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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시절
강소영 지음 / 담다 / 2025년 6월
평점 :
#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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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 맞아? 계모 아냐?"
"아빠는 왜 돈을 많이 못 벌어서, 공주 인형도 못 사 줘?"
어린 시절 나는 정말 철없고 뾰족했다. 욕심도 많았던 시절, 친구들은 다 가지고 있던 인형을 나만 못 가지니 심술났던 모양이다. 호되게 혼난 후로 다신 입밖으로 내뱉진 못했지만, 속으로 얼마나 자주 말했던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만 못 가지고 나만 없는 게 못마땅했던 모양이다. 그 마음을 엄마와 아빠에게 풀었다. 원망하고 미워하는 것으로.
<<사랑이라는 시절>>을 읽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아직도 눈가가 뜨겁다.
그때의 내가 생각났고, 철없는 내 말을 듣고 아팠을 엄마가 생각났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고서야, 해주고 싶어도 못 해주는 부모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시절 우리네 부모는 먹고 사느라 바빴다. 열심히 돈 벌어 오는 것으로, 가정을 지키는 것으로 부모가 할 도리를 다 한다고 여겼다. 완벽하지 않아도, 넉넉하지 않아도, 그 마음만큼은 사랑이었다.
얼마나 더 자라야 부모 마음을 전부 이해할 수 있을까?
잘생긴 갑천 씨와 단정한 혜옥 씨의 이야기는 옛날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다복한 가정의 넷째로 태어나 곧잘 했던 공부를 접고 일해야 했던 남자와 부모님 말씀 잘 듣는 단정한 여자와의 만남.
여자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신혼생활.
딸 하나 아들 하나 낳는 동안 남자는 열심히 트럭을 몰아 돈을 벌었다. 365일 중에 363일을 일한 그는 고지식한 면이 있긴 했지만 성실했다. 밖에서 돈 버는 남자 대신 여자는 집안을 알뜰하게 일궜다. 애들도 다 컸고, 아파트 대출도 다 갚고 이제 좀 쉬면 좋겠다 할 때, 남자는 뇌종양에 걸렸다.
꿈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아빠 이야기와 그 세월을 버텨온 엄마 이야기를 꺼낸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덕분에 잊고 지낸 추억을 떠올려 보았고, 바랜 감정들로 울고 웃는 시간이었다.
표 나지 않았던 부모의 사랑을 되새기고,
모난 말로 상처주는 것밖에 하지 못한 필자의 미안한 마음을 또 다른 사랑이라 이름하며 책을 덮었다.
그 시절 고단함 속에 묻혀 있던 사랑을 헤아려 보는, 귀한 경험을 선물하는 책이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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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70
혜옥 씨의 어머니가 옆에 서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어 내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아들이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았다. 늦게 도착한 딸의 눈은 뻘겠다.
갑천 씨가 죽었다.
감은 눈과 다문 입은 편안해 보였다. 속눈썹은 길었다.
봄비 내리는 오월의 밤이었다.
>밑줄_p179
그때의 나는, 가방끈 짧고 가난한 아빠를 부끄러워했다. 아빠의 마지막 나이를 향해 가는 지금의 나는, 글로나마 아빠에게 용서를 빌고 싶다. 엄마의 삶을 글로 써도 되겠느냐고 엄마에게 물었다. 우리 딸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오히려 고맙다고 하는 엄마에게, 나는 더더욱 미안해졌다.
>> 이 서평은 담다출판사(@damda_book) 서포터즈 자격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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