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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 ㅣ 정호승 우화소설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5년 6월
평점 :
#협찬 #서평
#비채서포터즈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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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물이 살아 있다는 상상. 말을 하고 생각을 하고 감정이 있다는 설정이 생소했다.
소설을 읽다보니, 이것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됐음을 느꼈다.
저자의 소설은 물, 불, 하늘, 별, 항아리 등 세상의 만물이 함부로 쓰이고 버려져도 될 존재가 아니라 말한다.
마흔 네 편의 우화소설은 포용과 사랑을 이야기했다.
물과 불이라는 이야기에선 성격이 전혀 다른 우리 부부를 떠올리며 슬며시 웃음이 났다.
원리원칙을 중요시 하고, 틀에서 벗어나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남편. 100퍼센트 J.
즉흥적이고 호기심이 넘치는 아내. 100퍼센트 P.
그러니 물과 불처럼 융화될 수 없었다. 소설의 결말을 보며, 또 한 번 놀랐다. 우리 부부는 여전히 싸우지만, 지금은 다름을 인정하고 한 팀으로 살아간다.
물은 불에게 사랑이라 말했다. 무수히 싸우는 동안 우리도 서로를 포용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그게 사랑이라 느끼며 살진 못했다.
이런 모습도 사랑일까? 궁금증을 안고 나머지 이야기도 읽어보았다.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들. 자신의 삶이 버거워 멈춰서려는 자식을 등떠미는 어미의 사랑, 자신만 사랑하는 이기적인 사랑,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
손에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지만, 모습과 크기가 다른 사랑이라는 감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섬뜩했고, 아팠고, 그리웠다. 빠르게 읽혔고 길게 남는 이야기들.
못난 마음을 들키기도 했고, 몰랐던 감정을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필자가 사랑이라 말하는 것엔 순수한 감정만 존재한 게 아니란 것도 알게 됐다.
이기주의와 무관심이 만연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사랑하며 살자고 말하는 소설.
오로지,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이지만 의미있다는 걸 일깨웠다.
싸우고 부딪히고 힘들어도, 타인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걸 저자는 말하고 싶었던 가보다.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시인 정호승의 우화소설 전집을 통해 사랑의 참모습을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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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5
그러나 그들만을 위해 존재하고 있기에는 나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고 안타까웠다. 나는 그 누군가를 위해 사용되는 가장 소중한 그 무엇이 되고 싶었다. 그래야만 뜨거운 가마의 불구덩이 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 같았다.
>밑줄_p68
'그래, 맞아. 내가 지금까지 흐르는 삶을 산 것은 이렇게 바다를 만들기 위해서야.'
섬진강은 그제서야 자기가 왜 흘러가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지리산이 왜 그토록 자기를 냉혹하게 대했는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은어가 말한 사랑과 기쁨이 무엇인지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이 서평은 비채출판사(@drviche) 서포터즈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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