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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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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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고 발음을 길게 빼고 수많은 질문을 쏟아내는 것은 불길한 징조다. 엄마가 술을 너무 마셨다는 증거.
틸다는 그런 엄마를 대신해 살림을 도맡아 하고, 이다를 돌봐야 했다.
친구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여행을 다니거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보며 흥분하는 틸다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니,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엄마와 이다를 돌봐야 했으니까. 하루 중 유일하게 자신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수영장에서 레인을 스물두 번 돌며 자유를 만끽하는 것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수님께서 추천서를 써 줄테니 베를린에서 박사 과정을 밟아보라는 제안을 받는다. 기분 좋은 상상조차 허락되지 않는 현실이 틸다의 발목을 붙잡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독립을 완전히 포기할 순 없었나 보다. 엄마의 변화를 꿈꾸고, 작은 희망을 놓지 못하고 기대하게 된다. 그러다 여지없이 술에 취한 엄마를 보는 것은 더 큰 실망을 주었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 양육 환경이 좋지 못해서 일까, 이다는 말이 없는 아이였다. 자신의 감정을 그림에 쏟아내고 언니를 엄마처럼 의지하며 살았다. 여린 이다에게 손찌검까지 한 엄마. 틸다는 자신이 이 집을 떠나면, 엄마와 이다가 어떻게 될까라는 걱정에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전환점이 될 사건이 있다. 뒤돌아보면 '아...이렇게 되려고 그랬나보다'하는 상황. 틸다에겐 빅토르와의 만남이 그랬다.
짐이라고 여겼던 가족이 그랬다.
"이제는, 나를 위해서 살아도 될까?"

친구들조차 틸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었는데, 빅토르와의 만남에서 틸다를 움직인 것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중요한 순간, 가족들은 틸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드라마틱한 사건이 등장하거나, 숨겨진 비밀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살림을 하고 동생을 챙기고 공부를 하는 대학생 틸다가 수영장을 가고 수영을 하고 종종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일상이 전부였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변하는 틸다의 감정에 독자들도 젖어들게 되는 소설.
출판사에서 책소개 글에 '어른들을 위한 성장 소설'이란 표현을 왜 사용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책임감 하나로 버티며 사는 필자의 마음을 틸다의 대사에서, 틸다의 혼란스런 감정에서 엿볼 수 있었으니까.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느꼈을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지독한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현실을 덤덤하게 그려낸 문장들 속에서 틸다는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렸다. 가라앉을 것 같을 때 한 팔을 뻗고, 두 다리는 힘껏 저었다. 숨을 다시 쉬기 위해 힘껏 입을 벌려 공기를 빨아들였다. 틸다는 전사였다.
그녀의 마지막 선택이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 되는 소설.
과연 그녀는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 내딛을 것인가?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눌러 앉을 것인가?
그녀의 선택이 궁금하시다면 소설을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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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9
지금처럼 밤에 매트리스에 누워 있을 때면 바깥의 온갖 것들을 아직 한참 더 견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엄마에 맞서, 엄마의 기분에 맞서, 이 소도시에 맞서 치르는 전쟁에. 그리고 이다를 위해 치르는 전쟁에.

>밑줄_p102
나는 네가 본인이 원하는 걸 모르는 게 문제라고 늘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네가 스스로 뭘 원하는지, 뭘 원하지 않는지 아주 정확하게 안다고 생각해.

>밑줄_p107
저녁에 침대에 누운 나는 베를린에서의 미래를 매일 조금씩 더 상상해 본다.

>> 이 서평은 다산북스(@dasanbooks)로부터 협찬 제안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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