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도착하지 않는다
유래혁 지음 / 포스터샵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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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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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선, 흩어져 있던 기억들을 모아야 할 때가 있다. 시간이 지나서야 의미를 알 수 있게 되는 흔적까지 보태야, 그 사건이 가져온 결말을 이해할 수 있을테니까.
큰 나무가 쪼개질 정도의 태풍이 부는 날, 세상은 세찬 바람 앞에 힘없이 흔들렸다. 결말을 향해 가는 네 사람만이 바닥에 납작 엎드려, 서로에게 기댄 채 의미를 찾아 헤맸다.

공중화장실에서 한 소녀가 피범벅한 채 아기를 낳았다.
한쪽 귀가 없고 기괴하게 웃는 천사가 아기를 품에 안았다.
아빠의 보험금을 트렁크에 넣어 들고 다니면서도 집으로 가지 못하는 남자.
태풍으로 남편을 잃고 정신까지 온전치 못한 한 여인.
간략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이다. 주제와 별개로 이야기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는 것이 이 소설의 묘미라, 말을 아껴본다.

상황 묘사나 인물의 심리 묘사가 시를 읽은 것처럼 문학적인 소설이었다. 종종 장면이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스토리를 풀어갈 땐 금세 현실로 전환되어, 힘있게 이야기를 끌어갔다.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인물 간의 관계도를 점층적으로 파악하게 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각자가 가진 삶의 무게가 가혹하게도 무겁기만 했다. 그럼에도, 서로의 어깨를 기댈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시련 앞에 무너지지만, 결국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것은 또 다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가족의 사랑.
사랑의 힘.
용서의 참뜻.
눈에 보이지 않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이야기가 책을 덮은 후에도 가슴 속을 먹먹하게 했다.
영상미가 뛰어난 영화를 한 편 본 것처럼 여운이 길게 남는 소설.
폭넓은 독자층에게 공감을 얻을 만한 이야기니, 시간을 내어 읽어보셔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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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96
그러니까, 내가 하려는 건 복수 같은 게 아냐. 널 위한 희생도 아니야. 자신이 불에 타 죽을 것을 알면서도 피어나는 건 사랑. 오직 사랑뿐이야.


>밑줄_p192
새 자전거가 일 년 가까이 멀쩡했던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그녀는 그곳에 앉아 무언가를 기다리는 게 아니었다. 지키는 것이었다. 아니, 애초에 두 단어는 같은 의미일지도 몰랐다. 기다림은 가만히 앉아 미래의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희망을 지켜내는 것이기에.



>> 이 서평은 저자 유래혁 (@yuraehyuk)으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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