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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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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원고 일로 이십대에 만나 안부를 물으며 인연을 이어간 인선과 경하.
경하는 검은 나무들에 대한 꿈을 꾸며 악몽과 생시가 불분명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고, 인선은 영화 일을 접고 제주에서 목공 일을 하며 지냈다.
어느 겨울, 인선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하게 되고, 경하에게 병문안하러 오라고 말하지만, 그때 삶이 버거워 유언 형식의 편지를 준비하고 있던 경하였다.
자신을 병문안하러 오라고 말하고, 집에 혼자 있을 앵무새를 돌봐 달라는 인선의 요구가 황당했지만, 경하는 거절하지 못하고 인선의 집으로 갔다.
앵무새 아마는 이미 죽어 있었다. 하지만 죽은 새와 교감하는 환상을 경험한 후, 그날 밤 병원에 있어야 할 인선과 인선의 어머니가 남긴 옛 상자 속에서 제주 4.3사건과 보도 연맹 사건에 얽힌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소설은 제주 4.3사건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방식이 아닌, 현재에 살아남은 유족의 입을 통해 그때의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념전쟁의 희생물로 가족을 잃은 인선의 어머니. 어머니가 보관하고 있던 자료는 눈물이었고, 아픔이었다.
비극은 끝났지만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국가 차원에서 배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조사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에 의한 무차별 살해 현장에서 살아남은 유족의 입을 통해 듣는 4.3 사건.
마침표를 찍지 못한 문장 하나가 소설 전체를 감싼다.
'작별하지 않는다'
유족의 품에서 품으로, 기억에서 기억으로, 입에서 입으로, 심장에서 심장으로 그날의 진실은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선명하게 그려내지 않는 한강 작가만의 특징이 있는 글은 늘 주변의 공기 흐름까지 감성을 담아낸다.
눈이 오는 장면을 묘사한 문단에서도 4.3사건 희생자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를 숨겨놓다니, 한강 작가의 펜을 거치면 세상의 모든 풍경은 문학으로 재탄생된다.
그래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긴 하다.
소설인데, 시처럼 속뜻을 한번 더 생각하며 읽어야 하니, 집중력을 요하는 소설이긴 하다.
아름답게 표현한 문장력만 놓고보면 이렇게 표현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소설을 읽는 독자 입장에선 힘든 건 사실이니까.
민간인이 무차별 살해된 그날의 참상.
제주 4.3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작별하지 않을 유족민의 이야기를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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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_p10
시간이 없었다. 이미 물에 잠긴 무덤들은 어쩔 수 없더라도, 위쪽에 묻힌 뼈들을 옮겨야 했다. 바다가 더 들어오기 전에, 바로 지금. 하지만 어떻게? 아무도 없는데. 나한텐 삽도 없는데. 이 많은 무덤들을 다 어떻게. 어쩔 줄 모르는 채 검은 나무들 사이를, 어느 새 무릎까지 차오른 물을 가르며 달렸다.
>밑줄_p192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돌아보며 그녀는 주전자에 생수를 부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제목을 묻지 않았어.
나는 대답했다.
작별하지 않는다
주전자와 머그잔 두 개를 양손에 들고 걸어오며 인선이 되니었다. 작별하지 않는다.
>> 이 서평은 독파(@dokpa_challenge) 앰배서더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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