며 변형되더니, 어느새 '죽여야 한다'로 바뀌었습니다.


>밑줄_p77
먹으면 안 돼, 저 만두를 먹으면 너도 곽처럼 될 거야.
머릿속에서 이성과 본능이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데,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뭘 망설이세요? 어차피 드실 거면서."




>> 이 서평은 소중한책(@sojoonghanbooks)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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